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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3월호
중국의 무역제재에도 불구하고 호주산 바닷가재는 어떻게 중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 _ 김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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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먼도(金門島) 해안가에 서서 맞은편을 바라보면 샤먼(廈門)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날씨가 너무 흐리지만 않다면 그저 어렴풋하게 보이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크기의 건물들이 얽혀있는 도시의 모습을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를 역임했던 린이푸(林毅夫)1979년 진먼도에서 군 복무를 하던 중 밤에 헤엄을 쳐 중국에 귀순하기도 했다.



사람이 맨몸으로 헤엄쳐 건너갔다면 물건인들 못 건너갔을까. 서로를 지척에 둔 진먼·마쭈(馬祖)열도와 중국 푸젠성(福建省)의 주민들은 90년대에 본격적으로 양안 간 교류가 허용되기 이전부터 이미 물자를 몰래 교류해왔다. 그리고 코로나로 국경이 닫힌 시기에도 대만해협에서는 물건들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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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진먼도에서 찍은 샤먼의 모습

 

바닷가재에게 점령된 항공기

202211, 화롄현(連江縣) 민진당 주임위원인 리원(李問)은 대만에서 마쭈 열도로 향하는 항공 운송기의 화물칸 자리가 부족해 이용이 불편하다는 민원을 접수한다. 이전까지 잘 운영되던 항공운송에 갑자기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어 조사하던 중, 리원은 항공기에 적재된 화물 대부분이 바닷가재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자료에 따르면 어떤 날은 하루에만 1,400kg의 바닷가재가 마쭈 열도로 운송되었다.1) 바닷가재가 화물칸을 차지하자 다른 물건들을 실을 자리가 없어 운송에 차질이 생겼던 것이다.

 

이 바닷가재들은 모두 호주에서 왔다.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서 세관 신고 후 정식으로 수입된 바닷가재들은 재포장을 거친 뒤, 다시 국내 항공편을 통해 진먼과 마쭈로 운송되고 있었다. 이 수입 과정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수많은 양의 바닷가재가 향하고 있는 마주열도는 무엇보다 1,000kg가 넘는 바닷가재를 소비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마쭈 열도의 주민들이 갑자기 바닷가재의 맛에 눈이라도 뜨게 된 것일까? 추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해당 바닷가재는 모두 푸젠성의 푸저우(福州)와 샤먼으로 밀수되고 있었다.2)

 

중국-호주 무역 분쟁과 밀수 산업

진마 지역(金馬地區 - 진먼도와 마쭈열도 지역)의 바닷가재 밀수가 갑자기 성행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과 호주의 무역분쟁이 있었다. 2020년 호주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했는데,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양국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석탄과 바닷가재를 포함한 몇몇 호주산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게 되고 바닷가재 수출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던 호주의 바닷가재 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수출이 막힌 이후, 호주의 바닷가재 가격은 절반 이상 폭락했다.3)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호주에 쌓여있던 바닷가재들은 대만의 진먼도와 마쭈열도를 거쳐 다시 중국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중국은 호주의 바닷가재를 금지했지만 이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았고 업자들은 중국으로 바닷가재를 들여올 수 있는 다른 경로를 찾아냈다. 대만에 대한 호주의 바닷가재 수출은 2021년 이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22년 말에 정점을 찍는데, 이는 중국이 호주산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홍콩 정부가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향하는 밀수 루트를 엄격히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의 시간대와 일치한다. 중국의 대호주 무역 제재가 아이러니하게도 진마 지역의 밀수 산업을 부흥시킨 셈이다.

 

생활의 일부가 된 밀수

진마 지역과 중국의 밀수 교역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실 대만 정부가 실효 지배 중인 진마 지역은 지리적으론 중국 대륙 쪽에 더 가까우며 국부천대(國府遷臺) 전까지만 해도 진먼도와 마쭈 열도는 각각 샤먼과 푸저우 지역 생활권에 속해 있었다. 생활에 필요한 각종 물자들 또한 푸젠성을 통해 얻었다. 하지만 국민당이 공산당에게 패배하며 대만으로 이전한 이후 진마 지역에는 군정이 실시되었고, 이윽고 푸젠성과의 공식적인 교류는 끊어진다.

