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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9월호
"글로벌 차이나" _ 조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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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이번호부터 조영진 선생님의 글을 격월로 게재합니다조영진 선생님은 중국의 티벳 여성 불교 수행자에 대한 장기간의 현지연구를 통해 미국 듀크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콜럼비아대학교 박사후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박사후연구원으로 아프리카대륙의 나미비아에서 타이완계 비정부단체의 활동에 대한 현지조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Politics of Tranquility: The Material and Mundane Lives of Buddhist Nuns in Post-Mao Tibet” (미국 코넬대학교 출판사, 근간) 있습니다. 현재 인류학 현지조사 중에 있어 기사에 직접적인 관련 단체나 인물명을 밝히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나는 현재 아프리카 대륙 남서부에 위치한 사막의 나라 나미비아(Republic of Namibia) 있는 타이완계 불교 비정부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현지조사를 하고있다. 특정 지역에서 혹은 특정 그룹의 사람들 사이에서의 현지조사가 장기화되면 단기체류로는 결코 길이 없는 깊은 차원에서 일어나는 모순과 역동관계가 보이기 시작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연구자 자신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재된 모순과 역동관계속의 구성요소가 되어 함께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나미비아에서 현지조사를 시작한 2년이 지난 시점에 나는 장점과 단점의 어느 사이에서 매일 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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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나미비아 지도



나미비아는 한국인들에게는 아직 많이 낯선 나라인 하다. 1990 3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 나라는 남서아프리카 (South West Africa) 라고 불렸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나미브 사막 (Namib Desert) 품고 있는 나라는 독립을 선언하며 자신의 나라를 나미비아라고 명명했다. 1915년부터 1990 독립을 이루기까지 75년간 남아공의 직간접 지배하에 있었고 직전에는 30년간 독일의 식민지였던 나미비아는 나라의 법률과 각종 사회 제도(특히 남아공) 상당 부분 그대로 받아들여 실행하고 있다. 국토면적이 대한민국의 여덟 배나 되지만 인구는 고작 250만명에 그치고 있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인구밀도가 낮은 (그린랜드와 몽골리아에이어) 나라로 꼽히고 있다. 인구의 6% 차지하는 백인계 (독일계와 아프리카너Afrikaner) 여개의 흑인계 부족이 살고 있는 나미비아는 종족의 만큼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통용되고 있지만 영어를 공식어로 택하고 있고, 남아공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중남부에서는 아프리칸스(Afrikaans) 영어 못지않은 범공용어 역할을 하고 있다. 나미비아는 정치적으로 안정적이고, 도로여행의 인프라가 구비되어 있으며, 곳곳에 쾌적한 농장과 캠핑시설이 많아 휴가철이면 유럽의 캠핑족들로 붐빈다. 특히 수도인 윈드후크는 (Windhoek) 혼잡하고 교통체증이 심한 다른 나라의 수도와 달리, 계획된 사막의 여유로운 오아시스 도시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아름다운 도시도 킬로미터만 벗어나면 외곽에 자리잡은 (흑인인구 거주) 빈민촌과 맞닿아 있다. 전기와 수도 시설이 없는 양철 판자촌으로 이루어진 비공식 정착촌 (Informal Settlement) 전국에 퍼져 있으며, 나미비아 인구의 60% 거주하고 있다. 빈곤은 전국적으로 편재해 있고 부는 극소수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불교단체는 20년전 타이완 출신의 스님의 염원에서 시작되었다. 틀에서 보면, 단체는 아프라카에서 활동하는 여느 국제구호단체가 그러하듯, 가난, 질병,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인을 돕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스님이 시작한 단체인 만큼 다른 구호단체와 뚜렷이 구별되는 점도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아프리카 대륙에 불심(佛心) 심자는 종교적 염원이다. 불교의 영향력이 가장 미미한 대륙인 아프리카에 불교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는 어린 아이들로부터 시작함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던 스님은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던 타이완 출신 이민자들 사이에서 모금활동을 시작했고, 곧이어 타이완 본토에서도 후원금을 들여와 2004 말라위에 (불교)학교를 지었다. 당시에 학교는 고아원으로 불렸다. 현재까지 단체가 세운 학교(센터) 7개이며 남아프리카에 있는 6개국에 퍼져 있다 (말라위, 에스와티니, 레소토, 나미비아,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학교들은 최소 12년간의 초중고등부 무상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센터에서는 나라가 규정한 내셔널 교과과정 외에 아침 저녁으로 불교의식을 행하고, 중국어(만다린) 2외국어로 가르치고, 소림사 쿵푸 (Kungfu)교육을 실시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나미비아 캠퍼스는 단체가 설립한 4번째 센터다.


