사진. 영화 『장진호(長津湖)』 포스터

2021년 중국에서 크게 흥행한 영화 『장진호(長津湖)』는 한국전쟁 중 가장 참혹했던 장진호 전투를 배경으로 중국인민지원군들의 영웅심을 기리는 영화이다.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것은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의 침략에 저항하고 북한을 돕기 위한 전쟁)'를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은 많이 알려져 있다. 중국은 또한 장진호 전투를 가장 중요한 승리라고 주장해왔다.

영화 『장진호』는 중국의 대표적인 주선율(主旋律) 영화다. 주선율 영화는 중국 혁명의 역사 또는 대중의 삶을 주제로 다룬 영화로 대중들의 사회주의 이념과 가치관, 그리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1) 중앙선전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가 주선율 영화를 통해서 “당과 사회주의에 대한” “애정을 키우기”를 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2) 따라서 『장진호』는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와 국가영화국,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선전국, 베이징시위원회 및 랴오닝성, 허베이성위원회 선전부 등 당이 전폭적으로 제작 지원을 했다.3) 

영화가 개봉되자 『장진호 전투』가 중국 네티즌들의 토론 주제가 되었다. “쌍방 군인이 얼마나 참전했는지, 각각 얼마나 많은 전사자가 있었는지, 전쟁이 얼마나 잔혹하고 처절했는지, 쌍방 실력은 어떻게 현격했는지”등 에 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전쟁영화가 전쟁을 찬성하기 위해 제작되는지, 그리고 집단영웅주의를 부추기는 목적이 전쟁을 위한 것인지 평화를 위한 것인지”도 화제였다.4)  한 웨이보 사용자가 “이 전쟁에 대해 과분한 평가를 내릴 필요가 없다. 지금의 북한과 지금의 한국을 보면 모든 해답이 한눈에 들어온다"라고 평가하자, 경제 전문지 『차이징(財經)』 부편집장을 역임한 저명언론인 뤄창핑(罗昌平)은 “그로부터 반세기 후 중국인들은 이 전쟁의 정의성(正義性)에 대해 반추하는 일이 드물었다. 마치 당시의 ‘모래조각’이 상관의 ‘영명한 결정’을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회신하여 영웅열사보호법(英雄烈士保護法) 위반 혐의로 구금되기까지 했다.5) 

비록 주류의 가치는 아니지만, 왜 이들 중국인들은 “강요된 애국주의”6)에 질문을 던지는가? 현재 중국인들이 북한과 한국, 그리고 주변국에 대하여 어떠한 선호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왜 중국인들이 한국전쟁의 정당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지 파악할 수 있다. 중국 인민대 마더용(马得勇)교수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17과 2018년 2년에 걸쳐 각각 2379명과 5416명을 대상으로 주변국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중국인들이 러시아, 미국, 인도, 한국, 일본, 북한의 순으로 이들 국가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하단의 '표' 참조). 중국인들은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상흔의 감정이 남아있는 일본과 현재도 국경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인도와 비교하여서도 북한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

표. 중국 네티즌들의 주변국가 선호도 평균 (2017년)



그렇다면 중국의 당-정은 왜 이렇게 “강요된 애국주의”7)를 고취시키는가? 마더용 교수가 2018년 설문조사와 동시에 진행했던 간단한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일정 부분 답을 구할 수 있다.8) 실험에서 마더용교수는 중국의 네티즌들에게 주변국들에 대한 인식을 물어본 뒤 미∙중무역전쟁 관련한 기사들을 읽게 했다. 그 기사 중 하나가 환구시보의 2017년 사설 「항미원조의 의지로 대미무역전을 진행한다(用打抗美援朝的意志打對美貿易戰)」라는 기사였다.9) 기사를 읽은 응답자들은 다시 한번 주변국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고 이와 더불어 미∙중 무역전쟁에 관한 견해, 그리고 중국의 중앙정부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질문에 응답하였다.

