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사진 1. 직업기능교육훈련센터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이틀 동안 신장에서 중국이 자행하고 있는 무슬림 소수민족의 대규모 불법 구금을 의제로 채택하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무려 48명에 달하는 대표단을 이끌고 회의에 참석한 중국 대표 후롄허는 즉각 구금과 세뇌교육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다음 주 8월 13일 월요일에 속개된 회의에서 후롄허는 위원회가 제시한 증거 자료를 둘러싼 공방 끝에 유엔의 자료 자체는 사실이지만 불법 구금은 아니고 직업기능교육훈련을 위한 ‘재교육(resettlement and re-education)’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후롄허의 해명은 대규모 구금에 대한 사실상의 시인으로 받아들여져 국제사회에 엄청난 논란을 초래했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8월 30일 채택한 최종 보고서를 통해, 신장에서 중국이 테러 예방을 구실로 삼아 위구르가 대다수인 무슬림들을 장기간 ‘정치적 재교육 수용소[political re-education camps]’에 구금하고 있고 그 수가 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명시했다.(UN CERD 2018.8.30.) 보고서는 중국당국이 검문검색을 위해 무슬림 거주 지역에 경찰초소를 과도하게 설치했고, 강제로 DNA와 지문 등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모바일폰 정보를 장악하고 있으며, 위구르인들의 국외 여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위구르인들에게 입국을 강요하고 있으며, 신장 전역에서 위구르어 교육을 금지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공식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신장의 대규모 강제수용소 관련 보도가 속출했으며 일부 서구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제재를 검토했다.
중국은 유엔 보고서와 서구 미디어의 보도 내용이 악의적인 가짜뉴스라고 주장했지만 강제수용소와 관련된 의구심은 더욱 확산되었다. 실상 중국에서 강제수용소의 역사는 건국과 함께 시작되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판결에 따라 기결수를 수감하는 감옥과 판결을 기다리는 미결수를 수용하는 구치소 외에 정치적 이유로 일종의 재교육을 하는 수용소를 운영해 왔다. 공안과 행정기관들이 시민들에게 재판이나 공식 절차 없이 자체 판단으로 ‘노동교화’라는 형벌을 내리고 그에 필요한 ‘노동교화소’라는 강제수용소를 운영하는 반인권적인 일은 오랫동안 관행으로 뿌리내려온 악습이었다.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이후에도 ‘노동교화소’라는 이름이 대표하는 각종 반인권적 강제수용소는 음으로 양으로 번성했다. ‘노동교화소’는 반체제인사, 사회 불만분자, 문제학생으로 찍힌 청소년, 상습적인 경범죄 범법자, 권력자에게 밉보인 사람, 심지어 가장에게 반항하는 가족 구성원이나 상사에게 미움받은 하급자 등도 수용했다. 시대착오적인 ‘노동교화소’가 21세기에도 위세를 떨친 계기는 파룬궁 관련자들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었다. 딱히 범죄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수많은 파룬궁 관련자들을 강제로 수감하고 가혹한 정신 개조 작업을 수행한 강제수용소는 중국공산당이 오랫 동안 운영해 온 ‘노동교화소’의 21세기적 유물이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중국 외부의 위구르 단체들은 2009년 우룸치폭동 이후 중국이 신장에서 ‘재교육센터’라는 외피를 두른 강제수용소를 확장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도 꾸준히 나왔다. 그 가운데 한 취업사이트(应届毕业生网)에 올라온 2015년 신장 찹차르현의 ‘재교육센터’에서 위구르 수용자들에 대한 교육을 담당했다는 교사의 체험담이 눈길을 끌었다. 체험담은 ‘재교육센터’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 교사는 프로그램이 군사훈련, 애국 노래 부르기, 형법과 가족법 공부, 애국 동영상 시청, 자아비판서 쓰기, 연극 등장인물 연기 등으로 이루어졌다고 전해준다. 그는 모든 교육생들이 벌떡 일어나 눈물을 흘렸으며 과거 행위를 뼈아프게 뉘우쳤고 새로운 인간이 되기로 서약했다고 한다.
