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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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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과학소설 『신비정』과 『비행선』, 초기 SF 번역본을 통해 본 근대과학의 관념들 _ 김빛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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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후 인류의 일상을 상상할 때, 우리는 흔히 삶을 더 편리하고 자유롭게 만드는 갖가지 과학기술의 산물을 떠올리며 이들이 미래에는 얼마나 더 발전해 있을지 궁금해한다. 1900년대 초 사람들이 상상한 백 년 후를 묘사한 그림들을 보면, 공중 택시나 개인용 비행기와 같은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이 눈에 띈다. 1783년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는 사람이 탄 열기구를 하늘에 띄웠고, 1903년 미국에서 라이트 형제는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제작했다. 신화 시대부터 하늘을 나는 꿈을 품었던 인류가 근대과학의 발전을 통해 그 꿈을 실현시킨 것이다. 20세기 초 유럽 등지에서는 어느 정도 실용화된 비행선이 활용되고 있었지만ㅁ, 그것이 흔하고 일상적인 교통수단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물며 아직 본격적인 근대화 시기에 진입하지 않았던 한반도와 중국 대륙의 사람들에게 하늘을 나는 배는 더욱 놀랍고 신기한 발명품이 아니었을까?

     

이 글에서는 20세기 초 중국과 한국에서 번역된 『과학소설 신비정(新飛艇)』과 『과학소설 비행선(飛行船)』을 통해, 당시 근대과학의 이미지와 과학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스며들었는지 짐작해보고자 한다. 이 작품들의 경우처럼 근대 초기 서구 대중소설이과학소설(科學小說)’이라는 표제어를 달고 중국에서 번역된 후 중역(重譯)을 통해 다시 한국으로 번역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흥미롭게도 원작은 ‘과학소설’과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탐정의 이국적인 모험과 사건 해결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표제에는 명시되었지만 소설 텍스트 안에서는 과학이라는 단어를 거의 찾기 어렵다는 점도 재미있다.

     

1. 미국 대중소설이 과학소설’로 번역되기까지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Science Fiction, SF 장르의 문학작품은 공통적으로 근대 초기 외국문학의 번역과 수용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청나라 말부터 중화민국 초기까지를 일컫는 만청민국(晩淸民國) 시기, 아편전쟁 이후 반제·반봉건의 이중 과제에 직면한 중국 지식인들은 구망(救亡) 계몽의 기치 아래 문학이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새로운 문학의 창작 형식을 다양하게 탐색하는 한편, 서구의 근대적인 과학 지식을 보급하기 위해 외국 소설을 번역하여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갑오경장 이후 개화기의 조선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당시 서구 언어보다는 전통 한학(漢學) 익숙했던 이해조(李海朝) 김교제(金敎濟) 등의 번역자들은 중국에서 먼저 번역된 서구 문학작품을 다시 한글로 중역(重譯)하여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신비정설부총서(說部叢書)10() 1(), 초집(初集) 91() 해당하는 작품으로, 표지에과학소설이라는 표제어가 병기되어 있다. 청나라 말부터 민국(民國) 초기에 걸쳐 상하이 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에서 출판한 번역문학총서인설부총서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10집으로 구성된 시리즈(十集系), ()마다 10() 작품이 포함된 100편으로 이루어졌으며 후일 편이 대체되어 102편이 되었다. 다른 하나는 4집으로 구성된 시리즈(四集系)이다. 1집부터 3집까지는 100, 4집에는 22편의 작품이 포함되어 모두 322편으로 구성되었다. 4 시리즈 초집(初集) 전신이 10 시리즈인데, 훗날 교체된 작품을 포함하면 324편이 된다. 신비정 원작자는 미해특성기보사(尾楷忒星期報社), 역술자(譯述者) 상무인서관편역소(商務印書館編譯所), 발행자는 상하이 상무인서관으로 표기되어 있다.

