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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4월호
중국의 ‘학문굴기’와 중국적 표준 _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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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경제와 중국사회의 발전에는 중국의 학문적 수준의 향상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학문 발전을 주도한 것은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중국으로 돌아온 이른바 ‘하이구이’(海歸)이다. 그들은 학문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명문대학에서 국비 혹은 사비 유학을 하면서 선진 학문을 흡수하고 세계적 수준의 학문적 능력을 몸에 체득한 자들이다. 어떤 유학생은 유학한 나라의 연구기관 혹은 대학에 그대로 남아 연구원 혹은 교수로 근무하고, 어떤 유학생은 중국으로 귀국하여 모국의 대학 혹은 연구기관에서 활약하는 길을 선택한다. 미국을 발원지로 한 2008년 금융위기는 하이구이의 인원을 더욱 증가시켰다. 


미국의 이른바 아이비리그대학에 속하는 명문대는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고, 일본의 명문대학인 도쿄대학(東京大學)과 교토대학(京都大學)도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다. 또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공학자 가운데 중국인과 인도인이 가장 많으며, 이들이 실리콘밸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이구이’가 중국 국내에서 활발히 학술활동을 전개하면서 중국의 학문 수준은 급속히 향상되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보면, 1990년대 중국의 학술지에 보고서와 같은 수준의 논문이 자주 게재된 것을 목도할 수 있었지만, 요즘 그러한 수준 낮은 논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필자의 전공 분야인 화교학(華僑學) 분야에서는 1차 사료를 활용하여 논리정연하게 논지를 전개하는 우수 논문이 많이 양산되고 있다. 우수 논문 저자의 상당수가 하이구이 출신이며, 대체로 30대와 40대 초중반이 많다. 하이구이가 아니더라도 해외 대학에서 객원교수 혹은 초빙교수로 근무하면서 선진학문을 흡수한 학자도 하이구이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학자는 중국의 고도경제성장과 함께 성장한 세대로 자신감이 가득 차 있고, 해외 유학을 경험했기 때문에 사고도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중국의 여러 문제를 있는 그대로 비판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대학 교수 채용에서 ‘연고’(緣故)나 ‘관시’(關係)가 실력보다 더 중요한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연고’나 ‘관시’보다 실력이 우선되고 있다. SSCI급 논문이나 중국 국내서 인정하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지 못하면 아무리 베이징대(北京大)나 칭화대(淸華大) 출신이라도 교수로 채용되기 어렵다. 대학 교수 채용 인원은 한정되어 있고 국내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원이 쏟아지다 보니 교수 채용 경쟁률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이전과 같이 적당한 연구 성과로 연고와 관시로 대학교수 되는 시대는 거의 끝난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 명문대학의 교수가 되려면 미국과 유럽의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하이구이가 아니면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 채용과정에서만 경쟁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승진 심사 때 SSCI급 논문이나 중국 국내서 인정하는 학술지 게재 논문을 요구하는 대학이 많다. 중국정부도 이러한 경쟁시스템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와 홍콩의 거부인 리카싱(李嘉盛)이 중국 대학의 학술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장강학자장려계획(長江學者獎勵計劃)을 수립하고, 장강학자특별초빙교수를 임명하고 있다. 장강학자로 선정되면 국가급, 국내 최고학자의 칭호를 받아 각종 연구프로젝트 및 교육 분야에서 많은 혜택을 받는다. 
 

중국의 학회 운영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학회 회원은 보통 세 자리 수로 인력이 풍부하다. 1년에 한 번 개최하는 정기학술 대회의 경우, 인문사회과학분야라 하더라도 이틀에 걸쳐 개최해야 할 정도로 발표자가 많다. 필자가 보기에 학술대회의 운영이나 발표 및 토론의 수준이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학회 발표자 가운데 젊은 연구자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30대와 40대 초반이 많다. 일본과 한국의 학회의 경우, 학문후속세대가 좀체 육성되고 있지 않아 회원의 노령화가 심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중국의 학문 발전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세계의 학자는 CNKI(China National Knowledge Infrastructure, 中國知網)의 사이트(www.cnki.net)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1915년부터 현재까지 발간된 중국의 학술지 게재 논문 및 기사 6천만 건, 박사학위논문 33만 건, 우수석사학위논문 315만 건의 전문을 온라인으로 검색, 열람을 할 수 있다. 2013년 이 사이트를 방문한 인원은 21억 명(복수포함), 전문(全文) 다운로드 건수는 12억 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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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KI는 한국과 일본의 학술정보망보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보다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석사 및 박사학위논문을 자유롭게 다운로드할 수 없지만 CNKI에서는 전문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미 발표된 논문 및 일반 잡지에 게재된 학술형 기사도 1915년부터 검색 및 열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중국의 중앙 및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각종 통계서와 연감, 회의록 등의 자료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요즘 중국에서 연구자를 평가할 때 CNKI의 사이트에서 연구자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검색된 연구 성과 목록을 보면 대체로 연구자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학문 수준이 향상되면서 해외 학자가 CNKI를 검색하는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CNKI는 중국정부 교육부와 칭화대학이 1996년부터 협력하여 구축한 것으로 콘텐츠의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다른 중국의 서비스 제공 사이트를 압도한다.
 

중국정부는 CNKI와 함께 중국판 사회과학분야학술논문지수라 할 수 있는 CSSCI(Chinese Social Science Citation Index)를 구축하고 있다. 2017년 1월 발표된 CSSCI(2017-2018)의 목록에 의하면, CSSCI에 등재된 학술지는 총 554종이다.
 

중국정부가 CNKI와 CSSCI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중국의 학술 기반 강화에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세계 학문에 있어 ‘중국적 표준’(Chinese standard)을 확립하기 위한 시도의 기초단계의 의미가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의 표준인 ‘서구적 표준’을 대체할 ‘중국적 표준’을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그 핵심의 하나는 학문상의 ‘중국적 표준’의 확립이 아닐까 한다.

 

이정희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NKI_logo-new.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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