단체의 규모가 방대해 지면서, 다시 말해 양육해야 하는 아이들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현재 전체 1500 정도) 후원자 그룹의 규모와 지역도 변화했다. 타이완에서 모금되는 금액이 아직도 전체 재정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홍콩, 싱가폴 동남아 화교권에서의 모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현재 중국대륙의 후원 참여도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정치적 제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으나, 단체의 빼놓을 없는 교육활동인 쿵푸는 전원 중국에서 임용된 소림 쿵푸 코치들에 의존한다. 뿐만 아니라, 불교 교육을 담당하는 법사나 다른 직원의 파견에서도 대륙 출신들이 적지 않게 채용되고 있다. 하지만 단체가 중화인민공화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결코 인사관련 부문 만이 아니다. 단체의 지난 20년간의 꾸준한 발전의 저변에는“Global China”—21세기 국제사회의 다방면에서 증가하는 중국의 영향력라고 개괄해 말할 있는 강력한 국제적 현상이 지탱하고 있다. 스님은 공식석상에서 아프리카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한다.



현재 너희 나라의 가난과 저개발은 너희의 책임이 아니지만, 2-30 너희 나라가 여전히 가난하다면, 그것은 너희들의 책임이다중국어를 알고 중국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너희들과 너희 나라에 무한한 기회를 제공해 것이다. 현대사는 영어를 말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이끌어져 왔지만, 앞으로 세계는 중국어를 말하는 국가와 사람들에 의해서 이끌어져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몇몇 한국의 비영리단체들도 열심히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단체들도 학교를 짓는 등의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어느 단체도 현지에 설립한 학교에서 한국어를 2외국어로 채택하고,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현지에서 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다른 외국어를 제치고)  현지아이들의 미래에 무한한 기회가 것이라고 설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설사 그렇게 설파를 말이 현지 사회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지 사회에서 중국어는 확실히 무게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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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나미비아의 수도 원드후크 (Windhoek) 외곽에 있는 차이나타운 (저자 2022): 

이곳은 나미비아의 대표적 산업 중심지로

다양한 대형 중국인 상점과 함께 국내외 기업과 공장의 본사가 위치한 나미비아의 종합 산업단지이다.



내가 나미비아에서 만난 대부분의 어른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중국어에 능통하게 것이라는 의외의 소식에 기뻐했다. 누구도 우리 아이가 중국어를 배워야 하냐고 되묻지 않았다. (많은 나미비아의 학교들은 아프리칸스를 2외국어로 가르친다.) 대부분 혹독한 빈곤에 허덕이며 하루하루 버텨가는 삶을 사는 어른들도신문을 읽는다거나 국내외 소식을 접하는 것이 불가능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자신이 사는 동네의 읍내나 외곽 지역에 의례 하나쯤은 있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상점, 농장, 공장, 건설현장을 보면서 중국은 부자나라, 중국인은 현금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쉽게 체감해 왔을 것이다.1) 어찌되었든 부자나라의 언어를 알아 두는 것이 미래의 취업경쟁에서 절대적 우위를 선점하는 일임은 (길거리의 부랑자들에게 조차도) 직감적으로 받아들여 지는 같다. 스님의 중국어에 대한 가치평가가 지나친 환상이든 현실을 반영한 예측이든 관계없이, 중국어에 대한 선호도는 현지에서 한마디로먹힌다 데에 방점이 있겠다.

