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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관행 톡톡
4월호
봄의 시작 입춘(立春) _ 박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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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사진 (4).jpg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론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 천상병 <봄을 위하여>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立春)과 눈이 비로 변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 겨울잠 자던 생명체들이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春分)이 지나면서 어여쁜 봄꽃들이 너도 나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1)이라는 말처럼 꽃샘추위로 변덕스러운 날씨에 봄이 정말 온 것인지 자꾸 헷갈린다. 그래서 입춘이 지났으니 봄기운이 화사하다는 천상병 시인의 말은 과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입춘은 태양의 황경이 315˚에 드는 때로 양력으로 23일 또는 4일에 해당하니 우리가 체감하는 계절로는 아직 겨울이지 않은가. 그러나 어디선가 봄은 기어이 오고 있는가 보다. 싸늘한 한기가 아직 다 가시지 않았지만, 한낮에는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봄바람이 코끝을 간질인다. 중국의 옛 시인들이 노래했듯이 봄은 모래톱 가를 따라 돌아오고(更復春從沙際歸)”(두보, <閬水歌>), 하늘에서 바람 따라 내려오고(風送春從天上來)”(구양수, <春帖子詞>), “땅속 깊은 곳에서 돌아 나오면서(春從九地回)”(진조, <再次韻>)2) 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스며든다.


봄을 나타내는 한자인 ()’의 갑골문 형태를 살펴보면 초목 전체를 상징하는 나무 목() 세 개와 해를 의미하는 일(), 그리고 초목이 어렵게 땅을 뚫고 나오는 모습을 나타낸 둔()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나무와 해는 뜻을 나타내고, ()은 소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라는 한자는 형성자(形聲字)에 해당한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씨앗이 땅을 뚫고 새싹을 틔우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힘든 것을 뜻하는 자가 사용되기 전에 봄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였으므로 이는 음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뜻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계화 (1).png       박계화 (2).png          박계화 (3).png

         사진 1. 春     사진 2. 갑골문 春                                      사진 3. 字體 변화



이라는 글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봄은 따뜻한 햇볕에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며 그 안에서 죽지 않고 버텨낸 강인한 생명의 싹들이 땅을 뚫고 나오는 계절이다. 그러니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는 천상병 시인의 시 구절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전통 농경 사회에서 입춘이 왔다는 것은 겨울이 끝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신호이며 한 해 농사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봄맞이 행사는 입춘 하루 전부터 진행되었다. 입춘 전 날 황제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동쪽 교외로 나가 봄맞이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였는데 이를 영춘(迎春)이라고 한다. 이 때 동쪽은 오행상 목()에 해당되며 계절로는 봄을 상징한다.

 

또한 민간에서도 입춘이 되면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며 지역에 따라 춘권, 춘병(春餠)이나 무, 배 등을 마련하여 먹었다. 특히 춘곤증을 없앨 수 있다고 무를 깨물어 먹었는데 이를 교춘(咬春)이라 한다. 교춘은 춘곤증을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염원이 담긴 것이다. 오신반(五辛盤)를 먹는 풍속은 파·마늘·산초·생강·겨자 등 다섯가지 매운 양념을 넣어 만든 음식을 먹는 것으로, 한 해의 첫 절기에 맵고 쓴 오신반을 먹음으로써 삶의 쓴맛을 미리 깨우치고 참을성을 키운다는 의미가 있다.

 

