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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1월호
중국공산당 19기 4중전회에 대한 평가 _ 조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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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19기4중전회.jpg


너무 오랜만에 열린 회의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194중전회)10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 동안 베이징에서 개최되었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당 대회 다음으로 중요한 중국공산당의 정치 일정이다. 중국공산당의 최고 규약인 당장(黨章)은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중앙정치국이 소집하여28일까지 매년 최소 1회 개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직전 회의인 193중전회가 2018226일부터 2월 개최되었으니, 이번 4중전회는 608일만이다. 날짜로 치면 한 해를 훌쩍 넘긴 것이지만, 조문만 따지면 당장을 어기지는 않았다.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날짜를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114중전회가 개혁개방 이래로 직전 회의와의 시간 간격이 가장 길었기 때문이다. 관례에 따르면, 201810월 전후로 개최되어야 했고 길어도 1년 안팎의 시간 간격을 두고 열렸기 때문에 작년 가을부터 온갖 해석이 난무했었다. 한참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던 때인지라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두 달 늦춰지는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구체적으로는 116일 실시될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와 이로 인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확인한 뒤에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러한 추정은 해를 넘겨 2019년이 되자, 중국공산당 내부에서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연기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으로 확대되었다. 20183월 국가 주석의 연임 제한을 철폐하면서 시진핑 주석이 본격적으로 장기 집권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비등했기 때문에 공산당 내부에서 권력 집중에 대한 반대 의견이 형성되어 시진핑 주석의 권력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열린 것인가?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중앙위원회의 개별 전체회의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 대회, 5년마다 열리는 공산당의 전국대표대회는 마지막 날에 새로운 중앙위원회를 구성하고 폐회한다. 바로 그 다음날 제1차 전체회의 즉, 1중전회가 개최된다. 1중전회는 새롭게 구성된 중앙위원회가 중앙정치국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그리고 총서기를 선출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제청에 따라 중앙서기처와 중앙군사위원회의 구성을 결정한다. 언론에서 중국공산당 당 대회의 하이라이트로 자주 등장하는 최고 권력집단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사진은 사실상 당 대회가 끝난 다음날의 1중전회이다. 1중전회는 이처럼 새로운 회기의 공산당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단 하루의 회의이다. 다음해 2월에 개최되는 2중전회의 핵심 내용은 3월 초에 개최하며 통상 '양회(兩會)'로 불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이들의 인원 선출에 대한 당의 건의를 결정하는 것이다. 같은 해 가을에 열리는 3중전회는 새로운 지도부가 5년 동안 추진할 주요한 경제개혁과 국가발전 정책들이 주요 내용이었다.


3중전회부터 6중전회는 1년의 간격을 두고 9월이나 10, 늦어도 11월에 개최되는데, 그중 4중 전회는 주로 공산당 자체의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5중전회는 경제사회 발전 5개년 계획에 대한 공산당의 건의를 결정한다. 6중전회는 다음 당 대회의 대략적인 일정을 결정하고 주로 당내 규칙이나 사회문화 정책을 논의해 왔다. 마지막으로 7중전회는 다음 당 대회 일정을 확정하고 준비하는 회의이다. 이러한 회의 내용과 관련하여 중국의 당-국가 체제에서 공산당의 국가에 대한 지도자 인선과 정책에 대한 건의는 전국인민대표대회라는 공식적인 국가 정책의 결정 과정을 통과하면서 약간의 변동은 있을 수 있을지라도 당연히 사실상의 확정이다. 또한 회의별 내용이 항상 고정된 것은 아니지만, 개혁개방 이래로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내용의 범주와 일정에 있어서 상당한 수준의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

 

특히 4중전회는 역사적 우연이 겹쳐서 공산당의 중요한 인사 변동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1989년 천안문 사건 직후에 열린 134중전회는 무력 진압에 반대한 자오쯔양 당시 총서기의 모든 당내 직위를 박탈하고 장쩌민을 총서기로 선출했다. 후진타오 전 총서기는 1999154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되어 차세대 최고지도자를 예약했으며, 2002년 총서기가 된 이후에는 장쩌민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2004164중전회가 되어서야 물려주어 뒤늦게 당정의 모든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과거사까지 작용하여 194중전회는 공산당의 내부 분열에 대한 의심과 함께 202220차 당 대회에서 당서기나 총리가 될 차세대 지도자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추가되었다.