실험 초기 네티즌들은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보통 수준이었으나, 미∙중 무역전쟁 관련 기사를 접한 이후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다소 감소하였다. 또한 이 기사를 접한 사람들과 접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해본 결과 기사를 접한 사람들이 미∙중 무역전쟁에 관하여 좀 더 반미(反美)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한편, 중국의 중앙정부에 대한 정치적 신뢰도는 증가하였다. 비록 마더용교수의 실험이 이론적 근거없이 진행된 연구이며, 이를 일반화하여 결론을 도출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영화 『장진호』는 이러한 사전 조사를 참고하여 제작되었을 수도 있다.



그간 중국은 한국의 전장에서 펼쳐졌던 북∙중연합군과 유엔군 간의 전쟁을 부인하고 미국과 중국의 전쟁으로만 다루어 왔으며, 미∙중관계가 악화하는 환경에서는 한국전쟁을 계속 중국 영화의 소재로 사용하였다.10) 그러나 반미 정서와 한국전쟁 소재가 당-정에 대한 지지와 연계된다면, 중국 국내 정치적 맥락에서 새로운 정치적∙외교적 목적을 갖고 지속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다.

이유정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1) 百度百科.

https://baike.baidu.com/item/%E4%B8%BB%E6%97%8B%E5%BE%8B%E7%94%B5%E5%BD%B1/927331 (검색일: 2022년 2월 7일).

2) Laura He. 2021-10-4. China's Korean War propaganda movie smashes box office record. CNN Business. https://www.cnnphilippines.com/world/2021/10/5/China-Korean-War-propaganda-movie-box-office-record-.html. (검색일: 2022년 2월 7일).

3) 许晓蕾. 2021-06-13. 陈凯歌感慨：《长津湖》的完成是中国电影的大事. 南方都市报.

https://m.mp.oeeee.com/oe/BAAFRD000020210613504256.html(검색일: 2022년 2월 7일).; Laura He. 2021-10-4. China's Korean War propaganda movie smashes box office record. CNN Business. https://www.cnnphilippines.com/world/2021/10/5/China-Korean-War-propaganda-movie-box-office-record-.html(검색일: 2022년 2월 7일).

4) BBC News. 2021-10-6. 《长津湖》电影热映 中美对朝鲜战争的不同叙事.

https://www.bbc.com/zhongwen/simp/world-58789527(검색일: 2022년 2월 22일).

5) 박민희. 2021-10-14. ‘장진호’가 던진 불편한 질문들.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5158.html(검색일: 2022년 2월 7일); RFA. 2021-10-08. 【長津湖】質疑中共參與韓戰正當性　傳媒人羅昌平被以「侵害英烈」罪名刑拘.

https://www.rfa.org/cantonese/news/arrest-10082021102103.html(검색일: 2022년 2월 22일).

6) 박민희. 2021-10-14. ‘장진호’가 던진 불편한 질문들.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5158.html(검색일: 2022년 2월 7일).

7) 박민희. 2021-10-14. ‘장진호’가 던진 불편한 질문들.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5158.html(검색일: 2022년 2월 7일).

8) 马得勇、陆屹洲. “复杂舆论议题中的媒体框架效应：以中美贸易争端为案例的实验研究”. 《国际新闻界》. 2020年第5期.

9) 环球时报. 2018-04-07. 社评：用打抗美援朝的意志打对美贸易战.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9CaKrnK7uoG(검색일: 2022년 2월 22일).

10) BBC News. 2021-10-6. 《长津湖》电影热映 中美对朝鲜战争的不同叙事. https://www.bbc.com/zhongwen/simp/world-58789527(검색일: 2022년 2월 22일). 

* 이 글에서 사용한 표와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표. 마더용(马得勇). 2017. 네티즌 사회 가치관 조사. [필자제공]

이미지. https://zhuanlan.zhihu.com/p/419125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