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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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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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차 산업혁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면서 농업에서도 새로운 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농업이다. 스마트 농업이 등장하게 된 밑바탕에는 우선 글로벌 요인으로 늘어나는 인구와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2009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전 세계 인구는 91억 명에 달해 34% 증가하는 반면, 경지면적은 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급격한 기후 변화로 기상 이변이 증가하면서 단위면적 당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세계는 식량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ICT와 같은 첨단기술과 융복합 기술의 발달은 각국이 스마트 농업의 도입을 촉진하는 배경이 되었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경우 농촌 노동력이 부족하고 농촌 인구의 고령화마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스마트 농업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그럼 스마트 농업이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농업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CT 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생산-유통-소비 등 농업의 전 가치사슬에 걸쳐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업이라 할 수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1차, 2차 산업혁명은 자동화를 이루었고 3차 산업혁명은 정보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온 과정이었다. 그에 비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의 출현과 빅데이터의 결합으로 농업의 제한인자였던 경지면적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성의 대폭 향상을 초래하는 혁명으로 볼 수 있다. 즉 기존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여기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되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산업혁명과는 또 크게 다르며, 전통 농업을 스마트 농업으로 비약하게 하는 혁명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 농업은 앞서 언급했듯 단순히 농업 생산뿐만 아니라 농산물 유통 및 소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개별 농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 팜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농업 선진국들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ICT 융복합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전략을 추진해왔으며, 현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첨단분석 기술이나 로봇 기술과 같은 핵심기술을 발전하는 과정에 있다. 이에 반해 중국과 한국은 뒤늦게 스마트 농업에 눈길을 돌렸으며 현재 주로 모니터링 및 제어 기능에 치중해 있는 상황이다. 최고의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스마트 농업 수준을 100으로 놓고 볼 때 한국은 75% 수준으로 약 5년의 격차가 있으며, 중국은 60% 수준으로 기술 격차는 약 7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 농업은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의지는 매우 강하다. 도시화에 따른 농촌인구의 감소, 농업인구의 고령화, 농경지 감소 등의 현안문제 해결과 농업의 현대화를 위해 중국도 스마트 농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5년부터 관련 정책을 속속 내놓으며 스마트 센싱 및 제어 시스템의 보급 확대, 지능형 장비의 연구제작, 농촌의 정보화 수준 향상,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 시스템 구축 등 다방면에서 스마트 농업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스마트 농업의 발전은 기술을 습득하고 경영관리 능력을 갖춘 농업 인재를 보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 이른바 ‘신농업인’ 육성에 힘써왔으며 현재 신농업인은 1,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도시에서 대학을 나온 대학생과 과학기술자, 기업가들로 구성된 이들 ‘신농업인’이 농업에 종사하면서 중국 농업의 전반적인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신농업인 육성을 위해 여러 농업대학교에서 신입생 모집 시 ‘졸업 후 고향의 농업 관련 기관에 종사하는 학생’ 정원을 별도로 두고 있으며, 이들은 재학기간 농업 기술에서부터 장비 및 경영관리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지식을 습득한다. 대학생들의 농업 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 및 자금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기존 ‘구농민’들의 기술경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역별로 컨설팅, 기술지도, 경영기법 전수 등의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도농 간 이원화된 구조 속에서 ‘직업’보다는 ‘신분’으로서의 개념이 보다 강했던 농민을 진정한 신농업인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호적제도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신농업인’ 육성과 관련하여 중국이 주요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곳은 바로 농민들의 경영가적 마인드가 강한 유럽이다.
아울러 중국은 농업의 6차 산업화도 강조하고 있다. 농산품 생산과 가공을 연계시키고 금융·물류·유통 등의 생산성 서비스업과 더불어 농촌의 유·무형의 자산을 활용한 문화·체험·레저·관광 등 소비성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농촌에 활력을 더해주고 농가소득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농촌의 서비스업 발전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2017년 2월 중국 정부가 내놓은 농촌토지의 시장화 개혁 조치이다. 이로써 도시자본과 외자의 농촌지역 3차 산업 및 건설용지에 대한 투자가 최초로 허용되었다.
중국의 스마트 농업은 연간 22%의 성장 속도를 보여 글로벌(13.3%) 및 한국(14.5%)의 시장 성장 속도를 상회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중국에서 스마트 농업이 가장 보편화된 기술은 IoT 센서, 모니터링 및 제어 분야이다. 농장에 설치된 각종 센서에서 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온도와 습도, 양분 등을 작물에 공급하고 병해충을 예방하며 이를 자동 및 원격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한편 중국은 농업용 드론 분야의 발전이 매우 빠르다. 중국의 농업용 드론 보유량은 2014년의 695대에서 2015년에는 2,324대로, 그리고 2016년에는 4,890대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불과 1년 사이에 중국은 농업용 드론 최다 보유국이 되었으며, 2020년에 이르면 중국 내 농업용 드론 수요량이 1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3년부터 ‘농식품 ICT 융복합 확산 대책’을 마련하여 스마트 농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형 스마트 팜 모델을 개발하여 향후 수출산업으로까지 이어지도록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팜 도입 농가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일부 성공적인 벤처기업이 출현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한국의 스마트 농업은 여전히 적지 않은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 팜 관련 기기의 국산화와 표준화가 미흡한 실정이며 시설현대화 수준 또한 미흡하여 융복합 확산에 애로가 되고 있다. 스마트 팜 운용 및 지원 기술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이 부족하며, 농업인과 지자체의 관심도 저조한 편이다. 기업과 농민 간 상생 모델이 부재하며, 무엇보다 정부의 폭넓은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이 스마트 농업을 통해 침체된 한국 농촌과 농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 완화 추진이 시급하다. 현재의 포지티브 방식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여러 부처와 법령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정비하는 방식의 새로운 접근을 요한다. 스마트 팜 구성기기의 표준화, 빅데이터 수집 및 관리 시스템 구축, 전문 인력 양성, 농가 실습교육 강화 등도 중요시해야 할 부분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갈수록 다양화, 개성화 되어가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개별수요 맞춤형 전략으로 스마트 농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기업과 농민 간 상생을 통한 첨단농업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농업생산에 참여한다 할지라도 클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농민들을 참여시킴이 바람직하다. 한편 최근 도시자본과 외자의 농촌지역 2차, 3차 산업 투자를 허용하는 등 농업 분야 개방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농업시장에 대한 진출도 적극 검토해볼 수 있다.
김부용 _ 인천대학교 동북아통상대학 교수
이 글은 김부용(2018), 「중국의 스마트 농업혁명과 한국의 기회」, 이근 외(2018), 『미래산업 전략 보고서』, 21세기북스의 내용을 요약한 것임.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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