입춘의 다양한 풍속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타춘(打春)’이다. 경도풍속지(京都風俗志)라는 청나라 때 북경의 풍속을 기록해 놓은 책에 의하면, 입춘 하루 전날 춘장(春場)에 있던 춘우(春牛)와 망신(芒神)을 관아로 맞아들여 각각 서쪽과 동쪽에 설치해 놓고 마을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게 하였으며, 입춘 당일에는 음악 연주 속에 관리가 춘우와 망신을 춘장(春場)으로 돌려보내 타춘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이 때 춘장은 북경의 동쪽 동직문(東直門) 1리 떨어진 곳에 있었으니 봄을 상징하는 동쪽에서 봄을 맞이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여기서 망신은 동방의 신인 구망신(句芒神)’을 말하는데 중국의 오래된 신화서 산해경에 의하면 구망신은 새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하였으며 두 마리 용을 타고 다닌다고 한다.3) 구망신은 원래 소호씨(小昊氏)의 신하로서(후에 와전되어 소호씨의 아들이라고도 한다) 나무의 발아와 생장을 관장하고, 아침마다 태양이 떠오르는 신수(神樹)인 부상수(扶桑樹)와 그 지역을 돌본다고 알려져 있다. ‘구망(句芒)’이라는 글자도 구불구불 삐죽삐죽 얽히며 자라나는 초목을 가리킨다. 구망신은 곧 봄과 생명을 상징하는 나무의 신이자 봄의 신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구망신의 형상은 동물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청나라 때 입춘이 되기 전에 조정에서는 그 해의 구망춘우도(句芒春牛圖)’를 반포하며 입춘을 기념하였는데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린 동자의 모습을 한 구망신과 그 뒤에 역시 봄을 상징하는 색인 푸른 빛으로 치장한 춘우(春牛)를 발견할 수 있다.

 

춘우토우(土牛)’라고도 부른다. 진짜 소가 아니라 진흙으로 만든 소이기 때문이다. 입춘 전날 구망신께 제사 지내고 그 다음날 춘우를 춘장으로 옮기거나 또는 관아 문 앞에서 타춘 의식을 치렀다. 송나라 때 맹원로(孟元老)가 쓴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에는 입춘 전날 개봉부(開封府)에서 춘우를 궁궐로 들여와 편춘(鞭春=타춘)을 했다. 개봉(開封), 상부(祥符) 두 현에서는 춘우를 부() 앞에 놓고 이른 아침부터 관리들이 타춘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관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까지 채찍을 들고 춘우를 때렸는데 이는 추위를 몰아내고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와 소를 채찍질하여 봄 농사에 매진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편 타춘을 하다가 춘우가 부서지면 사람들이 흙부스러기나 조각을 자신의 집에 가져가곤 했는데, 이는 일 년간 오곡이 풍성하고 날씨가 순조롭기를 기원한 것이다.



박계화 (2).PNG

   사진 4. <해외동경> 동방구망 , 汪紱圖本            사진 5. 勾芒神牛圖》,光緒五年1879



최근에 봄의 신 구망이 또 한 번 변신하여 우리 앞에 나타났다. 202284일 중국은 타이위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4B 야오() 40호 로켓으로 육지 생태계 탄소 모니터링 위성 구망(句芒)’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 위성은 종합 원격탐지 수단을 통해 육지 생태계의 탄소 저장을 모니터링하고 자원 조사, 국가 중대 생태공정 및 대기 환경 모니터링와 기후 변화 중 에어로졸의 작용 연구 등 업무에 광범위하게 응용하기 위해 발사되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의 상황 속에 탄소중립의 화두가 전 세계의 쟁점으로 등장하면서 중국도 탄소중립 및 향후 중국의 환경 에너지 분야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지구의 많은 생명들을 다시 소생시키고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구망신의 활약과 푸르른 지구의 봄을 기대해 본다.



박계화 (3).png

사진 6. 육지 생태계 탄소 모니터링 위성 구망(句芒)’호 모사도







박계화 _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참고문헌

1) 동방규(東方虬),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원래 이 구절은 전한(前漢) 원제(元帝) 때 흉노와의 화친 정책에 따라 흉노 왕에게 시집간 비운의 궁녀 왕소군이 이민족 땅의 황량함을 보며 느꼈을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다.

2) 청청재 김영문, 히스토리 라이브러리의 글 <버들 정 꽃 생각에 옷깃이 가득하고> 참조.

https://historylibrary.net/2568

3) 山海经<海外東經>: “東方句芒, 鳥身人面, 乘兩龍.”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1.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720eddda250e4360b0346caa00a8a439

사진2. https://baike.baidu.com/item/%E6%98%A5/22241?fr=aladdin

사진3. https://baike.baidu.com/item/%E5%B1%AF/870272?fromModule=lemma_search-box

사진4. https://baijiahao.baidu.com/s?id=1633848232682955574&wfr=spider&for=pc

사진5. https://baijiahao.baidu.com/s?id=1756860002096044726&wfr=spider&for=pc

사진6. https://baijiahao.baidu.com/s?id=1740670325326573534&wfr=spider&for=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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