 

리덩후이 시기, 양안관계는 해빙무드로 들어선다. 중국으로의 여행 금지가 해제되고 대만 기업가들이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양안 간 교류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에는 진마 지역와 중국 대륙 간 항공, 우편, 해운(通郵, 通商, 通航)을 허용하는 소삼통(小三通)이 시행되며 진마 지역과 중국 대륙 간의 공식적인 거래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시기는 두 지역 간의 밀수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시기이기도 하다.

 

제임스 스콧에 따르면, 공식적인 제도는 어둠 속의 쌍둥이라는 일종의 비공식적 현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비공식적 현실은 공식적인 제도가 달성하는 데 실패한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등장한다.4) 양안 간 교류가 가능해지면서 물자의 이동은 가능해졌지만 각종 제한으로 인해 소삼통과 같은 공식적인 제도는 진마 지역 주민들과 푸젠성 지역 사람들의 요구를 온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 진마 지역 주민들에겐 10km 남짓의 거리를 내버려 두고 200km나 되는 대만 섬에서 비싼 운송비용을 지불해가며 물자를 가지고 올 필요가 없다. 반대로 푸젠성 사람들에겐 세금이 부과되는 공식적인 교류보단 진마 지역을 통해 물건을 들여오는 것이 더 경제적인 방법이었다.

 

현재에도 두 지역의 경제는 밀수교역을 매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현지 주민들은 진먼도 땅콩엿(貢糖)에 들어가는 땅콩은 샤먼산이며 샤먼의 조기는 진먼도산5)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진먼 사람들에게 밀수는 이미 생활의 일부이며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가 되었다. 진먼 대학교를 졸업한 대만인 친구 A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먼 사람들에게 밀수는 이미 생활의 일부야. 현지에서도 어느 정도의 밀수는 눈감아주고 있어. 밀수가 없으면 진먼 경제에 영향을 줄 수도 있거든. 단속도 힘들고 말이야. 진먼에서 먹는 음식들의 일부분은 아마 중국에서 들어온 것들일 거야. 굳이 밀수 행위를 비호하고 싶진 않지만 이건 그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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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진먼도에서 찍은 샤먼의 모습

 

대만과 중국의 상호의존

20232, 중국은 호주에 대한 수출 금지령을 일부 해제하고 2년 만에 석탄을 다시 수입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호주의 관계가 회복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호주산 바닷가재 또한 곧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중국으로 반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무역이 재개된다면 진마 지역을 통한 바닷가재 밀수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중국-호주 관계 악화라는 상황이 만들어낸 하나의 해프닝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 해프닝은 중국과 대만이 공식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영역에서도 서로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지난 218, 상하이시 대만판공실 부주임 리샤오둥(李驍東)은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의 초청에 응해 타이베이를 방문했다. 이는 코로나 발생 이후, 중국의 현임 관리가 처음으로 대만에 방문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양안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이 방문을 기점으로 다시 양안 간 평화가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김명준 _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동아연구소 박사과정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문헌

1) 리원의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wen1949/posts/pfbid0FGEfYESC7pohRvbZZZJfktSXznqY3gvv4d6m3zr2Dtqdc33QfSLJdaR7ci61CaqAl

2) https://www.twreporter.org/a/australian-lobster-smuggling-chain-kinmen-matsu

3) https://www.setn.com/News.aspx?NewsID=866727

4) 제임스 스콧 지음, 전상인 옮김, 국가처럼 보기, 에코리브르, 2010.

5) https://www.twreporter.org/a/australian-lobster-smuggling-chain-kinmen-matsu-history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필자 제공

사진 2.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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