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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현장&공간
4월호
짬뽕의 힘, 나가사키 차이나타운 _ 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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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중국학술원은 지난 2017116일부터 24일까지 89일 간 일본의 3대 차이나타운을 탐방했다. 지난 호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마지막 방문지였던 나가사키 차이나타운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진 나가사키 신치중화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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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신치중화가(新地中華街)은 요코하마, 고베 차이나타운과 함께 일본의 3대 차이나타운으로 알려져 있다. 규모는 다른 두 곳보다 작지만 중국과의 교류와 이주의 역사는 더 오래되었다. 에도시대인 1689년 당인(唐人)거주지가 세워졌을 때 이미 당인의 수가 1만을 상회했다고 하니, 당시 나가사키 인구가 6만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단순한 이방인으로 보기는 힘들었을 듯하다. 이러한 오랜 역사를 가진 혼종성은 지금까지 나가사키의 문화적 토양을 풍부하게 해주는 중요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중식당 회락원(會樂園)의 하야시 토시유키(林敏幸) 회장은 신치중화가진흥조합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나가사키 등불축제를 기획하고 추진한 장본인이다. 음력설을 쇠지 않는 일본에서 중국의 전통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1987년부터 시작한 이 축제가 나가사키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 되기까지는 화교들 뿐 아니라 나가사키 시당국과 지역 상공업자, 주변 일본인 상점들의 협조가 컸다고 한다. 현실의 벽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는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을 설득하며 도움을 구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민과 관이 상호존중하고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음력설부터 15일 간 진행되는 나가사키 등불축제는 차이나타운 뿐 아니라 부근 유적, 사찰, 공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려지며 매년 100만 명이 찾는 지역 명물이 되었다.

 

사진 2  붉은 등을 달아놓은 신치중화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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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당인들로부터 이어진 중국의 전통이 일본에서 자연스럽게 뿌리내리며 새로운 문화로 다시 태어난 대표적인 예라면 우리에게도 친숙한 나가사키 짬뽕을 들 수 있다. (우리말에서도 짬뽕은 서로 다른 것이 뒤섞인 것을 의미하지 않나.)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라고 하는 사해루(四海樓)4대째 운영 중인 친 마사츠구(陳優繼) 사장의 소개에 따르면, 나가사키 짬뽕은 증조부인 천핑순(陳平順)1899년 사해루를 창업한 후 세상에 알려진 음식이다. 중국 푸젠성(福建省)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그는 중화요리점에 들어가 견습생으로 일하며 요리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렴하면서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만들고자 한 그의 노력 속에 나가사키 짬뽕이 만들어진 것이다. 중화요리의 전통과 바닷가에 위치한 나가사키의 풍부한 식재료가 합쳐진 이 나가사키 짬뽕은 어려운 시절 배고픈 중국 동포와 유학생, 지진 등 재해를 당한 일본인들에게 온기를 나누어 주며 현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3  사해루의 나가사키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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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9년 당인거주지를 만든 후, 1702년 그 부근에 중국에서 들어오는 무역선을 위한 하역장을 세운 곳이 바로 신치다. 그리고 이 신치에 차이나타운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의 일이다. 하야시 회장은 나가사키의 차이나타운이 작은 이유에 대해 화교들이 모여서 거주한 다른 두 지역과 달리 나가사키의 경우에는 시내 전체에 흩어져 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차이나타운이 작은 것이 어쩌면 그만큼 화교들이 현지에 더 잘 동화되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화교인구가 적은 탓에 화교학교도 운영이 중지된 상태이지만, 나가사키의 화교들은 제사와 명절행사, 등불축제 등 일상생활 속에서 중국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다양한 문화가 생활 속에 살아있게 해주는 것, 이러한 생활 속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오래 전부터 중국뿐 아니라 포르투갈, 네덜란드, 러시아 등 다양한 외부인과 교류하며 발전해온 나가사키의 개방성이다.


  김남희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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