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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4월호
중국인과 중국문명을 만든 여덟 권의 책 _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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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바보야, 문제는 여전히 중국이야!


현재 한국은 중대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대통령의 탄핵과 그에 따른 조기 대선이 주요 과제이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이 압력으로 작용하며, 아베 정권의 일본과 커지는 갈등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문제는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의한 한중 갈등의 고조이다. 당장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그 해결책이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상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이외에도 적지 않다. 남북분단, 인구문제, 고령사회,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등 어느 하나 간과하거나 경시할 수 없는 쟁점들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중국이라고 논자는 생각한다. 첫째 나머지 쟁점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둘째 중국인과 중국문명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피상적이며, 셋째 중국과 관련하여 전문가가 부족한 분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논자는 여기서 책 특히 고전을 통해 중국인과 중국문명을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중국이 전통적으로 책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먼저 정통사상이자 전통의 핵심이었던 유학이 독서를 중시하였으며, 송대 이후 중국의 지도자들은 기본적으로 독서인이었다.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이라는 4대 발명에서도 두 가지가 책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중국에는 유구한 출판과 독서의 역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영향이 광범하고 심원하다고 할 수 있다.
“사고전서(四庫全書)”가 상징하는 수많은 중국의 책, 경사자집(經史子集)으로 분류되는 다양한 중국의 책. 그중에서도 고전이란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오랜 세월을 통해 증명되었고, 광범위한 범위를 다루는 근본적인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면에서 중국인의 사유는 오랜 기간에 걸쳐 고전을 부단하게 되풀이하여 읽는 가운데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중국의 고전은 한편으로 중국인의 사유를 반영하고, 다른 한편으로 중국인의 사유를 형성하는 텍스트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을 이해하고자 할 때, 중국인과 중국문명을 형성한 중국의 기본고전을 읽는 것은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다.


2. 무엇을 읽을 것인가?


이제 우리는 어떤 고전을 읽을 것인가로 과제를 좁힐 수 있다. 여기서 참고가 되는 것은 주요하고 기본적인 필독서의 리스트라고 생각된다. 다만 그 범위와 종류에 대해서 시대와 논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현대중국의 석학 전목(錢穆)은 중국인의 필독서로서 다음 7가지를 언급한 바 있다. 그것은 『논어』, 『맹자』, 『노자』, 『장자』, 『육조단경』, 『근사록』, 『전습록』이다. 시대와 사조를 잘 반영한 핵심적인 목록이라고 보이지만, 상세한 설명이 없어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위의 과제 즉 기본적인 필독서의 리스트 및 그 해설과 관련하여 논자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기에 앞서 참고가 될 만한 몇 가지 책자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갈조광(葛兆光)의 『중국 경전의 이해』(중문출판사, 1996)는 『주역』, 『논어』, 『노자』, 『삼례(三禮)』, 『회남자』, 『사기』, 『설문해자』, 『황정경』, 『반야바라밀다심경』, 『단경』이라는 10가지의 경전을 제시한다. 이어 쑤치시, 웡치빈 등이 엮은 『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글항아리, 2011)은 다음의 고전을 소개하고 있다. 『논어』, 『묵자』, 『장자』, 『주역』, 『한비자』, 『논형』, 『사기』, 『손자병법』, 『육조단경』, 『주자어류』, 『몽계필담』, 『명이대방록』, 『쑨중산전집』이다. 한편, 한국의 중문학자 공상철은 자신의 저서 『중국을 만든 책들』(돌베개, 2011)에서 중국의 문명과 역사를 읽을 수 있는 16가지의 텍스트를 안내한다. 『갑골문』, 『시경』, 『주역』, 『논어』, 『산해경』, 『춘추번로』, 『사기』, 『설문해자』, 『노자주』, 『전당시』, 『벽암록』, 『사서집주』, 『천주실의』, 『명이대방록』, 『외침』, 『동서 문화와 그 철학』이다. 끝으로 논자도 번역에 참여한 왕여광(王餘光)의 『중국을 움직인 30권의 책』(지영사, 1993)의 목록이다. 중국문화를 대표하고 중국역사에 영향을 끼친 30권(실제 33권)의 책을 사상의 근원, 창조와 발전, 유신과 개혁이라는 3개 주제로 나눠, 논란과정과 진위, 역사에 대한 영향 등을 조명한다. 먼저 「사상의 근원」에서는 『상서』, 『주역』, 『시경』, 『손자』, 『노자』(『장자』 첨부), 『춘추』(『좌전』 첨부), 『논어』(『맹자』 첨부), 『효경』, 『한비자』, 『예기』, 『황제내경』의 11권(실제 14권)을, 「창조와 발전」에서는 『사기』, 『논형』, 『태평경』, 『단경』, 『당시삼백수』, 『자치통감』, 『사서집주』, 『명이대방록』, 『홍루몽』의 9권을, 「유신과 개혁」에서는 『해국도지』, 『신학위경고』, 『성세위언』, 『천연론』, 『건국방략』, 『상시집』, 『아Q정전』, 『독수문존』, 『사회학 대강』, 『신민주주의론』의 10권을 각기 소개한다. 이들 리스트에서 보았듯이 구체적인 내용은 관점에 따라 다르다. 참고로 관련 리스트에서 상위권에 자주 오르는 10종의 서적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시경』, 『사기』, 『장자』, 『노자』. 『논어』, 『맹자』, 『한비자』, 『초사』, 『좌전』, 『순자』이다.


