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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6월호
중국의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 기업이 되었나 _ 김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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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유니콘 기업


중국의 창업 생태계가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도 눈부시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전문 조사 기관인 CB 인사이트(CB Insights)글로벌 유니콘 기업 순위에 따르면, 20188월 기준 전체 유니콘 기업 263개 가운데 미국이 123개로 1위를 차지하고 중국이 76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유니콘 기업의 약 30% 가량이 이제 중국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중 75%가 미국 기업, 25%는 유럽 기업, 중국은 2개사에 그치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2012년 이후 중속 성장 시대로 접어든 중국이 혁신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면서, 이제 유니콘 기업 수에 있어서도 명실상부한 G2가 된 것이다.

 

10위권에 든 중국 유니콘 기업으로는 자동차·교통 분야의 디디추싱(滴滴出行), 전자상거래 분야의 메이퇸뎬핑(美团点评), 디지털 미디어·AI 분야의 진르터우탸오(今日头条), 핀테크 분야의 루진수어(陆金所) 이상 4개다.

 

중국의 스타트업은 성장 속도가 빨라 창업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기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9월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간이 미국은 평균 7년이지만 중국은 평균 4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업종 면에서도 초기에는 전자상거래 업체가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핀테크, 스마트 하드웨어, 자동차·교통,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첨단 분야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 같은 중국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세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제조업 기업, 다양한 자금 조달 채널,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정책적 지원, 원활한 인력 수급, 잘 갖춰진 창업 공간과 인큐베이터 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중 특히 주목할 점은 거대 민간 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선순환적 상생 모델 및 정부의 창업환경 개선과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다.


공룡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상생 모델이 중국의 창업 생태계 이끈다

 

초기 스타트업은 대개 자금력이 부족하다. 중국의 창업 생태계 성숙과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 이면에는 바로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 화웨이와 같은 이미 성공한 거대 기업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조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ICT 기업들은 스타트업 투자에 매우 적극적인 바, 중국 기업 전문 조사 기관 후룬연구원에 따르면 BAT가 투자에 참여한 현지 유니콘 기업은 전체의 3분의 1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BAT가 거액의 투자를 하는데, 이로 인해서 중국에는 ‘BAT 생태계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특히 알리바바의 경우 AI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바, 2014년부터 AI 스타트업 광스커지(旷视科技, Face++)와 협력해오고 있으며, 201711월에는 설립 3년 차 미만인 AI 스타트업 상탕커지(商汤科技, Sense Time)2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20184월에 또 6억 달러를 투자해 주목받았다. 이들은 중국 안면인식 분야 선두주자로 꼽힌다.


스마트폰 강자 화웨이의 경우 2015년부터 5G와 사물인터넷 기술 기반의 스마트시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통신 장비가 주력 분야이다 보니 가령 도시 치안이나 안전 개선, 교통 체증 등과 같은 솔루션을 마련할 수 있는 장비 제조 기술은 갖고 있지 않다. 이에 화웨이는 기존에 협력 체계를 맺어놓은 하드웨어 업체들과 함께 스마트시티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대기업이 신시장에 진출하고 벤처기업들이 판로 개척을 뒷받침하는 동반 성장 모델을 구축했다.

 

이러한 사례는 거대 공룡 기업이 이끄는 중국의 창업 생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 대기업 외에 메이퇀뎬핑, 진르터우탸오 등 유니콘 기업들이 또다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투자와 인수를 통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성장하는 상생의 창업 생태계가 중국에서 이미 형성된 것이다.


정부의 제도적 환경 개선과 지원책은 든든한 뒷받침

 

중국의 창업 생태계가 성숙한 것은 창업을 활성화화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제도적 환경 개선과 지원 정책 덕분이다. 2015, 리커창 총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중창업, 만중혁신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러한 지원책으로는 기업 등록 절차 간소화, 해외 우수인력에 대한 행정 및 금융 서비스 지원,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창업 기업의 투자·융자 채널 다양화, 창업 지원 공간 설립 등으로 다양하다. 그중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정책과 자본 접근성 강화 정책 면에서 2018년부터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20184월 중국 국무원은 창업과 혁신을 장려하고 영세기술 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일곱 가지 감세 조치를 내놓았다. 201811일부터 3년간 10%의 기업 소득세 혜택을 받는 영세 기업의 과세표준 상한선을 기존의 50만 위안에서 100만 위안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기술 선진형 서비스 기업의 소득세를 15%로 감면해주는 정책을 2018년부터는 중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기업의 R&D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단기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연구개발용 설비의 상한액을 100만 위안에서 500만 위안으로 인상했다. 또한 기업의 해외 위탁 연구개발 비용도 추가 공제를 허용했다. 하이테크 기업과 과학기술형 중소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 연한도 기존의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한편 현재의 전면 혁신 시범구와 쑤저우 산업단지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업투자기업과 엔젤투자자에게 투자액의 70%에 대해 과세소득을 공제해주는 조치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지원 분야와 관련해 2019년 중국 정부는 AI, 신에너지 자동차와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미래 산업에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업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이자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영역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이 AI 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중 양국 간에는 무역전쟁 못지않은 뜨거운 AI 선점 경쟁이 한창이다.


한국도 규제 완화를 통해 혁신 국가로 발돋움해야

 

하루에 15,000개가 넘는 기업이 생겨나는 나라, 3.5일에 하나씩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는 나라,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으로 이어지는 나라,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창업 생태계가 갖춰진 곳이 바로 중국이다. 이런 역동성이라면 글로벌 창업의 메카가 실리콘밸리에서 중관춘으로 옮겨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4년 사이에 세계 2위 유니콘 대국으로 우뚝 선 중국에 비해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달랑 3(쿠팡, 옐로모바일, L&P 코스메틱)로 매우 저조하다. 물론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내수 시장이 협소한 이유도 있지만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유니콘 기업이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중국의 경우 선 허용, 후 보완의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포지티브 규제에 억눌려 혁신이 뒤쳐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대기업 옥죄기와 대기업의 중소기업 외면 내지 짓누르기, 조금만 적자가 나도 부실기업이 손가락질 받는 사회적 분위기,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낮은 열기, 정치 논리가 적용되는 창업 지원 정책 등 이대로라면 10년 후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좌표의 어느 쯤에나 위치할지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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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용 _ 인천대학교 동북아통상대학 교수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s://www.flickr.com/photos/mikemacmarketing/3021241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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