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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7월호
반중으로 맺어진 상상된 공동체? - 중국의 압박 속 대만과 홍콩 관계 _ 김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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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식당에서 우연히 홍콩인 친구 Z를 만나 같이 밥을 먹게 되었다. 서로의 방학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Z는 이번 여름 국민당의 총통선거 준비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 말했다. 홍콩인이 대만의 정당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필자는 그가 민진당이 아닌 국민당 활동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꽤나 의외였다. 대만에 유학 온 홍콩인들은 일반적으로 중국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던가. 비교적 친중국적인 국민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물었다. 그러자 Z의 입에서는 민진당이 홍콩인들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에 국민당 활동에 참여한다는 예상치 못한 답이 나왔다.1) 그렇다면 지난 2020년 총통 선거 당시 대만은 홍콩의 편에 설 것이고2) 국제사회가 홍콩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던 차이잉원(蔡英文) 현 대만 총통의 호소3)는 무엇이었단 말인가? 과거 홍콩과의 연대를 주장했던 민진당의 행보는 단지 정치적 승리를 위한 전략에 불과했던 것일까? Z는 대만과 홍콩의 관계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말한다.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중국의 압박 속에서 대만과 홍콩의 관계는 어떠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가?



반중으로 형성된 상상된 공동체?

오늘날 홍콩과 대만의 관계는 중국이라는 요소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가령, 2019년 홍콩에서 일어난 반송중 시위는 대만인들의 정체성이나 대만 국내 정치는 물론 홍콩에 대한 대만인의 인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마찬가지로 이 시위를 직접 겪은 홍콩인들 또한 대만을 연대의 대상으로 보게 되는 등 대만을 이전과는 다른 인식으로 보기 시작했다. 대만과 홍콩에 대한 중국의 압력이 증가하던 상황에서 일어난 반송중 시위는 대만과 홍콩이 본격적으로 서로를 시야에 담게 되었음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시위 이후 홍콩에 대한 대만 사회의 반응이나 홍콩인들의 대만 인식에 관한 몇몇 연구들은 이 두 지역이 반중이라는 감정을 매개로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 시위가 한창이던 시기, 대만에서는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다(今日香港, 明日台灣)’라는 구호가 유행하는 등 반중 감정이 고조되었으며 대만의 각 대학에서는 홍콩을 응원하고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포스터가 학교 게시판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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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종합관의 자유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는 포스터들.


대만에 대한 홍콩인들의 인식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홍콩대학 여론연구소(香港大學民意研究所)1993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조사에 따르면 대만 독립에 찬성하는 홍콩인들의 비율은 2000년대 내내 10%대를 유지하다가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20년에 이르러서는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인 47.8%를 기록했다.4) 특히 2008, 대만 독립 반대 비율이 82%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수치는 더 놀라운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대만 국내 정치에 대한 홍콩인들의 관심 또한 높아졌다. 2019년 대만에서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시기, 상당수의 홍콩인들은 차이잉원 현 총통의 유세 현장에 참석해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이 적힌 깃발을 흔들며 민진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으며 홍콩 시위의 주역으로 알려진 죠슈아 웡(Joshua Wong; 黃之鋒) 또한 대만을 방문해 "중국 공산당의 압박에 직면한 대만과 홍콩은 운명공동체"라며 민진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내었다.5) 홍콩의 인구 이동과 대만-홍콩 관계를 연구해온 황쭝이(黃宗儀) 국립대만대 지리학과 교수는 오늘날 홍콩이 처한 정치, 사회, 경제, 환경 등 각종 문제들의 원인으로 중국이 지목됨에 따라 대만에 대한 홍콩인들의 목가적인 상상과 호감은 강한 반중정서를 동반하고 있다고 본다.6) 이는 홍콩인들 또한 일정 부분 중국에 대한 반감을 통해 대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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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대만 독립 찬성에 대한 홍콩인들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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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차이잉원의 유세 현장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

깃발을 흔들고 있는 홍콩인들



대만은 홍콩의 현재에 자신들의 미래를 투영하고, 홍콩은 대만을 통해 중국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표출하며 연대를 모색하기도 한다. 이처럼 대만과 홍콩은 비슷한 운명을 공유한 상상된 공동체로 여겨지며 과거의 약한 연결에서 반중을 매개로 한 강한 연결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홍콩과 대만의 마주침은 진정한 연대로 이어졌는가?