     

설부총서 10 시리즈에서 10 1편에 해당하는 초판본 표지에는 제목 위에과학소설이라는 표제어가 붙어 있고, 광서 33(1907) 12 초판본의 발행자·인쇄소·총발행소 모두 상무인서관으로 되어 있다. 초집의 91편에 해당하는 4 시리즈의 재판본 표지에도 제목 오른편에과학소설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으며, 무신년(戊申年, 1908) 정월 초판본이, 민국 3(1914) 4 재판본이 나왔다. 발행자와 인쇄소는 모두 상무인서관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 글에서 참조한 4집 시리즈 초집의 91편 판본(영인본) 경우, 표지를 제외하고 156, 내용은 전체 35()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교제가신비정 한글로 역술(譯述) 것으로 밝혀진비행선 한국 근대소설사 초창기에 해당하는신소설 분류되는 작품이다. 1894~1910 사이 개화기문학 시기 등장한 전업 문필가들이 한글 위주의 글쓰기를 직업적으로 수행하면서 출현한 신소설은 근대적·상업적 유통 과정을 거쳐 독자들에게 소비되던 상품화된 소설이었다. 비행선 원작은 오랫동안 베른의기구를 타고 5주간(Cinq semaines en ballon)으로 여겨졌으나, 인명 표기 공간적 배경을 근거로 베른 소설 원작이 아님이 입증된 , 고유명사 표기 방식을 근거로 중국어본을 번역한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후비행선 원작이 미국 대중문학의  형태인 다임 노블(dime novel) 작가 프레드릭 데이(Frederick Van Rensselaer Dey) 집필한탐정 카터 연작물(Detective Nick Carter Series, 1907) 에피소드 일부임이 확인되었고, 영어 원작이 아닌 『신비정』을 바탕으로 중역(重譯)된 작품임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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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왼쪽부터 탐정 닉 카터 연작물(Detective Nick Carter Series)의 한 에피소드 표지(1907)

『과학소설 신비정』(1908) 표지•김교제의 『과학소설 비행선』(1912) 표지

     

한중 양국에서 근대시기 번역된 문학작품들은, 당시 흔했던 역술 혹은 번안의 번역 방식 때문에 같은 원작을 번역했다 해도 결과물이 구성과 내용 측면에서 사뭇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러나신비정 이를 바탕으로 번역된비행선 경우, 번역 과정에서 일어난 변화를 추적하고 번역본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또한 번역본의 출판 시기가 비교적 가깝다는 점에서 당시 양국의 문학적 교류 양상을 짐작할 있는데, 이는 유사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작품의 번역 수용 양상을 살펴볼 있게끔 한다.

     

2. 신비정 비행선』 속 근대과학의 이미지들

     

작품의 주인공 니개특(尼楷忒) 탐정이자 모험가이며, 다른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태배극(泰培克) 이특나(伊特那)이다. 소설은 미국 뉴욕 공원 경마장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서 시작된다. 니개특의 사건 해결 과정에서 네팔 근처 속의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나라 잡맹특(卡孟忒) 여왕 이특나가 범인으로 드러난다. 이특나는 조난당해 잡맹특에 들어갔다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태배극을 납치하여 비행선을 타고 달아나고, 니개특은 태배극을 구하기 위해 동료 기극(企克) 함께 잡맹특에 잠입하여 갖가지 첨단과학기술 설비와 무기를 갖춘 잡맹특의 수도 성감()에서 모험과 활극을 벌인다.

     