 

스님은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30 중국은 너희 나라들처럼 가난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세계 최강국이다. 중국이 이룩한 기적을 너희(나라)들도 이룰 있다.”여기서중국 얼핏 중화인민공화국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같다. 그런데 여러 맥락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타이완을 포함한 (혹은 중국어를 쓰는 동남아 화교권 까지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중화문화권 지칭하는 같기도 하다. 타이완은 물론이고 동남아 국가에서 화교들의 경제력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것이 사실이므로. 타이완 출신으로서 스님은 타이완을 끄집어내어 타이완 문화나 가치를 단독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타이완의 경제적 발전은 중국의 경제적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현상이며 타이완이 가져오는 문화적 가치는 중화문화이고, 타이완이 가지지 못했지만 중국이 실현하고 있는 국제적 위상과 파워는 그의 스피치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그렇다면, 스님이 의지해서 말하고 있는 중국 부상의 담론과 현상은 이미 주권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사실, 나미비아에서 내가 주로 만나는 경제적 박탈 계층에서 중국과 타이완을 제대로 구분해서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2) 심지어 한국과 중국을 그렇게 다르게 보고 있지도 않은 하다. 다소 거칠게 개괄하자면그들에게 중국은 그냥 중국이다. 모든 동양인은 중국인이다. 그리고 중국은 부자다.

 

중국처럼 발전 있다라는 메세지에는 중국적 가치에 대한 자부심과 우월감이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 없다. 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중국적 가치를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근면, 성실, , 예의범절 유가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런 가치는 마치 아시아의 경제발전을 이룬 원동력이 유교사상에 있다는 신유교주의와도 어느정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고, 불교적 가치인 자비와 평화는 아프리카에서 자주 일어나는 종족 간의 갈등, 불화, 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이념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단체의 목적은 중국적 가치와 (언어 능통 포함) 불심으로 무장한신세대 아프리카인” (新一代非洲人)양성에 있다고 있다. 두가지(중국, 불교) 가치를 접목한 실질적 성공사례는 강력한중국”(“Global China”)이고, 센터에 입학한 아이들은 그래서 미래의 아프리카의 운명을 바꿀 잠재력을 가진 신인재들이다. 이런 식의 문화우월주의가 인류학적 관점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 지를 따로 깊이 논의 하지는 않겠다. 간단히 말해, 아프리카의 어느 국가에서 일정정도의 시간을 보내며 현지사람들과 교류하면 (나의 경우에는 나미비아), 근면, 성실, , 예의범절 등의 가치는 중국만의 독특한 가치가 아님을 쉽게 있고, 자비와 평화는 불교가 독특하게 개발해 들여온 개념이 아님도 자명해 진다.

 