홍콩인들의 대만 이주와 대만에 대한 실망

홍콩의 중국 반환이나 국가보안법의 도입과 같은 홍콩의 정치적 격변은 늘 홍콩인들의 대거 유출을 야기했다. 홍콩중문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당시 홍콩인의 40%는 이민을 희망하고 있었으며7) 2021(6월 기준)에는 9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홍콩을 떠났다.8) 홍콩인들의 이탈 물결 속에서 대만으로 이주하는 홍콩인들 또한 부쩍 늘어났는데, 대만 내정부 이민서 통계에 따르면 대만으로 이주한 홍콩인은 20197천여 명에서 202012천여 명으로 증가했다.9)

 

이들이 다른 영미권 국가들 대신 대만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원인은 생활에 드는 비용이 영미권 국가들보다 낮고, 언어와 문화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추후 홍콩의 지인들과 왕래하기에도 편하다. 거기에 더해 홍콩인들이 대만 이주는 그 조건이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개정되기 전 대만의 홍콩-마카오 주민의 대만 지역 거주 및 정착 허가 방법(香港澳門居民進入台灣地區及居留定居許可辦法)(이하 방법)에 따르면 홍콩-마카오 사람들은 다른 국적의 사람들보다 다양한 형태로 이주를 신청할 수 있으며 그 문턱 또한 낮았다. 예를 들어, 투자 이민의 경우 홍콩-마카오 주민들은 600만 대만 달러(한화 약 26천만 원)를 투자하면 대만에 정착할 수 있었지만, 다른 국적의 외국인의 경우 1,500만 대만 달러(한화 약 64천만 원)를 투자해야 하며 홍콩-마카오 주민들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이 있는 홍콩인에게 대만으로의 투자 이민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빠른 길 중 하나였던 셈이다.

 

하지만 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최근 대만으로 이주한 홍콩인들 사이에서는 다시 영미권 국가로의 이민을 준비하는 2차 이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10) 이민자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대만 문화와 늘어지는 정착 허가로 인한 불안정한 신분 문제 등은 홍콩인들이 대만에서의 생활을 포기하는 주요 이유다.

 

가까워졌지만 친해질 수는 없는, 대만-홍콩 관계의 아이러니

소수의 홍콩인에게만 이민 허가가 내려지며 승인이 지연되는 이유는 강화된 신분 심사 때문이다. 대만으로 오는 홍콩인 이민자들의 수가 크게 증가하자 대만 정부는 중국 간첩이 홍콩 이민자들 뒤에 숨어 대만에 스며든 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게 된다. 대만 내정부는 중국 정부 기관에 재직했거나 중국 정부와 관련된 언론매체에 재직 중인 홍콩 주민은 대만 체류 신청을 할 수 없도록 방법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며 이전에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지던 신분 확인 절차를 크게 강화했으며 홍콩인들이 중화민국 국민의 신분과 투표권을 너무 쉽게 취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이 이민을 신청할 수 있는데 필요한 체류 기간을 만 1년에서 다른 외국 국적자와 같은 만 4년 이상으로 늘렸다. 20231월에는 대만 이민서가 홍콩-마카오 주민들이 할 수 없는 활동 일람표(港澳居民不得從事活動一覽表)라는 문서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문서는 홍콩-마카오인들의 시위 참여와 언론을 통한 의견 표명을 금지하고 있었다. 논란이 일자 이민서는 인터넷에 공개된 관련 문서를 삭제하고 '중국 본토에서 온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11)

 

한편, 홍콩 지원에 대한 대만인들의 생각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대만여론기금회가 실시한 홍콩의 변화, 양안관계와 대만의 민주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대만이 홍콩인을 보호하고 환영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찬성은 41.5%에 불과할 뿐이며 찬성하지 않음이 50.5%에 달한다. 즉 대만인들 또한 대만 정부와 마찬가지로 홍콩을 완전히 환영하고 있다고는 볼 수는 없다.12)

 

결국, 현재의 대만-홍콩 관계는 중국 때문에 전보다 가까워졌지만, 중국 때문에 친해질 수는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있다. 두 지역이 가까워지게 된 것도, 반대로 진정한 연대가 형성되는 것을 제한하는 것도 모두 중국에서 기인하는 기묘한 상황인 셈이다. 대만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홍콩과 연대하고자 하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때문에 홍콩과 크게 가까워질 수 없다. 홍콩의 경우,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대항을 위해 대만과 연대할 수 있지만 대만의 배척과 중국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에 더 가까워지기가 어렵다. 그리고 대만-홍콩 관계는 국가 보안법의 시행과 홍콩의 예속 이후 악화되고 있다. 한 예로, 국가보안법의 실시 이후 홍콩 정부는 대만 대륙위원회 홍콩판사처 홍콩지부의 대만 직원들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이에 응하지 않은 대만 직원들이 모두 떠나 현재 해당 지부에는 홍콩 직원들만 남은 상태다.13) 대만-홍콩 관계는 양안관계의 악화에 따라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항중연대(同盟抗中)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할 때

