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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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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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5월 24일 “나는 매우 기대한다. 그러나 시기가 적합하지 않다고 느낀다”며 6월 12일 예정된 북미회담을 전격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북미회담을 취소한다는 친필 서명이 담긴 서신도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순탄할 것 같은 북미회담이 좌초될 위기에 빠져들었다. 이에 북한은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김계관 제1부상이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서 북한은 북미회담의 개최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 ……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공개 전달했다.
북한의 이러한 변화는 바로 미국의 회담 준비 재개에 명분을 제공했다.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이루어진 문재인 정부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도 북미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7일 오전(한국시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준비될 것이라고 확인해주었다. 이로써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반전을 거듭하던 북미회담은 다시 본 궤도에 올라 5월 30일 현재 판문점, 싱가포르, 워싱턴에서 북한과 미국간 전방위적인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북미회담과 관련하여 중국의 입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미회담 준비과정에서 중국이 개입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남북대화, 북미회담으로 이어지는 초기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3월과 5월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이어 한 차례 노동당 대표단의 중국 방문이 이루어지면서 중국의 역할이 재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과 만남 이후 북한의 태도가 변했다는 미국의 의구심이 결정적이었다. 한국과 북한, 미국의 무대에 다시 중국이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중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조인 당사국이다. 중국이 한반도 핵문제의 당사자라는 인식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중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서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당사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발현하고자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북미회담 개최에 반전이 거듭되기 전까지 중국의 역할은 사실상 전면적으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남북, 북미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지지하되 중국도 그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즉 제3자로서가 아니라 한반도 핵문제의 당사자로서 그리고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조인 당사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적극적인 행위자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북한의 이른바 ‘완전한 비핵화’가 수사적인 국면 전환용 레토릭이 아니라 국가 발전의 기본 방향이라는 신뢰에 기초한다. 5월 25일 중국 외교부 기자 간담회에서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조선노동당 제7기 3중전회의 중대한 전략 결책이든, 북한 최고지도자나 관리들이 내놓은 정책 표시든 모두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를 위해 미국과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말은 북한의 중점 전략이 이미 경제건설로 옮아가고 있고 ‘완전한 비핵화’ 역시 거스를 수 없는 북한의 대세라는 것을 중국이 이미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거시적인 흐름을 대세로 인식하고 이 과정에서 방관자이거나 제3자가 아닌 ‘당사자’ 혹은 ‘당사국’으로서 참여 공간을 넓혀야 하는 필요성과 당위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의도적이든 혹은 비의도적이든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현상을 되돌려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 “관련 대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적극적인 성과를 내기 희망 한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그 과정에 자신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5월 23일 왕이 외교부장이 워싱턴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다. 당시 왕이 부장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확고히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 입장은 변할 수 없다”고 강조한 점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중국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비핵화 과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중국은 비핵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어떻게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는가?
당시 왕이 부장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북미회담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 관련 세 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반드시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적시에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핵화 목표 실현에 따라서 반드시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한반도 평화 기제를 건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둘째, “중국은 북미회담을 확고하게 지지한다. 미국과 북한 정상의 직접 접촉과 대화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관건이고 우리는 이번 회담이 제 때에 열리고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능력과 지혜를 완전히 갖고 있어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것이고 한반도와 세계를 위해서 좋은 소식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셋째, “중국은 자신이 반드시 짊어져야 하는 국제 책임을 확고히 이행한다. 우리는 유엔 안보리 각종 대북 결의를 계속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집행할 것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중국은 향후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에 대해서 적시에 해결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언급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장기가 될 것이고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효과를 가져 오는 과정이어야 하고 중국은 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왕이 부장이 언급한 중국 입장은 5월 8일 트럼프와 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이 이미 언급한 내용이다. 당시 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은 “북한과 미국 정상 간 만남을 지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재차 피력하면서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고려]하여,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중국은 계속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의 장기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해소하는데 있어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추진을 공동으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중국의 기대 기저에는 중국이 한반도 핵 문제의 당사자라는 인식이 깊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중국이 당사자로서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논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국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북미회담 개최를 둘러싼 반전의 연속은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중국의 역할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단 북미회담의 극적 반전이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 이후 변화된 북한의 태도 때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중국은 남북회담이나 북미회담 과정에서 중국이 이른바 ‘패싱’되고 있다는 일부의 평가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회담 개최 및 준비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원인 제공 당사자로 지목된 중국도 분명한 입장을 피력해야 하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북핵 문제 뿐만 아니라 무역 갈등으로 이미 평화롭지 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중관계는 미중관계대로 풀고 북핵 문제는 북핵 문제로 푸는 사안별 접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 관련해서는 정전협정 조인 당사국으로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지위를 충분히 강조하고 활용하는 방안 강조를 통해서 중국의 역할 공간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루캉 대변인이 중국도 북핵 문제의 당사자라고 공언한 것은 주목해야 한다. 이는 ‘패싱’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시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양자회담이 갖고 있는 신뢰 부족에 기인한 불확실성을 다자구도 차원에서 극복하려는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시작하겠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왕이 부장도 5월 23일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대화에서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언급 한 바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를 위한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을 지지한다는 차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더 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안보 우려를 근거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하는 동력과 명분을 확보해나갈 것이다. 이는 북미 대화가 충분히 상호간 신뢰를 구축하지 못했다고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양자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양자회담이 극복하지 못하는 상호 신뢰 부족에 따른 협의 진전에 중국이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아울러 실제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평화체제 수립 논의가 마지막 종착점이 될 것이고 중국은 그 과정에서 분명한 역할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접근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평창올림픽 남북 공동 참여, 남북 정상회담으로 달려 온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이제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전쟁의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과정의 빠른 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일단 회담 취소와 재개하는 곡절을 겼으면서 한반도 정세 변화의 국면에서 주동적인 역할을 할 여지가 생긴 점은 중국에게 긍정적이다. 중국은 한반도 핵 문제의 당사자라는 용어를 공식화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공간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미회담의 삐걱거림에 원인 제공자로서 중국이 언급된 점은 중국으로서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 해소를 명분으로 변화된 국면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공간을 찾아 움직일 가능성이 초기에 비해서 매우 높아졌다. 그 첫 단추는 아마도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매개로 북한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다음으로 양자회담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다자회담의 가능성을 제고하는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역할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북미회담을 둘러싼 우여곡절은 중국에게 국면 전환을 위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남북한과 남북미 구도로 움직이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중국 변수가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양갑용 _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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