다만 내가 여기서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중국이라는 용어가 국제무대에서 가지는 포괄성, 가변성, 그리고 임의성이다.“중국 때로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주권국가의 경제발전, 정책, 직접투자 등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중국정부의 통제나 계획과 상관없이 발생되고 진전하는 사람, 물건, 아이디어의 초국경적 흐름을 일컫기도 한다. 센터의 사례가 그렇다. 혹은 설사 중국정부의 철저한 계획하에 집행된 프로젝이라 해도 현지에서 적용될 발생하는 변수와 예측하지 못한 주체자들의 등장으로 협상, 재협상, 그리고 임의적 절충과정을 겪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중국의 입장이고 어디까지가 변형인지 길이 없다. Ching Kwan Lee 최근의 연구를 담은 The Specter of Global China: Politics, Labor, and Foreign Investment in Africa (2017 University Of Chicago Press) 에서 잠비아 구리광산의 예를 들어 이러한 중국 정부 자본 (Chinese state capital) 임의성과 가변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잠깐 이야기로 돌아와 논의를 이어가 보겠다. 문화인류학 박사학위 논문으로 나는 동티벳 고원에 위치한 외딴 불교사원촌의 (Yachen Gar) 티벳 여성 불교 수행자들의 일상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었다.3) 그들의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불교 수행이 얼마나 정치적 파급력이 있는지 보여주는 연구였다. 후로 티벳 불교와 관련된 중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정치사회적 문제를 따라가며 연구하다, 2018 어느 강좌에서 유명한 티벳 라마 (한족 제자를 많이 두고 있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방문한 사진 장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티벳 라마가 아프리카인들 앞에서 (당시에는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인지 몰랐다.) 설법을 하는 모습의 사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티벳 불교의 지도자들은 (특히 명망이 높을 수록) 중국정부의 철저한 통제와 감시 속에서 생활하고 있고, 그들의 출입국은 더욱 철저히 관리된다 (출국금지도 빈번하다). 티벳 라마의 아프리카 순방과 설법은 한마디로 중국정부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정부의 국내에서의 티벳 불교 활동에 대한 살벌한 통제를 알고 있었던 나는, 라마의 아프리카에서의 대외활동에 대한 중국 정부 허가의 뒷배경이 궁금해졌다. 당시 라마의 순방을 계획하고 지원했던 단체나 인물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막무가내로 자문을 이어가던 , 어느 지점에서 결국 현재 몸담고 있는 단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2019년말 코로나 펜데믹과 함께 중국의 입국이 불가능해지자, 나는 다시 라마의 아프리카 순방을 떠올렸다. 단체의 타이페이 사무실과, 각종 연락처에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고, 결국 1년만에 단체로부터 나미비아 캠퍼스에 와서 자원봉사를 하며 현지조사를 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다. 2021 8,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나미비아에, 아니 아프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나미비아의 캠퍼스 켠에는 개의 짓다 멈춘 작은 건물이 우두커니 있다. 건물은 원래 중국에서 파견될 법사를 위한 사택 건물이었는데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중국에서 오려던 법사는 이전 사진에서 봤던 티벳 라마의 중국인(한족) 제자들이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단체는 타이완계열의 비정부 단체이고, 중국과의 정치적인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그림자 아닌 그림자는 불교의 기치아래 짓다 건물의 혼처럼 캠퍼스를 떠돌고 있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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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센터에서 아침 불교의례에 참여하고 있는 나미비아의 아이들 (저자 2022): 

이렇게 불교의식에 참여한다고 해서 아이들을 불교수행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들은 센터가 정해 놓은 일과를 따라갈 뿐이다.

 