 

뒤이어 서술하겠지만, 모든 추정들은 빗나갔다. 결과적으로 4중전회는 내부의 권력 지형이나 인사와 관련하여 특별한 변화가 전혀 없었다. 이를 통해 3중전회에서 4중전회까지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도 적절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사실 문제는 2중전회와 3중전회였다. 1998152중전회 이래로 모든 2중 전회는 '양회' 직전 2월 말에 개최되었다. 그러나 2018년에는 헌법 수정에 대한 공산당의 제안을 주요 의제로 삼아 118일과 19일에 개최되었다. 가장 도드라지는 내용은 국가 주석의 연임을 2, 10년으로 제한한 헌법 조문을 삭제한 것이었다. 뒤이어 226~28일에 다시 3중전회가 열렸는데, '양회'와 관련된 내용보다도 당과 국가기구 개혁의 심화 방안이 중요했다. 국가감찰위원회의 신설 등 국가기구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2018년의 152중전회와 3중전회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장에 명시한 201710월의 19차 당 대회와 함께 시진핑 개인의 권력과 공산당의 '통일집중된 영도'를 강화하는 연장선상에서 배치된 것이었다. 이로 인해 2중전회와 3중전회가 연달아 열리게 되었다. 중국공산당은 2018년 가을에 기존의 정치 일정대로 한다면, '3중전회'가 되어야 할 4중전회를 개최하지 않고 기존의 정치 일정을 복구하기로 한 듯하다. 결국 올해 608일만의 4중전회는 중국공산당 내부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반대로 권력 집중의 과정에서 잠시 비정상적으로 이탈했었던 관행화된 정치 일정을 다시 정상화한 것이다.

 

평이하고 일관된 내용

 

정치 일정에 대한 분석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이번 114중전회는 중국공산당의 기존 정책과 입장의 반복에 가까웠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의 공식 역할로서 중앙정치국이 제출한 업무보고(工作報告)를 토론하여 승인하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유지와 개선, 국가 거버넌스 체계와 거버넌스 능력 현대화 추진에 관한 약간의 중대한 결정(中共中央關於堅持和完善中國特色社會主義制度推進國家治理體系和治理能力現代化若幹重大問題的決定)(이하 결정)을 의결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중앙위원회의 후보위원이었던 2인을 위원으로 선출했을 뿐이다. 시진핑 다음의 6세대 지도부를 구성할 인물 중 선두주자로 꼽히는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정치국 위원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하고, 이에 따라 현재의 7인 상무위원 체제도 9인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일부 중화권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인사 조치는 없었다. 따라서 시진핑의 권력은 여전히 공고하며, 202220차 당 대회에서 전면적인 권력 교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작아졌다고 할 수 있다.

 

계속 악화되는 홍콩 상황과 관련해서도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을 재차 천명하면서 결정의 내용을 중심으로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을 뿐이다. 국내외를 향한 과격한 경고성 메시지는 없었지만,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더욱 체계적으로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 명확하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내용이 없었다. 국가 거버넌스라는 회의의 의제가 경제와 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미중 무역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양국의 갈등이 갈수록 전면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정책에 대한 변경이든, 확고한 유지 입장이든 경제정책에 대한 언급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국가치리(國家治理), 즉 국가 거버넌스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114중전회의 핵심 문건인 결정'국가 거버넌스(國家治理)' 개념은 시진핑 정부의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다. 중국공산당은 2013183중전회의 전면적인 개혁 심화의 몇 가지 중대 문제에 대한 결정(關於全面深化改革若干重大問題的決定)에서 '국가 거버넌스 체계와 거버넌스 능력의 현대화를 추진(推進國家治理體系和治理能力現代化)'한다고 이미 언급했었다. 이번 결정에서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에 각 방면의 제도를 성숙시키고 명확한 성과를 달성하며, 2035년에는 각 방면의 제도를 완성하여 국가 거버넌스 체계와 거버넌스 능력의 현대화를 실현하며,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이를 전면적으로 실현하여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제도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3단계의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표는 201719차 당 대회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다. 창당 100년에 소강사회(小康社會)를 완성하고, 그로부터 15년 동안 노력하여 2035년에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다시 15년 뒤인 21세기 중엽에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의 세부적인 내용으로 국가 거버넌스도 당연히 포함됐었다.

