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사진 1. 중국의 플랫폼 노동자
플랫폼 경제: 창조적 혁신 or 자본주의의 최첨단 형태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 이미 깊숙이 들어온 ‘플랫폼 경제’(platform economy)는 초기에만 해도 참여자들이 수행하는 ‘자발적 노동’을 데이터로 수집하여 매개함으로써, 이용자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수익을 가져다주는 창조적 혁신의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휴자원이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플랫폼 모델의 확산은 데이터 소유와 통제권의 독점, 플랫폼과 시장에 대한 관리와 규제, 불안정하고 임시적인 일자리 양산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닉 서르닉(Nick Srnicek)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혁신적인 플랫폼 경제라는 화려한 수사 이면에 감춰진 ‘플랫폼 자본주의’(platform capitalism)의 작동 메커니즘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즉 플랫폼 경제는 막대한 데이터를 독점하고 추출 및 분석·활용하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발전했으며,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통제를 구조화함으로써, 플랫폼 기술의 지배가 사회 전반에 걸쳐 권력화되는 자본주의의 최첨단 형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국가의 막대한 자원을 활용한 공공플랫폼의 개발과 민주적 참여와 공정한 부의 재분배가 보장되는 ‘탈자본주의(post-capitalist) 플랫폼’ 혹은 ‘플랫폼의 집산화(collectivism)’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닉 서르닉, 2020).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
이와 관련하여 최근 중국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데이터의 독점 및 착취와 식민화라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내재적 한계를 비판하며,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社会主义平台经济)의 구축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는 논의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마윈즈(马云志)와 왕인(王寅)은 서르닉이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이론의 토대에서 플랫폼 경제의 독점화 및 착취적 경향을 명확하게 드러내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플랫폼’ 자체는 자본주의 체제 특유의 것이 아니며 사회주의 체제에도 플랫폼 경제 고유의 성격과 발전 법칙이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马云志, 王寅, 2021). 이들에 의하면 플랫폼 자본주의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여 하층 계급에 대한 상층 계급의 절대적 통제를 실현하는 것이 기본 목표이며, 궁극적으로 디지털 착취와 디지털 식민화의 영구적 발전을 실현하려는 체제이다.
이에 반해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는 인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를 토대로 운영되며, 그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노동자 인민의 공동부유(共同富裕)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사회주의적 체제의 긍정적 요소와 유리한 조건을 플랫폼 기술과 적절하게 통합하여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의 발전을 견인 및 촉진할 것을 주장한다. 즉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과 디지털 플랫폼 기술의 장점을 접목하여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고, 플랫폼 경제의 공동 구축과 공유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사회주의’는 실현 가능한가?
사회주의적 플랫폼이라는 구상은 정말 실현 가능한 것인가? 현재로서는 아직 이에 대해 정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이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 실현의 핵심 전제로 제시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스템의 장점’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필요하다. 먼저 중국공산당의 지도하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플랫폼이라는 사회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통제 및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이에 대해서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규제를 구체적 사례로 제시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거대 독점기업의 시장 독점이라는 폐단을 규제하기 위해 반독점법의 시행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공산당이 어디에 역량을 집중하는지에 따라 플랫폼 경제에 대한 인식과 규제의 범위 및 강도가 계속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2022년 플랫폼 기업의 성장 정체 속에서 플랫폼 경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 및 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즉 플랫폼 경제에 대한 ‘강력한 관리와 감독’에서 ‘안정적 기대’와 ‘건강한 발전의 촉진’을 강조하는 기조로 변화되었다. 특히 2023년 3월에 제출된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플랫폼 경제의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정책 마련이 국가의 중점 업무 중 하나로 상정되었다. 이처럼 중국공산당의 집중지도는 플랫폼 경제의 자본주의적 특성을 규제하거나 통제하는 상수라기보다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법체계로 플랫폼 경제의 독점과 착취적 경향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데이터 보안법’을 통한 개인과 조직의 정당한 권익 보호 및 데이터 주권의 확보를 사례로 제시한다. 즉 플랫폼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과 미중 전략경쟁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데이터국’을 설립하여 데이터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데이터의 개발과 활용 및 보안에 관한 표준과 규범을 제정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데이터를 사적독점과 외부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규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있다. 이는 ‘데이터의 국유화’라는 논리로 연결되는데, 하지만 사적 소유에서 국유로 전환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는 여전히 난점으로 남는다. 물론 플랫폼 자본주의의 독점화 경향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규제와 관리 및 감독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데이터 국유화’로의 귀결이 바람직한 모델인지에 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국가의 데이터 독점이 인민의 일상을 더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디지털 전체주의’(Digital Totalitarianism)의 출현과 같은 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셋째는 중국공산당은 대중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인민을 위한 플랫폼, 인민에 의존하는 플랫폼, 인민이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현하여 궁극적으로 인민의 공동부유를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의 구체적 정책은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 고용과 민생을 안정시키겠다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플랫폼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나 노동조건은 더욱 불안정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즉 플랫폼에 기반해 창출된 고용은 기존의 전통적인 노동관계와는 달리, 사실상 임시로 서비스 계약을 맺고 일감을 수주하는 불안정 고용형태가 대부분이며,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험과 비용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개인에게 외주화되는 구조이다. 그리고 플랫폼 노동은 흔히 ‘자유로운 노동’으로 선전되지만, 실제로는 자동화된 알고리즘 통제 시스템에 의해 노동시간과 노동 평가 등의 노동과정이 훨씬 체계적으로 통제되고 있다(정규식, 2023). 이처럼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플랫폼 경제를 통한 ‘공동부유’의 실현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와 대조적으로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삶 속에서 부유(浮游)하고 있다.
정규식 _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학술연구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자료
정규식, 2023, “디지털 전환의 시대, 부유하는 중국 플랫폼 노동(자)”, 『인공지능, 플랫폼, 노동의 미래』, 빨간소금
닉 서르닉, 2020, 『플랫폼 자본주의』, 심성보 역, 킹콩북
马云志, 王寅, 2021, “平台资本主义批判和社会主义平台经济建构”, 《福建论坛》(人文社会科学版), 2021年 第11期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https://www.calcalistech.com/ctech/articles/0,7340,L-3724084,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