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3월호
중국에서도 파격적 정치변동이 발생할까? _ 안치영
프린트 복사 페이스북

timg.jpg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상식이 통한다면 조만간 벚꽃 대선이 시작될 것이다. 통상적인 절차를 지키지 못한 것은 불행이지만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위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17년은 우리뿐만 아니라 태평양 양안에서 중요한 정치적 변화가 있는 해이다. 태평양 동안의 미국에서는 선거 전 그들이 힐러리가 되면 미국의 첫 번째 여자 대통령이고, 샌더스가 되면 미국의 첫 번째 사회주의자 대통령이고, 트럼프가 되면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했던 역사적 선거의 결과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여 그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태평양 서안의 중국에서는 올 가을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공산당의 제 19차 전국대표대회(이하, 당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공산당의 당 대회가 개최되면 중국공산당의 주요 지도부의 교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 대회는 중국 정치변화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런데 작년 10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이후 중국에서 시진핑 1인 체제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를 포함한 2017년 태평양 연안에서는 제도적 절차에 따른 것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정치적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7년 중국의 정치적 변화는 어떠할까?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은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5년을 주기로 개최되는 당의 전국대표대회(이하, 당 대회)가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는 주요한 구성원의 교체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1992년 제 14차 당 대회 이후 10년을 주기로 최고지도자가 교체되고 있지만, 10년간 동일한 지도부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지도체제의 구성원은 5년을 주기로 변경된다. 뿐만 아니라 최고지도부 내에는 차세대 최고지도자가 될 후보자를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 200216차 당 대회에서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된 후진타오는 199214차 당 대회에서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부인 정치국상무위원회의 일원이 되었으며, 201218차 당 대회에서 중국의 최고지도자인 공산당 총서기가 된 시진핑(習近平)2013년 국무원 총리가 된 리커창(李克强)200717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상무위원이 되었다.

 

중국(공산당)에서 10년을 주기로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지만 새로운 지도부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 기존 지도부의 일원 중 젊은 인물이 승계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새로운 최고지도자가 될 인물은 적어도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는 당 대회 직전의 당 대회에서 등장한다. 올해 개최되는 당 대회는 시진핑체제의 연속이지만, 중공의 관례에 따르면 202220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지도자의 후보자가 최고지도부의 일원으로 등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국의 차세대 지도부는 2022년에 완성되지만 올해 등장한다고 할 수 있다.

 

집단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 내부에 차세대 지도자를 포함하는 이러한 승계방식은 종신제를 폐지하고 중공의 안정적인 승계를 위한 덩샤오핑 구상의 핵심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시험되기 시작하여 1992년 이후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중국에서 공산당 독재체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흔히들 중국의 개혁과정에서는 경제개혁만 있었고 정치개혁이 없었다고 한다. 문혁 이후 개혁과정에서 중공의 정치개혁의 핵심은 종신제의 폐지와 안정적인 승계체계의 형성이었다. 그것이 공산당 독재체제 하에서 주기적이고 안정적인 권력교체가 이루어지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 변화이자 개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198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가주석이나 국무원총리 등 국가직의 수반에 대하여 중임제를 명문화했으며 당의 최고지도자도 1992년 이후 중임제를 준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고지도부의 담임 연령에 대한 제한을 관례화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정무직인 장관급까지의 관료에 대한 명문화된 연령제한이 있다. 예외를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방 성급(省級) 정부의 서기(書記), 성장(省長)을 포함하는 장관급 관료들의 정년을 65세로 명문화하여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보다 상위직급인 정치국 위원이나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하여는 명문화된 정년 규정은 없지만 관례화된 담임 연령 제한이 존재한다. 흔히 알려진 67세이면 다음 임기를 계속할 수 있고 68세이면 물러난다는 ‘78의 관례는 그것을 표현한 것이다. 연령규정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중공에서 종신제 폐지를 위하여 최고지도부의 담임 연령에 대한 제한을 관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그 구체적인 적용은 시기에 따라 일정정도 가변적이며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782002년 이후 비로소 적용되고 있는 관례이며, 그전에는 70세 이상은 직무를 맡지 않는다는 ‘70세 규정이 있었지만, 시기와 상황에 따라 적용에서 예외도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노인의 피선거권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이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임기제한 뿐만 아니라 연령제한이 관례화되어 실행되고 있다. 그런데 종신제였던 중국에서 연령제한은 실권을 가지고 있던 노인들이 스스로 만들고 자신들에게 먼저 적용시킴에 따라 규범화된 것이다. 1980년 화궈펑(華國鋒)체제에서 덩샤오핑(鄧小平)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실권자인 덩샤오핑은 고령을 이유로 당의 최고지도자인 당 주석을 맡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덩샤오핑은 자신뿐만 아니라 70세 이상의 누구도 당 주석을 맡지 않는다는 원로들의 합의를 이끌어 냈는데, 그것이 연령규정이 만들어지는 단초가 되었다. 그것이 점진적으로 규범화되어 ‘78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최근, 중공의 승계와 관련한 이러한 제도화와 관례화에 대하여 부정하는 견해들이 등장하고 있다. 작년 10월 중공의 18기 중앙위원회 6차 회의(이하, 186중전회)에서 소위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시진핑이 핵심이 됨으로써 중국의 지도체제는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를 대체하는 1인 체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진핑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시진핑이 핵심이 됨으로써 더 이상 제도화 관례화된 임기제한이나 연령제한의 규정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심지어는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에 비견되는 권력자가 되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2017년 중국도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평범하지 않는 정치변동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핵심이라는 지위는 시진핑의 권위와 권력의 강화를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을 집단지도체제를 대체하는 1인 통치 체제의 등장이나 시진핑의 장기집권 가능성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그것은 시진핑 핵심에 대한 과잉해석이자 중국에서의 제도와 관례의 작용에 대한 과소평가로 인한 것이다. 2017년 중국에서 예견되는 정치적 변화는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리나 미국처럼 평범한 변화에서 극단적으로 벗어난 파격은 아닐 것이다. 2017년 중국의 정치적 변화는 최종적으로 당 대회의 결과를 통하여 드러나겠지만, 그러한 변화에 대한 추론을 위해서는 중국공산당 지도부에서 핵심의 의미와 개혁 이후 중국 정치체제의 제도화와 관례화에 대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는 지면상 다음호에 다시 소개하도록 한다.1)


【2017년 중국의 정치적 변화 1】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 중국학술원 중국자료센터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xw.qq.com/news/20170203005531/NEW2017020300553105



프린트 복사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