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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8월호
홍콩 공공주택의 정치: 개발-빈곤의 경합과 청년의 비가시화 _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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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부동산 가격으로 악명 높은 홍콩에서 공공주택 건설과 확충은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다. 홍콩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주거 형태 중 공공주택은 45.7%로 이 중에서 공공임대주택은 30%,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매입하는 주택은 15.7%를 차지했다. 전 가구의 30%가 저렴한 임대료를 지불하며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33월 말 기준으로 공공임대주택 평균 대기 시간은 5.3년을 기록했다. 노년층 1인 가구의 평균 대기 시간은 3.9년으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전년도 대비 소폭 감소한 전체 대기 시간과 달리 전혀 줄어들지 않은 수치이다.

 

존 리 행정장관은 취임 초부터 홍콩이 직면한 주택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선정했다. 취임 후 첫 정책연설에서 주택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언급하며 공공주택 건설을 위한 토지 확보, 표준화된 단순 설계 및 모듈식 통합 건설을 통한 공급 증대, 대기 시간의 단축, 대기자들에게 제공하는 임시 주거시설인 경량 공공주택 건설 등을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이 중에서 향후 5년 동안 30,000채를 건설하기로 계획한 경량 공공주택(Light Public Housing)3년 이상 공공임대주택의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신청자 중 가족 단위에게 우선권을 주는 임시 주거시설이다. 단순한 모듈식 건설 방식을 채택하여 신속하게 건설해 공공임대주택 대기자들에게 5년 동안 주거 대안을 제공한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집행과 실행에 있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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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홍콩 쉑킵메이(石硤尾)의 낮은 산 가든스힐(Garden’s Hill)에서 바라본 모습

가운데 보이는 H모양의 건물은 현재 호스텔로 사용되고 있는 홍콩 최초의 공공주택이다

왼쪽편에는 건설된지 오래된 공공주택단지가 있고, 전면에는 다양한 형태의 민간주거 단지가 있다.

 

지난 2월 홍콩에서는 경량 공공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시위가 있었다. 정부가 계획했던 경량 공공주택 30,000호 중 10,700호가 예전에 국제공항이 있었던 카이탁(啟德) 지역에 지어질 계획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발표한 2년 동안 건설하고 5년 동안 사용한다는 계획을 카이탁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총 7년 동안만 해당 부지를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경량 공공주택이 건설될 경우 이 지역을 제2의 중심상업지구로 조성하는 개발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지역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1998년 국제공항이 이전하면서 카이탁에는 개발이 필요한 공간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미 민간주택 건설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정부가 경량 공공주택 건설을 발표한 부지 인근에 고급 주거단지가 있어 경량 공공주택이 저층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조망권을 해친다는 입법의원의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20239월 임대가 만료되어 정부에 반환되어야 하는 홍콩 북부의 골프장을 둘러싼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1) 이미 2018년부터 골프장 일부를 공공주택으로 재개발하는 방안이 논의되었고, 당시에도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었다. 개발 가능한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홍콩에서 특권층을 위한 골프장보다 공공주택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과 스포츠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반박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곳에 공공주택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12,000호의 공공주택이 이곳에 건설될 예정이지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골프클럽은 이대로 정부의 결정을 따를 수 없다며 법원에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승인이 법적으로 타당한지 검토를 요청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와 무관하게 계획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적인 검토가 진행되면 공공주택 개발이 최소 1~2년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중요한 공공주택 정책 실행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는 데 실패하고 있다. 카이탁의 주민이나 골프클럽 관계자 모두 공공주택 건설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의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공공주택이 필요하다는 인식과는 별개로 건설을 반대하는 행위 자체는 절실하게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층민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주택 정책이 주요 대상으로 하는 가족 단위와 노년층을 제외한 사람들의 공공주택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대표적으로 청년은 현재의 신청요건으로는 공공주택에 입주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수입 요건도 매우 낮아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에게 기회가 주어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홍콩의 청년들은 독립이 유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높은 집값으로 인해 부모와 함께 좁은 집에 거주하면서 부모의 대출금을 함께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독립하고 싶지만 이러한 상황 때문에 어렵다는 홍콩 친구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은 홍콩에서 굳이 독립이 필요한지에 대한 기성세대의 의문도 청년의 독립 지연에 영향을 미친다. 홍콩에 체류할 때 참여했던 주택문제 토론회에서 청년세대의 주거 문제 해법에 대한 청중의 질문에 한 발표자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 된다는 답변을 해서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높은 임대료와 지역 간 이동시간이 길지 않은 홍콩의 특수성은 이와 같은 사람들의 인식을 합리적인 것으로 만든다. 이러한 방식으로 청년은 독립할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면서 공공주택 정책에서 주요 대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청년들은 불법적으로 집을 개조해 주거 공간을 확보한 위험한 주거 형태를 선택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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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빼곡하게 붙어 있는 홍콩의 집들

 

2017년 홍콩에서 집을 구하던 때가 생각난다. 아니, 집이라기보다는 방을 구하러 다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공동거주가 일상화된 홍콩에서 특히 1인 가구는 독립된 형태로서의 집에 거주하기 어렵다. 당시에 한정된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의 상태가 매우 비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한번은 집 안에 작은 복도를 중간에 두고 판자로 1, 2층으로 나눈 침대방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작은 책상이 아래 있고 위에 침대가 있는 배치였다. 황당하게도 얇은 판자로 구분된 옆방과 에어컨을 절반 정도 나누어 사용해야 하는 방이었다. 에어컨이 두 방 사이에 걸쳐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 수 있나요?”라고 그곳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던 집주인에게 질문하고 말았다. “살 수 있죠. 제가 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홍콩의 주택문제를 상기할 때면 언제나 그 대답이 먼저 떠오르고는 한다.

 

살아 있는 것, 생존 그 자체를 넘어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주거 공간은 홍콩에서 어떻게 가능할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주거 공간 확보에도 난관에 부딪히는 현재, 그 최소한의 주거 공간에도 접근할 수 없는 청년을 포함한 누군가는 어디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 출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작 당사자들조차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이 암담할 뿐이다.

 


지금 여기홍콩 9


김주영 _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전임연구원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참고자료

1) 홍콩에서는 정부가 모든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토지사용자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토지를 제공한다.


Hong Kong Free Press, Kai Tak residents rally against Hong Kong temporary public housing project, 202327.

Hong Kong Free Press, Hong Kong lawmaker questions Kai Tak public housing plan, says it may block views from private complexes, 202322.

위클리 홍콩, 판링 골프장 재개발, 공공아파트 12,000호 공급, 2022527.

South China Morning Post, Hong Kong plan for public housing at luxury golf course may be delayed for years if court accepts legal challenge, experts say, 2023722.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직접 촬영하여 제공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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