 

그러나 국가 거버넌스는 여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중국은 '치리(治理)', 즉 거버넌스가 '통치(統治)'와 구별되는 개념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흔히 '공산당의 통치' 등의 어구를 사용하지만, 중국공산당은 '통치'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헌법을 보면, '통치'는 마오쩌둥이 1949'마침내 제국주의, 봉건주의, 관료자본주의의 통치를 전복시키고(終於推翻了帝國主義, 封建主義和官僚資本主義的統治)'라는 문장에서 사용된다. 왕조와 외세의 지배를 '통치'로 언급하지 현재 공산당과 정부와 관련된 용법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대신 대부분의 경우에 영어 'lead'에 상응하는 '영도(領導)'를 사용한다. 중국에서 '통치'라는 단어가 갖는 이러한 부정적 의미 때문에 '거버넌스(governance)'의 번역어로 쓰이게 된 '치리''통치'와 더욱 구분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서구 학계에서 거버넌스는 국가-사회 관계에서 국가 중심의 위계적 질서를 극복하기 위한 개념으로 재정의되었다. 지역사회부터 글로벌 차원에 이르기까지 정부뿐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를 참여시킴으로써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민주주의를 신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와 비정부조직,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의미하는 용법으로 많이 쓰인다. 중국에서도 학계를 중심으로 '거버넌스' 개념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에는 이를 '치리'로 번역하면서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했었다. 그러나 공산당이 '치리' 개념을 수용하면서 '치리'는 사실상 '국가치리', 즉 국가 거버넌스 개념으로 변질되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국가 중심의 위계 질서에 대한 반대에서 나온 '거버넌스' 본연의 의미와 의의를 생각해본다면, '국가 거버넌스'는 모순 형용이라고 할 수 있다. 19차 당 대회와 작년의 당과 국가기구 개혁의 심화 방안, 그리고 이번 194중전회에서 보듯이 시진핑 집권 이후, 핵심 정책으로 떠오른 국가 거버넌스는 사실상 공산당이 국가와 사회를 전면적으로 통치한다는 의미가 되었다. 이는 19차 당 대회에 이어 이번 결정에서도 빠지지 않은 다음의 문구에서 잘 드러난다. ", 정부, 군대, 민간, 학교 등 모든 조직과 동, , , , 중심 등 중국의 전 지역과 분야에서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黨政軍民學東西南北中心, 黨是領導一切的)."


당의 통일집중된 영도와 시진핑의 개인 권력에 대한 강화

 

이번 194중전회는 201710월의 19차 당 대회부터 본격화된 당의 통일집중된 영도와 시진핑의 개인 권력에 대한 강화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새로울 것이 없다. 오히려 새로운 것이 없다는 점이 이번 회의의 의의라고 할 수 있겠다. 늦어진 회의 일정에 대한 분석에서 봤듯이 이번 4중전회는 이러한 방침과 정책이 정상화, 일상화되었다는 점을 드러낸다. 모든 내용이 19차 당 대회의 연장선에 위치하며, 20차 당 대회를 예비하는 일체의 인사 변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당의 영도 강화가 시진핑 개인으로 권력을 집중시키는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또한 현재로서는 최소한 표면화될 만큼 공산당 내부에서 권력의 분열이 발생하고 있지 않으며, 시진핑의 권력 기반이 확고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아직 공식 문건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언론 매체와 학자들이 국가 거버넌스 현대화를 공업, 농업, 국방, 과학기술 등 이른바 '4개 현대화'를 잇는 다섯 번째 현대화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5개 현대화'가 공식화된다면,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함께 시진핑의 새로운 업적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또한 국가 거버넌스 현대화는 경제와 안보에 치중했던 기존의 현대화와 달리 말 그대로 정치와 권력구조의 변동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의 내용이 공산당의 국가와 사회는 물론 모든 것에 대한 통제와 권력 강화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형진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은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의 안보현안분석161호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임.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s://bkimg.cdn.bcebos.com/pic/80cb39dbb6fd5266f74faf66a418972bd407365f@wm_1,g_7,k_d2F0ZXIvYmFpa2UxMTY=,xp_5,yp_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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