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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8월호
한중 공존을 위한 자구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 _ 윤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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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에서 7월 초, 8일간의 일정으로 산동성(山东省) 칭다오(青岛), 웨이하이(威海), 옌타이(烟台) 시를 다녀왔다. 이번 출장은 한중 지방경제협력을 위한 현지 지역조사 차원이긴 했지만, 내심 한국의 정권교체에 따른 중국의 분위기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더 큰 관심사항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사드(THADD) 사태 이후 살얼음판을 걷고 있을 중국 내 우리 기업들의 상황도 궁금했다.

 

칭다오 AT 센터, KTR, 황도(黄岛)보세항구를 둘러보고, 웨이하이에 도착한 첫 날 부터 사드의 영향과 한국에 대한 중국정부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웨이하이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을 하고 있는 한 한국직원에 따르면 사드 전후로 매출이 70%이상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2-30명에 육박하던 직원들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권교체 이후 상황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은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를 잘 견뎌낸 기업이 이정도 상황이니, 그렇지 못한 수많은 기업들은 상황이 이 보다 심각할 것은 자명하다. 사드 사태 이후 거의 매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롯데는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이런 중소기업들의 처지보다는 오히려 낫다. 기업의 규모가 어떻든 기업들의 생존이 걸려있는 상황 앞에서 일단은 좀 견뎌봐라라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는 우리 정부의 처지도 참으로 안타깝다.

 

웨이하이에서 만난 몇몇 중국학자는 새 정권의 사드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 여전히 비판적이고 강경했다. 정권이 바뀌면 좀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바람은 그냥 그런 희망이었을 뿐이었다. 현실에서 사드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문제로 인해 양국 간의 갈등이 길어지면, 결국 그 문제는 국가 간의 문제를 떠나 양국 국민간의 문제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사실은 이것이 더 큰 문제다. 국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국가 간의 관계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국민 간 감정에 난 상처는 회복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 그런 움직임은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의 중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대한 한국의 호감도가 61%였던 것에 반해 올해는 비호감도가 61%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호감도 하락이 한국제품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생각보다 호의적이었던 웨이하이 상무국의 태도였다. 웨이하이시는 한-FTA 지방경제협력 시범도시로서 사드라는 장애물 앞에서도 인천시와의 협력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보였다. 양 지방정부는 지방경제협력 시범도시로 선정 된 후 7가지 분야에 대해 협력할 것을 합의 한 바 있다. 지금까지 별다른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얼마 전 이를 위한 첫 연석회의가 웨이하이에서 진행된 것은 국내외적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고무적이다. 웨이하이시 입장에서 보면 교역의 대부분이 한국과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상황이 나쁘다고 한국을 배척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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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하이 신항:

한국에서 들어오는 대부분의 수입품 특히 식품이 본 항구를 통해서 들어온다.

 

어찌 보면 한중 간 교역에 있어 한국의 입장이 웨이하이시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이번 기회에 중국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던 무역의존도를 줄이고 무역 상대국을 다변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서 이견은 없으나, 그렇다고 중국을 버릴 수 없는 것도 우리의 숙명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사드라는 강력한 정치적 문제가 불거지면 당장의 보복조치를 감당해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다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방면에서 다양한 방안들이 있겠지만, 정부차원에서 보면, 웨이하이시와 인천시 같이 지방협력을 심화시켜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 아무래도 중앙정부의 목소리가 지방정부에 미치는 힘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방간 협력이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에는 상대국에 대한 보복조치가 결국 자기 스스로에 대한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대응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웨하이시와 인천시가 지방정부 간 협력에 있어 모범이 되는 성공사례를 계속 만들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민간차원에서는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공세에도 거뜬히 버텨낼 수 있는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중국과 투명하고 건강한 거래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자구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드 사태이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드로 인한 피해라고 주장하는 사례 중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경우도 분명히 있다. 중국 측의 보복조치라고 주장하기 전에 우리 내부의 문제는 없었는지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진퇴양난. 현재 사드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게 되었다. 정부가 이 난국을 현명하게 풀어갈 것을 기대해 보지만, 분명한 것은 각자의 자구적 노력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성혜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필자가 제공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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