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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3월호
중국공산당 19기 3중전회 개최와 중국 개헌 유감 _ 안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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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193중 전회 개최

 

224일 타이베이 방문 중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 193중전회가 226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지난달에 개최된 19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2중전회)에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중앙위원회가 개최되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다. 뿐만 아니라 당의 3중 전회가 이렇게 빨리 개최된 전례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3중전회는 새로운 중앙위원회가 구성된 후 최소 1-2년 후에 개최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3중 전회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2중전회가 이례적인 것이었다. 새로운 중앙위원회가 구성되면 중앙위원회에서 선출 권한을 가진 당과 군대의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하여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전회)가 개최된다.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된 직후에는 다시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새롭게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은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최되기 직전에 2중전회를 개최하여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협상회의가 선출 권한을 가진 인선과 새로운 정부의 행정직제 개혁 등을 결정하여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제안한다.

 

이번에 개최되는 3중전회는 기존의 2중전회에서 했던 것을 결정하는 회의이다. 그렇기 때문에 3중전회가 개최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3중전회가 아니라 2중전회가 이례적인 것이었다. 2중전회에서는 새로운 전국인민대표대회에 회부할 개헌안을 결정하였으며, 개헌안의 내용과 성격이 전례 없는 중앙위원회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3중전회 개최 발표와 더불어 2중전회에서 결정된 개헌안의 내용을 공개했다.

 

개헌안의 네 가지 주요 내용

 

개헌안의 내용을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헌법 서언의 지도사상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개정이다. 둘째, 공산당지도를 헌법조항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셋째,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제한 규정을 폐지한 것이다. 넷째, 국가감찰위원회와 관련된 조항의 신설이다. 그 중 지도사상 관련부분과 국가감찰위원회 관련 부분은 중국공산당의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그러나 국가주석과 부주석에 대한 임기제한 규정의 폐지는 예측이 있기는 했지만 이론이 분분했던 것이며, 헌법 조문에 공산당 지도 명기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공산당 지도의 명문화는 현실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당위적인 것이지만 서언에 있는 것을 굳이 조문에서 다시 강조한 이유에 대하여는 별도의 고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제한 규정 폐지는 개혁 이후 중국 정치개혁의 방향에 대한 근본적 역전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국가주석과 부주석 임기 제한 폐지

 

원론적인 의미에서 중국에서 국가 주석과 부주석의 임기제한 규정의 폐기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에서 국가주석과 부주석은 실권자가 아니라 허직인 상징적인 국가원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3년 이후 상징적인 국가원수인 국가주석을 당의 1인자인 총서기가 겸임하고 있으며, 총서기는 군사권을 갖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도 겸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징적인 국가원수의 임기제한 폐지는 국가주석의 임기뿐만 아니라 명시적인 임기제한을 갖지 않는 총서기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임기연장의 가능성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는 1980년대 이후 관례화된 중국의 최고지도자의 임기에 대한 제한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주석 임기제한 폐지는 개혁이후 중국공산당의 가장 중요한 성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종신제 폐지와 지도부의 주기적 교체에 대한 역전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갖는다. 더군다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개헌이 시진핑 맞춤형 개헌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이번 개헌은 집단지도체제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으로서 핵심인 최고지도자 개인의 권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진핑이라는 특정한 개인의 권력과 지위의 강화와 지속을 위한 것일 개연성이 훨씬 커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국가직은 물론이고 공산당의 당직에 대하여도 임기 제한을 규범화하는 것이 개혁이후의 일반적 경향이었다. 헌법에는 총리와 부총리 및 법원장과 검찰원장 등에 대하여도 중임제를 명문화하고 있다. 신설되는 국가감찰위원회 주임에 대하여도 중임제를 명문화하고 있다. 그리고 당의 규정으로 당과 정부의 영도간부에 대하여 동일한 직위에 대하여는 중임을 규정하고 있으며, 동일한 직급에서 15년 이상 직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국가주석에 대하여는 기존의 규정까지 폐지하면서 임기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종신제 폐지와 그것을 위한 임기 제한과 공산당 지도자들의 담임 연령을 제한하는 연령 규정은 중국의 개혁이후 정치개혁의 발전과 일관된 방향이었다. 그러한 방향을 역행하면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만을 폐지하는 것은 시진핑 개인 요인을 제외하면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중국의 제도화와 정치개혁의 취약성을 노출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시진핑 권력이나 권위의 완성이 아니라 또 다른 전환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장쩌민은 권력 연장을 원했지만 중임 후 제도가 허용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만 유지하다 물려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후진타오는 중임 후 완전히 물러남으로써 제도가 규범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시진핑은 제도 자체를 변경함으로써 연임의 길을 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치개혁의 취약성

