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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현장&공간
6월호
걸어서 ‘국경’을 넘는 사람들 _ 손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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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주하이 공베이 항 정면

 

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 공베이(拱北) (口岸)에서 마카오로 건너가는 사람들 얘기이다. 우리가 보통 다른 국가를 방문할 때 해당 국가로부터 받는 비자(visa)를 중국에서는 치엔정(簽證)이라 부른다. 한편 중국대륙 사람이 홍콩이나 마카오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치엔주(簽注)가 필요하다. 즉 치엔정은 국가간 왕래 허가증이고, 치엔주는 지역간 왕래 허가증이다. 12체제를 취하고 있는 중국에서 대만동포증(臺胞證) 혹은 대륙주민의 홍콩·마카오 통행증은 치엔주에 속한다. 다만 마카오(혹은 홍콩)는 중국 영토에 속하기 때문에 중국인은 이를 국경이 아닌 변계(邊界)’라고 부르는데, 비자가 필요한 외국인이든 통행증이 필요한 중국인이든 중국 내륙과 마카오를 오갈 때는 주하이에서 출입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 방문할 때 비자가 필요하고 들고 날 때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쉽게 국경을 떠올리게 된다. 변계, 치엔주와 같은 용어들은 복잡하고 생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중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므로 주하이와 마카오의 이 경계를 잠시 국경이라 해두자. 20년 전에는 진짜 국경이었으니 말이다.

 

마카오는 홍콩과 더불어 중국의 12체제가 시행되는 자치구역이다. 정식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특별행정구이다. 마카오는 16세기 중엽 이후 포르투갈의 식민도시였다가 199912월에 중국에 반환되었다. 마카오는 오랜 식민의 역사로 인해 행정, 문화 등이 이미 중국과는 다른 특색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마카오는 중국 영토에 속하고 외교, 군사에 관해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통치를 받지만 기타 제도에서는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 귀속 후 50년간 고유의 생활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와 거주민의 여행 자유, 지역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2049년까지는 기존의 자본주의 사회구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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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공베이 항에서 출국심사를 마치고 마카오 입국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주하이에서 마카오로 통하는 항구는 공베이 항, 완즈(灣仔) , 헝친(橫琴) 항이 있는데, 그중 공베이 항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완즈 항은 배를 타야 하고 헝친 항은 주하이 시내에서 멀기 때문이다. 반면 공베이 항은 여러모로 편리한 육로항구이다. 위 사진은 주하이 공베이 항에서 출국심사를 마치고 마카오 입국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걸어서 5-6, 순식간이면 마카오 입국장에 도착한다. 삼면이 바다이고 북한에 가로막혀 육지로는 다른 나라에 갈 수 없는 한국인에겐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는 것자체가 흥미롭고 이색적인 경험이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가벼운 차림새이다. 그 흔한 캐리어 하나 없이 마치 가까운 곳에 마실이라도 가듯 손에 들린 휴대품조차 가볍게 보인다. 마카오 입국장에서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도착한 날은 마침 토요일이라 입국장은 평소보다 많은 인파로 꽉 차 있었다. 현재 주하이와 마카오는 일일생활권으로 중국인들은 일상적으로 공베이 항을 통해 마카오로 건너간다. 심지어는 출퇴근도 가능하다고 한다. 공베이 항을 통해 마카오에 들고나는 사람 수는 하루 평균 36만 명, 극성기에는 46만 명에 달한다. 2018년 한 해 출입국은 무려 총 13,000만 명이나 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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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마카오 입국장에서 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입국심사를 마치고 마카오 입국장을 빠져나오면 여느 기차역, 버스터미널을 연상시키듯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한쪽 편에서는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마카오 호텔별로 운영하는 리무진 버스가 줄을 지어 서 있다. 그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복잡하게 서로 뒤엉켜 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이들이 모두 어디로 가는지. 앞다투어 오른 호텔 리무진 버스는 차로 꽉 막힌 마카오 시내로 들어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좁은 공간에 거대하게 솟아 있는 화려한 형상의 호텔 건물들과 그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마카오 인구가 65만 명 정도(2020년 현재)이고 면적은 인천의 한 구보다 작은 30.3라는 것을 생각하면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래도 그렇지, 유명호텔 입구에는 남녀 청··노년층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카지노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속에는 관광을 목적으로 왔다 잠시 들른 여행객을 포함하여 대부분은 주말을 이용하여 카지노에 방문한 중국인들이었다. 실제로 마카오를 방문하는 중국인은 2018년 현재 마카오 전체 관광객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점점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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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마카오의 한 유명호텔 앞에서 카지노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포르투갈의 통치하에서 줄곧 국제무역 중계항으로 성장해왔던 마카오는 독립적으로 경제체제를 형성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마카오정부는 1960년대부터 카지노산업을 합법화했고 이후 카지노산업은 마카오 정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수입원이 되었다. 마카오는 2019년 현재 1인당 GDP9만 달러가 넘어 세계적으로도 1인당 GDP의 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다. 카지노산업으로 인한 수입이 마카오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중국인 관광객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서넛만 모여도 카드판을 벌이고 마작 정도는 흔한 놀이로 받아들이는 중국인들이라 카지노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것일까.

 

한 현지조사에 의하면 중국인들이 마카오 카지노를 찾는 이유는 휴식을 위한 일탈성 동기, 그 과정에서 돈도 좀 얻으면 좋겠다는 행운성 심리,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 등이라고 한다.2) 현재 마카오 정부도 '카지노는 도박'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노력 중이다. 카지노가 단순히 게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단위의 여행객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복합리조트라는 인식을 확대하는 것이다. 마카오의 내륙 통로인 주하이도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주하이-마카오 일체화를 내세우며 관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3) 중국 내륙과 마카오는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으로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휴식을 위한 일탈이든, 행운이나 사교를 위한 투자이든, 문화적인 호기심이든 마카오는 중국인들에게 가깝고도 새로운 문화적 선택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중국 6


손승희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1) 珠海拱北口岸去年出入境客流突破1.3億人次, 廣東交通, 2019-1, p.34.

2) 최강명, 중국관광객 카지노 방문동기가 만족과 재방문의도에 미치는 영향, 경기대학교석사논문, 2019, pp.23-24.

3) 李顔, 珠海澳門旅遊一體化的經濟學分析, 商場現代化, 2016-1, pp.148-149.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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