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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6월호
중국의 근대 도발, “중국식 현대화” _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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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현대화는 현대화 = 서구화라는 신화를 깨뜨렸다(中国式现代化打破了现代化 = 西方化的迷思).”1)이 말은 시진핑 총서기가 “20대 당대회 정신 연구토론반개강식 연설에서 했던 말이다. 시진핑은 현대화 모델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자국의 현대화 모델이 다른 개발도상국의 발전모델이 될 수 있음을 강변했다. 중국은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식 현대화를 사회주의와 민족주의적 이념에 기반한 중국의 발전모델로 공식화하였다. 사실 서구권 국가, 특히 아시아에서 서구의 근대 독점에 대한 비판, 서구식 팽창 근대의 종언, ‘경쟁하는 근대담론, 동아시아형 근대의 모색 등의 근대에 대한 성찰적 연구와 논의는 이미 익숙한 주제이고, 어느 정도 공인된 주장이다. 서구적 표준으로 서구 국가들의 근대 경험을 제단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 제기와 함께, 서구의 역사적 경험에서 추출된 인식과 기준으로 동아시아의 역사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인식은 유럽중심주의와 미국식 모델과는 다른 동아시아의 역사 발전 과정을 반영한 대안적 보편창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과정에서 서양 대 서양의 이항대립 구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일련의 연구자들에게 중국이라는 좌표축은 새로운 상상과 가능성의 소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의 문명과 제도는 서구 근대의 절대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다른 발전형태의 반증으로 제시되었다.

 

문제는, 현재 중국이 제기하는 중국식 현대화의 주장과 내용이 우리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고 많은 부분 공감을 형성했던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그것들을 다르게 인지하고 대하는 가이다. “중국식 현대화의 주된 내용은 서구적 근대화의 절대성에 대한 거부이며, 다양한 근대에 대한 주장이다. 인류 발전의 역사에서 참신하고 깨어있는 개념으로 등장한 근대화서구화와 등치되면서, 서구적 인식과 발전방식에 전능함을 부여하는 강압적인 개념으로 변질되었다. 유럽이라는 지역적·역사적 특수성에 기반한 경험이면서도 사회진화론적 관점에 의지하여 서구 모델을 발전의 점정에 올려놓고, 서구 국가들을 서열화하여 줄세우기 하며 인류 보편의 지위를 구가해왔다. 중국식 현대화는 서구적 기준의 현대화에 대한 거부이다. 그리고 각 국가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현대화를 인정하고 지원하자는 논의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우리에게 낯익은 문제제기와 주장을 하는 중국에 공감할 수 없는가? 공감을 넘어 왜 우려하고 거부하는가?

 

그것은 근대라는 것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우리가 근대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유언어로 자기를 확립하는 근대 주체의 형성과정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연구는 서양과 동양이 만들어진 허구적 담론의 구성물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시아는 장시간 서구가 만들어놓은 형상을 깨기 위해 피나는 싸움을 했다. 그것은 서구가 만들어 덧 씌워 놓은 아시아의 형상을 깨뜨려야 온전한 자신의 정체성 위에 딛고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려움은 중국이 자국의 특수를 다시 보편의 지위에 올려놓은 새로운 세계를 구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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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보통의 국민국가가 아니었고, 지역이었으며 문명이었고 제국이었다. 자국의 기준으로 문명과 야만을 구분 짓고, 차별과 차등을 당연시하는 유교문화에 기반하여 자국 중심의 위계적 국가관계를 형성하였다. 그러면서도 내면화된 제국의식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이 부재한 채 서구의 제국주의적 근대화를 비판해왔다. 더구나 현재의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의 권위주의 정치가 나날이 강화되고, ‘중화민족이라는 블랙홀로 내부의 다양성과 다원성이 빨려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제국의식을 가진 잠자는 사자중국이 깨어났을 때 세상의 변화이다. 그 제국의식에 기반한 중국식의 전능하고 강압적인 발전과 진보의 논리가 서구의 독점이 해체된 자리에 보편의 지위를 주장하며 등장할 수도 있는, 더 이상 가능성으로만 존재하지 않는 가능성이다. 물론 현재 미국을 위시한 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의 중국 봉쇄와 견제, 전세계적 중정서와 중국 국내적 위기 요인들을 근거로 중국식 현대화의 성공적 추진과 대외적 영향력 확대에 회의적인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이 보다 근본적이고 깊숙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준비를 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이 우리가 중국식 현대화를 시진핑 집권기의 발전모델 중 하나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정주영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1) 사용하는 현대화용어는 18세기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태동기 무렵부터 최근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발전시기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근대를 서구적 근대성의 시작이자 발전기에 초점을 맞추고 논의하는 바, 중국의 중국식 현대화를 고유명사화하여 사용하고, 이에 대비해 라는 개념에 시대적 의미를 부여하여 사용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은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위쪽부터 차례로)

 中国式现代化新道路的内涵要义和显著优势_网易订阅 (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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