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1월호
2020년 따공인(打工人)의 유행과 농민공 담론 _ 윤종석
프린트 복사 페이스북

2020년의 한 해가 저물고 2021년의 새해가 시작된다. 2020년 한 해를 되짚는다면 '코로나'란 단어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의 전세계적인 확산이 반복되는 '장기 코로나 시대' 속에서, 이른바 '코로나 겨울'에 접어들면서 취약계층을 비롯한 양극화 문제는 더욱 관심이 필요한 주제이다.


윤종석 1.png

 

2020년 한 해를 결산하는 마당에,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를 대표하는 '올해의 한자'(年度汉字)와 유행어들이 앞다투어 발표되었다. 가장 회자되는 올해의 한자에 ''()이 선정된 가운데, 인터넷 10대 유행어 중 하나로 '따공런'(打工人)이 선정되었다.1) '따공런'이란 원래 불안정한 지위의 비정규적인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올해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엘리트와 일반 직원을 막론하고 직장인 전체를 이르는 말로 온라인 상에 광범위하게 유행했다.


'따공런'의 유행은 과거 유행어와 유사한 일종의 블랙유머지만 또 한 번 진전된 바도 있다. , 69시 출근 9시 퇴근을 뜻하는 '996', 어려운 상황에서 불만과 좌절을 드러내었던 '나 너무 힘들어'(我太难了)란 용어가 외부적으로 강제된 힘든 현실을 강조했다면, '따공런'이란 말은 자신의 처지와 다른 다양한 상황을 대조시키며 '굿모닝, 따공런!'으로 블랙유머를 마무리한다. "내가 충분히 노력하기만 하면, 사장님은 곧 그가 원하는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거야! 얼른 일어나 분투할 시간이다! 굿모닝, 따공런!"(只要我够努力老板很快就能过上他想要的生活该起床奋斗了早安打工人)

 

9'抽象带篮子'란 이름의 왕홍이 소셜 미디어에 몇 개의 글과 이모티콘을 올린 이후,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되면서 인터넷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살짝 비틀어내면서 스스로의 낮은 학력, 낮은 지위, 비정규직 노동 등을 자기 비하하는 재미는 빠르게 모방되어왔다. 특히, 젊은 세대는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성장과 발전보다는, 하루하루를 연명해내는 일종의 '하층'(下層) 또는 '하급'(下級) 인생으로 스스로를 자조한다는 점은, 현재의 사회구조가 고착화될지 모른다는 중국 정부의 최근 우려와도 맞닿아있다.

 

하지만 향후 더욱 주목해야 할 바는, 일자리의 불안정화가 농민공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층에 일반적이고 일상화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있다. 중국이 코로나의 충격을 조기에 회복하고 경제활성화의 과정으로 나아갔던 2020, 고용지표가 지속적으로 회복을 보임에도 그 일자리의 질적 문제, 사회안전망의 문제는 여전히 문제적이다. 중국 정부 또한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순위에 놓고 대학졸업생과 더불어 농민공을 핵심 집단으로 삼아 관련 정책들을 쏟아내왔다. 방역과 경제회복이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지면서 취업 지표 또한 상당수 개선되어 왔지만, 그 개선된 지표만큼 일자리의 질 문제는 더욱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2)

 

2020년 따공런 담론의 유행은 다시 한번 중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과거 농민공 문제가 농촌 출신의 저학력 저임금 노동자 문제로 일부의 문제였다면, 현재 따공런 담론은 상당수 노동자층의 '농민공화' 현상에 대한 우려를 보여준다. '불안정노동의 일반화'를 넘어, '불안정노동의 일상화'라 지칭될지 모르는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중국 또한 예외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방역 성공과 경제회복을 자화자찬하더라도, 상대적인 성공일뿐 절대적인 성공이라 할 수 있을까? 더욱이 경제회복기에 드러나는 K자 커브, 즉 양극화 현상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는 장기 코로나 시대에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왕후이는 농민공의 계급의식이 결핍된 것이 아니라, 계급의식이 발생하는 정치적 과정이 종결되어 미비한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3) 사회문제에 대한 담론에서 농민공은 '약방의 감초'처럼 공론장에 상시적으로 등장했지만, 언제나 중국 정부와 사회에 의해 초대된 '객체'에 불과했다. 농민공이 주체화되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공론장에서의 제한 또는 결여된 담론권(话语权)에 있기도 하다. 따공런 담론은 계급 담론이 소실된 중국 사회에서 다시 한번 계층화의 문제를 제기한다. 코로나의 커다란 충격과 회복 속에서 중국 사회의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이때에, 그들의 작은 웅성거림조차도 매우 소중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윤종석 _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 참고문헌

1) 景毅. "打工人, 一起爬山吗2020年十大网络流行语你都懂吗." 半岛都市报2020.12.3. [검색일자: 2020.12.22.]
http://baijiahao.baidu.com/s?id=1685061265504588805&wfr=spider&for=pc

2) 이와 관련해서는 20213-4월에 코로나 위기 하 농민공의 사회안전망과 일자리 문제에 관련하여 종합해보는 글을 써보고자 한다.

3) 려도. 2017.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 나름북스. 26.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 출처는 다음과 같음

景毅. "打工人, 一起爬山吗2020年十大网络流行语你都懂吗." 半岛都市报(2020.12.3.)

프린트 복사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