여왕을 제거하려는 세력에 맞서 니개특은 이특나의 부하 낭나언(那嫣)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하고, 니개특과 기극·태배극·이특나·낭나언은 비행선을 타고 뉴욕으로 돌아온다. 『신비정』은 원작의 내용을 옮기면서도 중국 고전소설의 장회체(章回體)’ 체계에 따라 내용을 세분하여 나누고, 중국 전통 공안소설(公案小說) 익숙한 독자들을 감안하여 원작의 추리소설적 특징을 가능한 그대로 살렸다고 있다. 이에 비해 『비행선』은 중역(重譯) 과정에서 『신비정』 일부 다르게 표기된 지명과 인명 등을 하나로 정리하여 표기하고, 35장으로 구성된 『신비정』을 13장으로 나누었다. 번역 과정에서 당시의 한글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요소들은 과감히 삭제하기도 했으며, 태배극과 이특나의 연애 관련 내용을 상당 부분 축소하는 한편 일부 요소들은 추가적인 서술을 덧붙여 더욱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치며 추리와 모험과 로맨스 서사가 과학소설로 번역된 이유를 중국어와 한글 번역본의 텍스트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신비정』과 『비행선』은 원작과는 달리 하늘을 나는 거대한 배를 제목으로 내세운다. 이특나 여왕이 타는 飛艇(비행선)’에 대한 묘사는 『신비정』과 『비행선』 모두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이 신묘한 배의 성능은 경기구(輕氣球)와 비행선이 많은 소설 속 뉴욕에서도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것으로 묘사된다. 이특나의 비행선은 뉴욕의 것보다 한층 빠르고 가벼우며, 주위 환경에 맞추어 빛깔을 바꾸는 위장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당시 중국과 한국에서 흔치 않았던 비행선은 아마도 과학기술과 문명의 상징 같은 신기한 발명품이었을 터인데, 『신비정』과 『비행선』은 이 첨단과학의 신문물을 전시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두 편의 과학소설은 발달한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과학의 산물들을 전시하듯 잇따라 묘사한다. 비행선에 이어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은 첨단과학이 발달한 잡맹특 사람들이 소리의 울림과 진동인 성랑(聲浪)을 활용해 만든 신무기들과 도시 전체에 즉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중앙전성기(中央傳聲器)이다. 또한 전기와 이를 이용한 여러 도구들도 묘사되는데, 잡맹특의 수도 성감에는 사람이 움직이면 저절로 켜지는 전기등과 스스로 여닫는 문이 즐비하다. 작품 중간 니개특과 기극이 잡맹특의 수도 성감에 잠입하는 장면에서 중국어와 한글 번역본은 공통적으로 빛 한 점 없이 캄캄하고 인기척 없던 도시에 별안간 수많은 전기등이 켜지는 모습을 묘사한다. 이 장면은 긴장감과 기대를 높이는 한편,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을 보유한 가상의 국가 잡맹특의 신비로움을 강조한다. 무수한 전기등은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과학문물의 상징이며, 성감은 당시 사람들이 상상하던 마법 같은 과학기술의 도시였다.

    

『신비정』과 『비행선』이 번역된 20세기 초, 한국에서 등장한 여러 신소설 작품들은 근대과학이 만들어낸 신문물의 소개에 주력하는 경향을 띠었다. 탐정 닉 카터의 추리와 모험 이야기가 과학소설이라는 표제와 함께 『신비정』과 『비행선』으로 번역된 것은, 원작 곳곳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치와 신기한 사물, 새로운 기술이 경이로운 과학의 산물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대낮에 공원에서 일어난 살인이나, 신비한 이국의 여왕과의 사랑이라는 강렬한 사건만큼이나 그 시대 독자에게 과학문명의 발명품은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의 번역을 통해 놀랍고 신기한 과학기술의 성과를 소개하고, 나아가 근대과학과 문명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당시 번역자와 역술자들의 기대와 바람이었음을 또한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의 주인공 니개특이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고 모험하는 과정에서 드러내는 과학적인 지식과, 그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은 과학문명을 체득한 근대적인 개인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문명개화를 추구하던 당시의 지식인들에게, 영웅적으로 활약하는 니개특의 모습은 근대과학과 이성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인물형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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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신비정』(1908)의 첫 장()과 『비행선』(1912)의 첫 장()

   

3. science, 격물치지(格物致知)에서 과학(科學)으로

    

