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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1월호
해협에서 '대만' 상상하기: 접경도시 샤먼에서 만난 대만 _ 문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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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부터 아시아의 보물섬, 대만이라는 제목으로 인류학자 문경연박사의 원고를 연재합니다. 문경연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아래로부터의 양안(兩岸)관계: 대만 내 중국 출신 결혼이주자의 시민권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문경연박사는 이주, 젠더, 사회운동과 관련하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등에서 다문화교육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우리 집>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여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제2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상영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결혼이주, 노동이주 등에 관심을 갖고 '아래로부터의 양안관계'를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우통 항구가 보이지요? 오늘은 날씨가 좋아 더 잘 보이네요. 바로 저기가 진먼(金門)입니다. 진먼은 대만입니다. 저기 보이는 항구에서 배만 타면 30분이면 갈 수 있어요.” (20196월 대만상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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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진먼과 샤먼, 그리고 대만섬의 교통


진먼과 샤먼은 날씨만 흐리지 않다면 바로 보일만큼 매우 가깝다. 4km 정도의 거리라 육안으로 관찰이 가능하다. 진먼과 샤먼()은 모두 푸지엔성에 속하지만, 진먼은 중화민국 푸지엔성(福建省)이며, 샤먼은 중화인민공화국 푸지엔성에 속한다.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모두 하나의 푸지엔성이라 생각하지만, 진먼 쪽에서 보면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나누어져 있다. 이렇게 구분하기 모호할 때는 소양안(小兩岸) 혹은 진샤생활권(金廈生活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1] 2019년의 진샤생활권은 1시간 만에 왕복이 가능할 만큼 매우 가까워졌다.

 

샤먼에는 약 12만명의 대만 사람들이 진먼, 혹은 대만 본섬과 왕래하며 거주하고 있다. 샤먼시에만 해도 약 6900여개의 대만계 회사들이 진출해 있으며, 그 중 1000여개의 회사들은 샤먼대만상인협회(厦门台湾商人协会)를 조직해 교류를 하고 있다. 이 협회는 1992년 문을 연 이래, 지난 20191220일에는 샤먼국제회의센터호텔(门国际会议中心酒店)에서 스물일곱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렇다면 이 대만사람들은 왜 샤먼을 선택해 이주했을까?


1992년 대만에서 양안조례(兩岸人民關係條例)가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양안 간의 교류가 제도화되었다. 그 전에는 대륙에 고향을 둔 외성인(外省人, 대만성 외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조금씩 투자하는 형식이었다면, 이후에는 대만섬 출신 본성인(本省人)들도 중국시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Hsing(1996)의 표현처럼 물보다 진한 피로 투자하라며 중국 정부가 대만 자본을 환영한 것도 이 시기부터였다.[2] 대만 자본들은 여러 홍콩과 동남아의 화교 자본과 더불어 중국의 동남연안으로 진출하였다. 이 때 진출한 대만 자본가들을 대만 상인(台商, 타이상), 대만의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을 대만 간부(台幹, 타이간)라 부른다.


이 대만 자본들이 가장 많이 모여든 지역은 바로 장강(長江)과 주강(珠江) 부근이었다. 장강은 상하이와 장쑤성, 주강은 션전과 동관을 의미했다. 지금도 여전히 이 두 지역은 타이상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3의 지역으로 바로 이 샤먼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한 타이상은 샤먼에 오게 된 계기로 대만과 가까운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샤먼에서 진먼까지는 배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데, 진먼만 가도 대만이기 때문에 대만의 물품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연구자가 올해 6월에 만난 한 타이상은 자신은 샤먼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친정어머니가 진먼에 살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등 육아를 담당하며, 주말마다 진먼이나 샤먼에서 가족들이 모이며 살고 있다. 이는 진먼과 샤먼이 가까운 거리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샤먼이 중국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언어와 입맛이 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만의 약 80%의 사람들이 국어(Mandarin) 외에 모어로 대만어(台語)를 사용한다. 대만어의 화자는 대만의 민남인(閩南人)으로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에 푸지엔성 남부 지역에서 대만으로 이주해왔다. 이들이 사용하는 대만어는 현재 샤먼지역에서 사용하는 민남어와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대만과 기후가 비슷하며 약간 달달한 민남의 음식이 중국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더 적응하기 편했다는 것이다.


이 대만상인들이 가져오는 대만은 샤먼사람들이 대만을 상상하는 데 영향을 주곤 한다. 비단 진먼-샤먼 간의 민간교류가 원활하다고는 하지만, 이는 대만 사람들이 중국에 드나들 수 있는 것일 뿐,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단체여행객이나 유학, 친척방문을 제외하고 대만에 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연유로 샤먼의 대만은 샤먼 사람들 및 샤먼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보지 못한 대만에 대해 상상하게 만든다. 이 상상은 가시화되기도 하는데 한 예로, 샤먼에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만특산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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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샤먼 가오치(高崎) 국제공항에서 만날 수 있는 대만특산품

 

샤먼에서 만날 수 있는 대만특산품은 팬더 등의 완구들이나 파인애플 케이크, 망고 젤리 등의 간식들이 많다. 실제 대만의 상품들과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만이라는 브랜드화가 되어 다른 특산품보다 비싸게 판매된다. 또한 푸지엔성의 약어 ()과 연결되어 민타이()라고 불리며 함께 놓이기도 한다. ‘대만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이는 세련되며 믿을 수 있고 예쁘고 맛있는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것이 진짜 대만인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또한 자주 가보지 못한 대만에 대한 상상은 대만 독립과 연결되어 수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한 양안의 문화산업에 대한 학술토론장에서 대만의 원주민 영화들은 대만 독립을 표방하는 영화로 둔갑하기도 하고, 대만의 원주민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소수민족 하나로 여겨지기도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학술자리에서 대만 사람들의 목소리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의 대만은 동포로서만 남아있어야 하는 대만으로 상상된다.


이렇게 접경도시 샤먼에서 대만은 대만사람들에게 그리고 샤먼사람들에게 가까운 고향’, ‘세련된 상품’, ‘가보지는 않았지만 알아야 할 대상으로 이해되고 혹은 상상된다. 때로 이 대만은 중국 시장을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중국소비자들에게는 소비되는 대상이 되기도 하며, 통일을 위한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맛보기로 소개하였지만, 이후 글에서는 이 대만이 중국과 대만이라는 양안에서 어떻게 상상되는지에 대해 조금 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하기로 한다.


아시아의 보물섬, 대만 1

문경연 _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 이 글에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 1. https://kinmen.travel/ko/information/kinmen

그림 2. 필자 촬영


*각주에 대한 출처는 다음과 같음.

[1] 진먼과 샤먼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은 오준방(2019), “진먼도(金門島)의 탈/냉전과 정체성의 딜레마 : 소양안(小兩岸)의 교류와 관광을 중심으로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학위 논문을 참고할 것.

[2] Hsing, You-tien, 1996. “Blood, Thicker Than Water: Interpersonal Relations and Taiwanese Investment in Southern China,” Environment and Planning, Vol. 28, pp. 2241-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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