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웹진 관행중국 8월호 《차이나타운 수호신 마조묘(媽祖廟)》에서 “바다가 있는 곳에 화인이 있고, 화인이 가는 곳에 마조가 있다(有海水處有華人, 華人到處有媽祖)”고 했지만, 여기에 관제묘(關帝廟)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마조묘 다음으로 많은 것이 관제묘이고, 세계의 차이나타운에 관제묘가 설치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관제묘는 삼국시대 촉한 유비의 무장 관우를 모신 사당으로 중국 국내에 한정하면 마조묘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1. 요코하마중화가의 관제묘 정문
지난 11월 9일 토요일 오후 요코하마중화가를 찾았다. 중화가 패루 앞 거리는 관광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번화한 거리를 지나 조금은 한적한 곳에 자리한 관제묘에도 찾는 참배객이 적지 않았다. 요코하마중화가 내에 있는 관제묘는 언뜻 보기에도 화려하고 중국풍의 건축인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정문의 패루에는 번체로 ‘關帝廟’라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패루의 지붕에는 용의 조각품이 장식되어 중국 광둥성의 사원 지붕 양식과 비슷했다. 패루를 통과해 정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베이징에서 수입된 운룡석(雲龍石)을 조각해 만들었다. 정전 입구 앞에는 타이완에서 제작되어 수송된 4개의 화려한 장식의 기둥이 서 있고, 대형 향로가 설치되어 참배객은 이곳에서 향을 피운다.
관제묘에는 주신인 관우가 중앙에 ‘관성제군(關聖帝君)’으로 모셔져 있다. 관우 이외에도 다른 신상이 모셔져 있다. 지모낭낭(地母娘娘)은 중국의 신화에 나오는 지모신으로 장수, 다산, 지상의 재해에서 보호해주는 신이다. 주창(周昌)은 관우를 호위하던 장군으로 관우가 죽은 것을 알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절의 신으로 모셔져 있다. 관평(關平)은 관우의 양자로 무신으로서 충의와 용감함으로 숭배되는 신이다. 관음보살(觀音菩薩)은 건강과 다산을 지켜주는 신으로 구하는 자에게 자애를 주시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복덕정신(福徳正神)은 토지신으로 상인, 광부, 어부로부터 수호자로 숭배받는 신으로 풍요로움과 부를 가져다 주는 신으로 숭배된다. 관제묘는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 양력 1월 1일과 춘절을 맞이해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와 함께 사자춤 공연을 하고, 관우의 탄생일에는 관우의 신상을 태운 신여(神輿)로 중화가를 순행한다. 다른 신들도 탄생일에 맞춰 기념행사를 한다.
사진 2. 관제묘 정전의 '관성제군' 신상
요코하마중화가에 관제묘가 설치된 역사는 150년이 넘는다. 일본 개항 후 중국인이 개항장인 요코하마에 이주하자, 1871년에 간토지역 화교의 기부로 본격적인 중국 양식의 관제묘가 건축되었다. 이것이 초대 관제묘이다. 그러나 초대 관제묘는 1923년 9월 간토대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1925년 가을 제2대의 관제묘가 중화회관의 뒤편에 재건되었다. 그러나 이 관제묘도 1945년 5월 29일 미군의 요코하마 대공습 때 소실되었다.
패전 후인 1947년 여름 예전의 목재를 이용해 제3대 관제묘를 완성했지만, 이 관제묘도 1986년 원인불명의 화재로 소실되었다. 다행히 관성제군, 관음보살, 지모낭낭의 신상은 무사히 살아남아 제4대 관제묘에 모셔져 있다. 제3대 관제묘가 소실된 후 요코하마관제묘재건위원회가 조직되어 제4대 관제묘 재건 운동이 시작됐다. 중국대륙 출신 건축사가 선발되어 장식과 건축 자재는 가능한 한 중국에서 수입해 조달했다. 일본 각지의 화교 2천여 명이 관제묘 재건을 위해 6억엔을 모금했다. 제3대까지의 관제묘는 중화가의 뒷거리에 있어 참배자 대부분은 지역 화교였다. 그래서 제4대의 관제묘는 지역민과 관광객의 접근이 용이한 요코하마중화가 내로 이전했다. 1990년 8월 14일 현재의 제4대 관제묘가 완공되어 개묘식을 거행했다.
사진 3. 관제묘 거리
【화교·화인의 ‘세계’ 9】
이정희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문헌
遊仲勳·斯波義信·可兒弘明 編, 『華僑·華人事典』, 弘文堂, 2002.
요코하마관제묘홈페이지(https://yokohama-kanteibyo.com/)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2,3. 필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