제목과 함께 과학소설을 명기한 표지와는 달리, 『신비정』과 『비행선』의 내용에서는 정작 과학(科學)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신비정』18장에는 이렇게 격치학이 발달한 세계(處此格致學發達之世界)’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로부터 당시 서구의 근대과학기술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직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으며, 당시 격치과학이 함께 사용되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 한중 양국 모두과학이라는 단어를 영어의 ‘science’에 대응하는 번역어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지만, 본래 과학(科學)’이라는 단어는학문의 분과(分科)’ 혹은과거의 학문(科擧之學)’ 가리키는 단어로 중국에서 만들어져, 고려시대부터 과거를 실시한 조선에서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중국과 한국의 고전문헌에서는과거를 위한 학문 의미로과학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사례를 찾아볼 있다. 단어가 서구의 근대과학을 지칭하는 ‘science’ 번역어로 선택되어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은 메이지(明治) 시대 일본이 국가적으로 서구 문화와 학술서를 번역하면서과학이라는 단어를 채용한 데서부터 시작한. 관련 연구에 따르면 1874년 일본의 계몽사상가 니시 아마네(西周)의 『지설(知說)』을 첫 용례로 보지만, ‘science’를 다른 의미로 번역한 사례도 있고 비슷한 시기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의 글에도 해당 표현이 등장하는 등 누가 언제부터 ‘science’科學으로 처음 번역했는지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여러 문헌과 용례 등을 고려하면, 메이지시대 중기 이후科學 science의 번역어로 정착하기 시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科學’와 science가 서로 간의 번역어로 성립했을 때, ‘科學분과의 학문’이란 의미를 넘어 포괄적인으로서 여러 학문의 분야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의미로 거듭난과학’이라는 단어가 다시 중국에 들어오는데, 당시 중국에서는 명말청초(明末淸初) 유생들이 예수회 선교사가 소개한 서양의 과학기술을 지칭하기 위해 진리를 탐구하는 방법론을 뜻하는 주자학 용어격물치지(格物致知)’에서 가져온 격치(格致)’를 사용하고 있었다. 청말 사대부들에게 과거는 여전히 과거의 학문을 의미했지만, 신식 교육이 강화되고 1905년 과거가 폐지되면서 과학격치를 대체하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조선에서는 유길준(兪吉濬) 1895『서유견문(西遊見聞)』에서 처음으로 과학철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 과학은 일본의 조선인 유학생들이 간행한 학술잡지에서 자주 쓰이며철학’과 구분되기 시작하였다. ‘과학’이 ‘science’의 번역어로 정착하는 과정과 함께 『신비정』과 『비행선』이 번역되어 한중 양국에 소개된 시기를 살펴보면, 두 작품이 번역된 시기는과학’이 기존의 의미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그것이 점차 사용 범위를 넓혀가던 때와 맞물려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번역된 두 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서구 근대과학의 다양한 이미지를 묘사하고 전시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이를 지칭하는 번역어로서의과학’보다는 관련된 여러 다른 어휘들이 등장한다. 『신비정』의 텍스트 속에서는격치(格致)’, ‘격치의 이치(格致之理)’, ‘격치가(格致家)’, ‘격치학(格致學)’ 등의 용례가 여러 차례 보인다. 이로부터 『신비정』이 번역된 시기, ‘과학’이라는 용어가 도입은 되었으되 아직까지는격치’와 병행해서 사용되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비행선』의 내용에서도과학’ 혹은격치’ 등 서구로부터 들어온 근대과학을 지칭하는 단어는 찾기 어렵지만, 근대과학의 구체적인 활용을 의미하는기술’의 용례가 나타난다. 『신비정』의 12장에서 묘사한 잡맹특의 풍속과 쇄국을 설명하는 부분에 덧붙여, 『비행선』의 9장에서는 ‘잡맹특 사람들이 제 나라 기술이 뛰어남을 자부한다(그나라 기슐(技術)의 특이ᄒᆞᆷ을 자부(自負)ᄒᆞ)’고 설명한다. 여기서 사용된기슐(技術)’의 의미는, ‘근대과학의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사물을 인류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두 작품의 텍스트 속에서는 적자생존을 의미하는 ‘물경천택(物競天擇, 『비행선』은 인종경쟁(인죵경ᄌᆡᆼ)으로 번역)’이나 서구 근대자연과학의 분과학문을 지칭하는 화학(化學), 성학(聲學), 전학(電學), 물리(物理)’ 등의 단어를 찾아볼 수 있다. 구체적인 과학의 분과를 지칭하는 단어의 용례는 『신비정』보다 4년 뒤에 출간된 『비행선』 속에서 좀 더 많이 나타나며, 『신비정』에서는 서양의 과학기술을 가리키는격치’ 및 이와 관련된 단어의 용례를 다수 발견할 수 있다.