 

개혁 이후 중국 정치는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권력 분산과 임기제한과 연령규정에 의한 지도부의 정기적 교체 등 정치제도화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20여 년간 이어진 전통은 중국정치의 제도화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2018년 중국에서 1960년대 말 한국의 삼선 개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믿음이 약간은 경박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국가주석 임기 제한 폐지로 상징되는 시진핑의 개인 권력의 강화는 우선, 집단지도체제의 한계와 그것의 보완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위신 강화와 관련된다. 다음으로는 18차 당 대회 이후 반부패 투쟁을 통한 시진핑의 대중적 위신과 권력 강화도 그것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었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의 정치개혁이 위로부터의 개혁이었으며 위로부터의 결정이 규정적 작용을 하는 민주집중제의 한계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정치개혁은 아래로부터 민주와 감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위로부터의 결정이 중심적 작용을 한다. 아래로부터의 견제가 없는 상황에서 집단지도체제의 상호 견제 기제의 약화는 결국 개인으로의 권력 집중을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20여 년간의 제도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것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제도화의 한계로 보였던 원로 정치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규범의 준수는 문혁의 경험을 통하여 권력 집중과 개인 독재에 대한 거부감을 가졌던 원로들의 의지와 지지로 인한 것이었다. 원로들의 역할은 이중권력체제를 형성하고 제도를 취약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승계와 관련된 제도적 규범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것은 중국의 제도가 제도 자체의 규범성을 갖기 보다는 인치적 요인에 의해 유지되었다는 역설과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은 한편으로는 혁명원로들이 거의 사라진 시점에 등장하였으며, 반부패 투쟁을 통하여 퇴직한 원로들을 취약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런 상황은 아래로부터의 견제가 부재한 중국체제에서 시진핑에 대하여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을 약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상황이 시진핑의 권력 독점을 가능하게 한 중심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제도화는 무의미한 것일까?

 

현재 시진핑은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돌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사회는 마오쩌둥시기의 신민사회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간부들도 덩샤오핑의 가장 큰 공헌이 종신제 폐지라고 말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종신제적 개인 독재 경향은 강한 저항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언론에서 임기제한 폐지가 종신제 폐지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은 그러한 상황에 대한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학자들은 중국 사회의 불안정성이 안정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중국 같은 규모의 사회는 항상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표출되는 불안정성이 안정을 보여주며, 문제가 표출되지 않고 안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이 진정한 위기라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위계적 체계에서 위로부터의 통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수용되거나 표출될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인 독재와 종신제적 경향이 강화될수록 아래로부터의 목소리가 커져 갈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축적된다면 위기로 전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 그것은 공산당이 커져가는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 시진핑의 권위와 권력은 집단지도체제의 한계에 대한 반동과 반부패투쟁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인정에 기반한다. 그런데 시진핑이 개혁 이후의 가장 중요한 정치 개혁의 성과를 부정한다면 아래로부터의 지지는 이반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권력분산과 집단지도체제의 강화와 제도적 규범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연적일 것이다. 중국에서는 삼십년 하동(河東) 삼십년 하서(河西)”라고 한다. 황하의 물줄기가 변하듯 세태가 변한다는 것이다. 집단지도체제의 한계가 권력집중을 요구했다면, 개인독재의 강화는 현재의 제도적 기제에서는 집단지도체제의 강화와 권력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통제를 규범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덩샤오핑의 개혁으로 성장한 사회와 덩샤오핑의 정치 개혁 전통이 새로운 접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덩샤오핑은 정치개혁을 원했지만 아래로부터의 민주와 통제기제를 만드는 데는 유보적이었다. 그것이 시진핑의 역전을 초래하였다. 그렇지만, 시진핑의 역전은 오히려 덩샤오핑이 개혁을 통하여 성장시킨 사회와 정치 개혁의 전통이 아래로부터의 민주에 기반한 새로운 접합을 초래할 수 있다. 그것은 정치개혁의 새로운 공고화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 중국학술원 중국자료센터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s://www.flickr.com/photos/booknews/14872608133/in/photost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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