2019년 홍콩 시위는 대만과 홍콩이 서로 비슷한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대만의 총통 선거와 결합되어 반중 정서를 매개로 한 일종의 운명 공동체가 형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홍콩 시위가 마무리되고 대만에서의 총통 선거가 민진당의 재집권으로 마무리되며 끓어올랐던 열기가 잦아들자 두 지역은 국가보안법의 시행과 양안 간 긴장의 증대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게 되었다. 대만에서는 홍콩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대만에 온 홍콩인들은 상상과는 다른 대만의 모습에 실망한 뒤 대만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만과 홍콩의 긴밀한 연대가 한시적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항중연대(同盟抗中)라는 틀에서 서로를 바라보았기 때문일 수 있다. 항중연대라는 틀 안에서 대만-홍콩 지역은 중국을 매개로만 서로를 바라보게 될 뿐이며 이는 결국 그 관계가 중국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중국이라는 장막을 걷어내고 항중연대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노력해야 할 때는 아닐까






김명준 _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동아연구소 박사과정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문헌

1) 실제로 홍콩-마카오 주민들에 대해서는 국민당이 민진당보다 우호적이다. 이는 국민당의 당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국민당 당헌 제 27조는 중화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 삼민주의에 동의하고, 본당과 함께 국가의 평화와 발전에 헌신하는 자는 모두 본당의 정신당원(精神黨員)으로 간주한다.”는 말이 명시되어 있다. 이 구절은 모든 외국인이 아니라 대륙 본토인들과 홍콩-마카오 주민들에 대한 말이며 민진당 당헌에는 이와 같은 구절이 없다.

2) 余弦妙, "總統哥大演說全文蔡英文台灣人和香港站在一起獨裁和民主無法共存", 今周刊, 2019.7.13, https://www.businesstoday.com.tw/article/category/161153/post/201907130003/, 검색일자; 2023.06.23

3) 黃育仁, "香港宛如戰場 蔡英文籲國際社會應站出來為香港發聲", 華視, 2019.11.13, https://ynews.page.link/yyfqG, 검색일자: 2023.06.23

4) 香港大學香港民意研究所, “對台灣獨立的意見”, https://www.pori.hk/pop-poll/taiwan-tibet/m003.html

5) 楊淳卉, "黃之鋒拜會民進黨面對中共壓迫 台灣香港是命運共同體", 自由時報, 2019.09.03, news.ltn.com.tw/news/politics/breakingnews/2904716, 검색 일자: 2023.06.20

6) 黃宗儀, 2020, 中港新感覺發展夢裡的情感政治, 聯經出版公司, p. 290

7) 香港亞太研究所, 2019, "中大香港亞太研究所民調市民考慮移民意欲大增近一成有移民準備", https://www.hkiaps.cuhk.edu.hk//wd/ni/20191010-162418_1.pdf

8) 이상석, "홍콩보안법 시행후 해외이주 4배 폭증···내년 최고조 달할 전망", 오피니언 뉴스, 2021.08.15, https://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019,검색일자: 2023.06.22

9) 台灣內政部移民署, 臺港澳交流統計 - 港澳居民來臺居留定居人數統計表 (112-04) https://ws.mac.gov.tw/001/Upload/295/relfile/8816/75805/6375f04c-7419-4a6e-863d-aaaa94e93422.pdf

10) 李澄欣, "看到太多香港人被移民署玩死!」在台港人為何對台灣政府失望為何考慮二次移民", 風傳媒, 2023.01.21, https://www.storm.mg/article/4703524?mode=whole, 검색일자: 2023.06.22

11) 許祺安, "BBC台移民署發文稱港澳居民不得在台遊行受訪  陸委會稱誤植", 香港01, 2023.01.04, https://www.hk01.com/article/853441?utm_source=01articlecopy&utm_medium=referral,

검색일자: 2023.06.20

12) 台灣民意基金會, 2020, 香港變局兩岸關係與台灣民主(2020622, www.tpof.org/圖表分析/香港變局兩岸關係與台灣民主2020622), 검색일자: 2023.06.22

13) 李澄欣, "看到太多香港人被移民署玩死!」在台港人為何對台灣政府失望為何考慮二次移民", 風傳媒, 2023.01.21, https://www.storm.mg/article/4703524?mode=whole, 검색일자: 2023.06.22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 1. 필자 직접 촬영

그림 2. 香港民意研究所, https://www.pori.hk/pop-poll/taiwan-tibet/m003.html

그림 3. https://www.bbc.com/zhongwen/trad/chinese-news-6431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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