 

근대 초의 역사적 격변기, 망국(亡國) 위기에 직면한 한중 양국의 지식인들은 서구의 근대문명을 도입하여 국가 제도를 개혁하고 민중을 교육하고자 했고, 문학작품 번역은 노력의 일환이었다. 처음으로과학소설’이 번역되던 시기는, 근대과학의 다양한 이미지와 관념을 담은 소설 텍스트들이 번역과 이를 모방한 창작을 통해 독자대중에게 아직은 낯선과학’과소설’을 보급하던 시대였다. 번역된 과학소설은 근대과학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한편, ‘novel’ 혹은 ‘fiction’이라는 새로운 서구의 문학 양식을 수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번역된 텍스트는 근대과학과 관련된 새로운 개념과 이를 뜻하는 개념어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과학소설의 번역은 새로운 개념과 개념어의 유입 및 전파에 일정한 역할을 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과학이라는 오래된, 그러나 새롭게 의미를 부여받은 단어는 소설을 통해 근대과학의 이미지를 생성하며 SF 장르의 시작을 알렸다. 시기를 지나 한국과 중국에서공상과학소설과환소설 본격적으로 발전하며 주목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양국 SF 맹아기라고 있는 시기 과학을 주제와 소재로 삼은 문학작품의 번역소개와 창작은 다방면적인 연구 가치와 가능성이 풍부하다고 있다




김빛나리 _ 중국 쓰촨대학교 문학박사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이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논문 中韓早期科學小說譯介與科學觀念的引入-鐵世界』•『新飛艇等爲中心』의 내용 중 일부를 간추린 것이며위 글에서는 주로 아래의 문헌을 참고하였음을 밝혀둔다



** 참고자료

1) 尾楷忒星期報社 著, 商務印書館編譯所 譯述(1908), 『說部叢書 初集 第九十一編 科學小說 新飛艇』, 上海: 商務印書館.

2) 김교제 譯述(1912), 과학쇼셜 ᄒᆡᆼ(飛行船), 京城: 東洋書院.

3) 김교제·안국선, 권영민·김종욱·배경열 (2003), 『「목단화」·「치악산(비행선」·「금수회의록」·「공진회」』,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부.

4) 金觀濤·劉靑峰(2009), 『觀念史硏究: 中國現代重要政治述語的形成』, 北京: 法律出版社.

5) 付建舟(2019), 『商務印書館《說部叢書》敍錄』, 北京: 中國社會科學出版社.

6) 마루야마 마사오·가토 슈이치 , 임성모 (2000), 『번역과 일본의 근대』, 서울: 이산.

7) 쩌우전환 , 한성구 (2021), 번역과 중국의 근대, 파주: 궁리.

8) 야마모토 다카미쓰 , 지비원 (2023),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서울: 메멘토.

9) 황종연 (2013), 『문학과 과학. 1, 자연·문명·전쟁』, 서울: 소명출판.

10) 대중문학연구회 (2015), 과학소설이란 무엇인가, 서울: 국학자료원.

12) 최애순(2023), 한국 과학소설사, 서울: 소명출판.

13) 강현조(2011), 김교제 번역·번안소설의 원작 대본 연구-<비행선><지장보살><일만구천방><쌍봉쟁화> 중심으로-, 현대소설연구48.

14) 강현조(2015), 「『비행선(飛行船) 중역(重譯) 텍스트 변형 양상 연구, 한국현대문학연구45.

15) 김성근(2014), 니시 아마네(西周) 과학개념-’, ‘物理’, ‘格物 중심으로-, 동서철학연구73.

16) 김주리(2011), <과학소설 비행선> 그리는 과학 제국, 제국의 과학-실험실의 미친 과학자들(1)-, 개신어문연구34.

17) 최애순(2020), 초창기 과학소설의 갈래 양상철세계비행선』」, 우리어문연구68.

18) 최원식(1992), 이해조의 계승자, 김교제, 민족문학사연구2.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2. Nickels and Dimes(by Northern Illinois University) https://dimenovels.lib.niu.edu/

尾楷忒星期報社 著, 商務印書館編譯所 譯述(1908), 『說部叢書 初集 第九十一編 科學小說 新飛艇』, 上海: 商務印書館.

김교제 譯述(1912), 과학쇼셜 ᄒᆡᆼ(飛行船), 京城: 東洋書院.

https://weibo.com/1615055180/L3Ri7qORP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bookgram&logNo=120065248553&parentCategoryNo=&categoryNo=45&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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