3. 중국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할 여덟 권의 고전


논자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여덟 권의 필독서를 중국인의 사고를 형성한 고전과 중국 문명을 형성한 고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중국인의 사고, 다시 말해 중국적인 사유방식을 형성한 고전으로는 『논어』, 『노자』, 『손자』, 『주역』의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공자의 언행록인 『논어(論語)』는 흔히 인(仁)과 예(禮)를 중심으로 이해하지만, 오히려 학(學)과 정(政)이 주요한 주제이다. 그는 학문과 인격을 지닌 군자(君子)에 의한 정치 이른바 덕치(德治)를 주장했는데,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정치와 윤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도덕경(道德經)”이라고도 불리는 『노자(老子)』는 도(道), 유(柔) 그리고 허(虛)를 강조하면서 과학, 예술, 종교, 무술, 의학 등 다양한 방면에 영향을 주었으며, 무위(無爲)와 자연(自然)의 가치를 제시한다. 특히 도교와의 관련에서 그 중요성이 주목된다. 토생토장(土生土長) 즉 중국 본토에서 생기고 중국 본토에서 성장한 종교인 도교의 이해야말로 한국인들에게 시급한 과제라는 점만으로도 『노자』의 의의를 가늠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전쟁술의 고전인 『손자(孫子)』는 허실(虛實), 기정(奇正) 등의 개념을 통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춘추 말기에 형성되었지만 전쟁과 경쟁의 본질과 원리를 제시하기에 현대에 들어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고전이다. 이와 관련해, 송나라에서 전쟁과 관련된 일곱 종의 텍스트를 『무경칠서(武經七書)』로 정리한 점은 중국인의 사고를 이해할 때 주목할 점이다.


끝으로 『주역(周易)』은 점치는 책에서 인생과 우주의 이치를 해명하는 경전으로 승화된 고전인데, 음양의 세계관을 전제로 한다. ‘역(易)’은 세계의 모든 존재가 부단하게 변화한다는 변역(變易), 그 변화에는 불변의 원리가 있다는 불역(不易), 그 원리는 간단하고 쉽다는 간이(簡易)의 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상징과 비유의 언어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되지만, 의리(義理)와 상수(象數)의 두 방향이 기본적인 해석의 노선이다. 특히 『주역』은 네 권의 고전 중에서 출발 시기가 가장 빠르고 형성 과정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상의 네 텍스트는 중국적 사유의 원형을 이루는 고전이다.


다음으로 중국 문명을 형성한 고전으로 『사기(史記)』, 『황제내경(黃帝內經)』, 『두시(杜詩)』, 『홍루몽(紅樓夢)』을 들 수 있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인물이 진시황이지만, 이는 정치적 통일에 불과하다. 중국의 고대 문명이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는 최초의 정사인 사마천 『사기』의 편찬이다. 중국 문명은 무엇보다 역사적 정통성을 중시하는데, 이는 각 왕조의 “정사” 편찬으로 상징된다. 참고로 한글로도 완역이 된 송나라 사마광의 『자치통감(資治通鑑)』은 지식인들에게 중국의 역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가능하게 만든 고전이며, 모택동의 애독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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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의학을 정립한 『황제내경(黃帝內經)』은 단순한 의학 이론서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에 대한 해석의 틀을 제공하는 고전이다. 오늘날에도 작용하는 유일한 전통과학 한의학을 생각하면, 그 의의는 명백할 것이다. 『황제내경』은 『소문(素問)』과 『영추(靈樞)』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영추』는 중국에서 사라져서 고려에서 역수입하여 복원된 것이다.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시를 모은 『두시(杜詩)』는 중국인의 심성을 이해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근래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두보의 시 번역이 잇달아 출간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의 소산인데, 따라서 조선시대의 『두시언해(杜詩諺解)』가 국가적 사업으로 진행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당시의 대표적인 선집인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도 시의 나라 중국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텍스트임을 알려 둔다.


끝으로 『홍루몽(紅樓夢)』은 중국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청나라 시대는 현재 중국문명의 원형을 형성한 시기인데, 『홍루몽』은 청나라 문화의 근본과 정수를 제시하고 있는 텍스트이다. 중국 문명에 대한 흥미로운 해설서인 장징의 『사랑의 중국문명사』(이학사, 2004)는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상의 여덟 권은 중국 문명의 역사에서 진행된 주요 변천과도 대응하고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읽는다면 의의가 배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동철 _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古典과 未來 연구소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www.ximalaya.com/19997366/album/523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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