AP통신의 스 기자(G. Shih)는 바로 그 재교육의 대상이었던 베칼리라는 무슬림 교육생의 체험담을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베칼리는 교사들이 애국적 텍스트를 외우라고 강요했고 잘못을 자백하라고 압박했으며 자신들의 종교적 전통을 스스로 비판하고 다른 교육생들의 잘못을 고발하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이런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잠을 재우지 않고 음식도 못 먹게 했으며 독방에 집어넣고 구타했다고 한다. 위협과 폭력으로 무슬림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언론통제로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있지만 ‘재교육센터’는 최근의 돌발상황이 아니라 중국이 오랫동안 발달시켜온 강제수용소의 21세기적 형태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혹의 차원에서 제기되어 온 이와 같은 강제수용소의 현실을 파헤치고 또 세상에 알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협박과 살해의 위험을 무릅쓰고 줄기차게 헌신해 왔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BBC 중국특파원 존 서드워쓰와 컬럼비아국제대학 유럽대학의 아드리안 젠츠(A. Zenz)이다. 서드워쓰는 신장의 강제수용소로 추정되는 시설들에 대한 위성 사진 분석을 토대로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서 강제수용소의 실체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서드워쓰는 중국당국의 방해를 우회하여 끈질기게 신장 각지를 누비면서 인터뷰와 취재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방대한 강제수용소의 모습을 글로벌 미디어에 업로드해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의 자신과 가족에 대한 살해위협을 견디다 못해 서드워쓰는 지난 3월말 타이완으로 거처를 옮겼다.
젠츠는 강제수용소 신축을 위해 중국당국이 발송한 입찰 관련 문서와 신장 정부의 재정회계 자료를 추적하여 중국이 직업기능교육훈련을 위한 ‘재교육센터’라고 주장하는 대규모 시설들이 실상은 감옥과 똑같은 구조를 갖춘 강제수용소임을 밝혀냈다. 중국당국은 시설을 완전히 둘러싼 높은 담장, 보안 펜스, 철망, 보안출입문과 보안창, 첨단 감시 시스템, 접근 차단 시스템, 망루, 경비실, 경찰 근무 공간, 무장 경찰 대기 시설 설치 등을 입찰서류에 명기했다. 한 공문서는 “감금용 독방에 필요한 특수 출입문과 침대”를 요구했는데 그 설치 기준을 형무소의 시설에 맞추라고 강조했다. 젠츠는 중국당국이 하달한 수용소 소요 인력 충원을 위한 대량의 공문서를 추적하여 인력의 운영의 틀도 밝혀냈다. 대부분의 ‘재교육센터’는 자격 기준을 경찰과 같게 정했으며 어떤 경우에는 아예 경찰 근무 경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수많은 인력 충원 공문 어디에도 직업이나 기술 관련 학위 또는 자격증을 요구한 경우는 없었다. 교육훈련을 담당할 교사 직군의 자격 기준은 반드시 한족일 것, 학력은 중졸 이상일 것이라는 두 가지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 시진핑 시기 이후 중국이 신장 전역에 ‘재교육센터’라고 주장하는 대규모 강제수용소를 신축해 온 상황은 위성사진을 통해 상세하게 확인되고 있다. 2020년 9월 오스트레일리아 전략정치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 중국이 신장에 380 곳의 대규모 수용소를 신축했다고 결론지었다. 14 곳에서는 신축이 진행 중이었다. 젠츠는 건물 바닥 면적과 내부 시설 배치 상황을 토대로 100만명이 훨씬 넘는 인원의 수용을 목표로 신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0년 벽두 지구촌에 휘몰아친 광풍은 팬데믹의 신이 중국 편에 서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국은 팬데믹에 힘입어 손쉽게 신장을 외부 세계와 차단했다. 신장에 대한 관심은 일순간에 잦아들었고 높은 담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암흑 속에 묻혀갔다.
【우룸치 통신 2】
김영구 _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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