2023 나미비아 캠퍼스는 아주 분주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번씩이나 해외에 나가야 하는 일정이 있어서 이다. 펜데믹 , 단체에서는 캠퍼스에서 소수의 아이들을 뽑아 매년 해외에 보내 후원자들과 만나고, 그간의 성과를 보여주며 공연과 교류를 하며 후원의 끈을 확장하고 공고히 하는 국제 행사를 하곤 했다. 펜데믹으로 3년간 정지되었던 행사가 이번 년도에 재개되었고, 나미비아 캠퍼스의 차례가 것이다. 나는 18명의 아이들과 함께 6월과 7 내내 동남아 3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순회를 함께 하며 동남아시아 화교 불교 네트워크의 역사와 건재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우리가 방문한 10개의 도시에서 우리 일행은 편안한 숙식과 환대를 받았고, 우리가 움직이는 곳엔 버스와 수십명의 봉사자(불교 청년단),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현지 경찰까지 동원되어 호위가 이루어졌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 수십개의 불교 사원들 에서는 아이들을 아프리카 불교 전파의 희망의 불꽃인 대접해 주었고, 중국어를 쓰며 (아이들은 모두 중국어에 능통하다) 불교를 믿는 그룹으로서 후원자와 봉사자와 아이들은 그야말로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초국적 대가족임이 선언되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있었던 동안, 변화무쌍한 나의 현지 연구의 궤적에 자주 웃음이 났다. 아프리카의 중국불교활동을 연구하겠다며 나미비아로 날라간 나는 동남아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걸까. 나는 다시 올해 아이들을 따라 타이완과 홍콩을 방문한다. (미국, 호주, 일본, 유럽 등의 일정은 현재 조정중인 상황이다.) 중국 연구는 중국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China in Africa”— 주권국가를 54개국을 품고 있는 대륙과 선에 놓고 논의하는 흥미로운 조합 자체는 대담하면서도 불편한 불균형을 시사하고 있다. 서구의 주류 미디어는 아프리카에서의 중국의 부상을 위협내지는 신식민주의적 관행이라 비판해 온지 오래고, 아프리카의 국은 중국을 (정확히는 중국이 제공하는 직접투자를) 위협과 희망을 동시에 함축한 아슬아슬한 판의 게임으로 보는 하다. “China in Africa” 위협론과 기회론은 기존 담론에서 무수한 통계수치와 경제수치로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Ching Kwan Lee (2017) 보여주었듯이 이런 통계수치는 “China” 중국이라는 주권국가의 경계안에 가둬 놓고 이해할 밖에 없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이미 중국정부의 이해관계나 통제를 벗어난 경우가 허다한 말이다. 한편에서는 시진핑이 제창한 소프트파워 (軟實力)의 관점으로, 예를 들어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같은 국가 주도 문화사업을 통해“China in Africa” 이해하려는 시도도 있다. 물론 나는 소프트파워가 가지는 분석적 잠재력을 아주 무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또한 중국정부의 계획과 통제라는 변수에 지나친 무게를 두는 접근법임이 사실이다

 

그간의 나의 문화인류학적 연구는 중국연구라는 카테고리로 쉽게 분류되어왔다. 나미비아에 이후로도 연구는 중국에 관한 것이고중국을 제외하고는 치의 진전도 설명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최근 년 간 중국이라는 키워드를 바짝 따라가면 수록 현지조사 지역은 점점 멀리 중국 국경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티벳 라마의 사진 장으로 인해 나는 ( 연구지역에 포함되리라 결코 상상조차 못했던) 낯선 나라 나미비아에 왔고, 여기서 다시, 휴가의 목적이 아니면 그다지 방문할 같지 않았던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연구목적으로 순회하게 되었으며, 여정은 다시 미국, 호주, 너머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비단 지역적 확장성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지 연구 기간 내내 나는 기존의 통계수치로 잡히지 않는 초국적 자본(후원금), 물류, 사람의 이동이 만들어내는 ()물질적 속에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유통망을 만들었고, 지속 가능하게 만든 화인(華人)들의 마음을그것이 불교적 염원이든 봉사에 대한 신념이든 혹은 문화적 우월감이든어떻게 중국연구라는 안에서 분석적으로 이해해야 것인가 이다. 내가 따라가고 있는, 혹은 나를 정신없이 몰아가고 있는 중국연구라는 것은 결국글로벌 차이나 패턴이 아닐까.





조영진 _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박사후연구원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1) 중국인에 대한 현지 나미비아인들의 이해나 태도가 긍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부분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겠다.

2) 타이완의 국제사회에서의 주권국가 지위에 대한 논의는 원고에서는 생략한다. 현재 아프리카의 54개국 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닌 타이완과 정식 수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에스와티니 (Eswatini) 국가 뿐이다.

3) Politics of Tranquility: The Material and Mundane Lives of Buddhist Nuns in Post-Mao Tibet” (미국 코넬대학교 출판사, 근간)


* 참고자료

Lee, Ching Kwan. 2017 The Specter of Global China: Politics, Labor, and Foreign Investment in Africa, Univ. Of Chicago Press.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Source: Britannica

https://www.britannica.com/place/Namibia

사진 2 & 3.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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