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사진 1. 중국 사천성 산간 학교의 수업시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 인민일보는 당-정이 진행하는 탈빈곤 정책의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人民日報 2021년 2월 25일). 탈빈곤 정책은 개혁개방 초기인 1978년부터 시행하여 시진핑 시기의 정책은 5번째 실시한 정책으로 매 단계마다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다(Sapkota et al. 2017:1-4). 약 40년의 역사가 있는 탈빈곤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정부는 왜 탈빈곤 정책과 창당 100주년을 연관시켜 대대적으로 당에 대한 선전을 강화했는가? 탈빈곤 정책은 당의 지배에 대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이전시기에 시행했던 4번의 정책들과 시진핑 시기에 진행했던 탈빈곤 정책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이전시기에는 빈곤 ‘지역’을 지원 대상으로 다룬 반면, 시진핑시기에는 지원 대상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식별하는 “정준부빈(精準扶貧)” 정책을 실시하여 빈곤 ‘가정’을 지원함으로써 지원 대상을 보다 구체화하였다(唐任伍, 2015; 김도경 2017:241). 또한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시진핑 시기의 정준부빈 정책은 목표했던 빈곤 축소 비율의 성과가 이전 정책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비록 4단계 정책에 관한 자료의 부족으로 정확한 수치는 제시할 수 없지만, 이전 40년간 실시했던 정책들이 평균 약 50%의 빈곤 축소 비율을 기록한 반면, 2010년부터 실시한 탈빈곤 정책은 2016년에 이미 74%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그림 2. 탈빈곤 정책 단계별 빈곤 축소 비율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진핑 정부의 탈빈곤 정책과 이전 정책들과의 눈에 띄는 차이점은 중국의 복단대 쩡청지에(Zeng(曾慶傑) 2020)교수가 지적했듯이 관료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이루어 낸 성과라는 점이다. 탈빈곤 정책을 시행하기 위하여 현급 관료들이 촌 지역에 파견되어 의무기간 동안 체류하면서 지원 대상을 정확하게 선별 및 지원하고, 빈곤에서 벗어나는 탈빈곤 가정이 기준에 부합한지 평가한다(현지조사 문헌 2019). 기술의 발전은 탈빈곤 정책에도 적용되어 빅데이터 플랫폼에 빈곤가구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이들을 관리하는 관료와의 네트워크를 기록하고 있으며(Zeng 2020:407), 심지어 GPS 시스템을 이용하여, 관료들이 빈곤 촌 지역에 머무르는 시간을 확인한다(Zeng 2020: 413).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탈빈곤 정책의 성과가 관료들의 인사 평가에 직접적으로 반영이 된다(中共中央辦公廳, 國務院辦公廳 2016; Zeng 2020: 411). 쩡(曾)은 관료들이 탈빈곤 정치 캠페인을 위하여 군사적 형태로 ‘동원’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동시에 절차와 제도를 따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Zeng 2020: 401) 동원에서 기인할 수 있는 부정적인 기억을 희석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쩡(曾)이 말한 바와 같이 관료를 대대적으로 동원하지만, 탈빈곤 정책을 소강사회를 달성하는 주요 과제로 선전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대중 또한 무의식적으로 동원한다(현지조사 문헌 2019; Zeng 2020: 407; Xinhua Apr. 30, 2020). 관료를 동원하는 것이 마오 시기와 다른 것처럼, 대중을 혁명에 동원하던 마오 시기와 대조적으로 오늘날의 선전은 당 지배의 안정(維穩)을 위해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고 저항을 약화시키는 형태로 나타난다(Perry 2017: 41). 대학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된 “제3자 평가단”은 빈곤촌으로 파견되어 관료들의 탈빈곤 정책의 수행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농촌의 빈곤가구, 탈빈곤가구, 빈곤에서 벗어난 이후 다시 빈곤으로 회빈한 가구, 그리고 촌간부를 대상으로 탈빈곤 정책의 인식과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현지조사 문헌 2019). 탈빈곤 정책에 대한 대중의 만족도와 견해를 파악하는 현지 “조사”의 주요 목적은 “당의 우선순위를 진전시키기 위한 전술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며(Perry 2017: 39), 대중에게 당, 관료와 평가단의 공동 노력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페리(Elizabeth Perry 2008: 38)는 경제력 상승과 사회보장에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페리는 토마스 험프리 마샬(T. H. Marshall)의 공민적, 정치적, 그리고 사회적 시민권 이론을 인용하며, 중국의 경우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을 강조하는 공민권과 정치적 권리를 의미하는 정치 시민권보다 사회·경제적 보장을 강조하는 사회 시민권 요소가 우선적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한다(Perry 2008: 38). 중국 고대시기 맹자와 현대의 마오는 혁명의 원인은 빈곤이라고 파악했으며(Perry, 2008: 40), 중국의 지도자들은 서구에서 말하는 사회 시민권을 보장하는 소강 사회 건설을 정치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한다(Perry, 2008: 41- 42). 따라서 시진핑 시기의 정준부빈 정책은 당의 정당성을 강화시켜주는 지표로서 기능하며, 대중에게 끊임없이 당의 공적을 선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중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과 탈빈곤 정책의 성공이 당의 통치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혹자는 중국의 잠재된 능력에 비추어 개혁개방 이전 중국이 직면했던 심각한 경제 문제와 기아의 발생, 그리고 개혁 이후 불평등이 당의 통치에 기인한다고 비판한다(Goodman 2021).
이유정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HK연구교수
*이 글은 2021년 3월 현대중국연구에 게재된 논문 "시진핑 시기 당의 정당성 강화와 탈빈곤 정책"을 수정·보완한 글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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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사용한 도표와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그림 2. Sapkota et al. 2017:1-4를 토대로 자가 정리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