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화교·문화연구소는 2017년 8월 4일(목) 인천대 인문관 329호에서 찬갱파이(陳景輝) 를 초청해 제59회 중국관행연구포럼을 개최하였다. 찬갱파이(陳景輝)는 홍콩의 정치평론가 겸 문화보존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홍콩의 전통관행을 둘러싼 갈등: 신계지역 관행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신계지역은 1898년 건립된 조차지로서, 당시 신계지역 인구는 8만여 명으로 홍콩 전체 인구 45만 명의 6분의 1이 채 되지 않았다. 영국 식민정부는 신계지역에 대해 여러 이유로 특수한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원거민(原居民)’ 규정과 그들에 대한 혜택이었다. 즉 1898년 이전에 이미 신계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촌민에 대해서는 ‘원거민’이라는 신분을 새로 만든 것이다. 이는 흥미로운 지점인데, 만일 영국의 식민통치가 아니었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신계 원거민’이라는 신분이 새로이 생겨나면서, 이것이 오늘날까지 홍콩에서 뜨거운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1972년 식민정부는 ‘정옥(丁屋)정책’을 제정하였는데, 원거민 중 성인 남자에게 평생에 한 번 집을 지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식민정부가 1960-70년대 신계지역에서 벌이던 대규모의 토지수용과 개발정책을 배경으로 하는 것으로, 대대적 개발을 위해 신계지역의 원거민에게 특별히 보상을 해줌으로써 개발에 대한 장애세력을 제거하고자 한 목적이 컸다. 이러한 신계지역 토지개발은 주로 공공건설,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에 사용되어, 홍콩섬과 구룡지역의 밀집된 인구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 홍콩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이 ‘전통적 권리’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사실 전통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것이, 丁屋정책은 역사도 너무 짧고, 전통적 생활양식의 보존과 관련된 권리가 아니라 그저 집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지극히 실용적 측면의 이익에 불과하며, 여자는 배제하는 성차별적 권리라는 점이다. 더구나 ‘원거민’이라는 기준도 너무 자의적이어서, 1898년 이후에 신계지역에 온 사람들은 이후 몇 십 년을 살면서 전통적 생활방식을 유지했더라도 ‘원거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신계지역의 개발과 농촌・농지 보존 문제는 최근 몇 년간 계속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논쟁 속에서 농지를 보존하고 전통적 생활방식을 보존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은 소위 ‘원거민’이 아닌 非원거민들이고, 이렇게 ‘전통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원거민’들은 오히려 신계지역의 개발과 농촌의 파괴에 대부분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심지어 신계지역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그 권리・이익만 향유하고 있어서 더욱 논란이 크다. 특구 정부는 2009년 신계지역을 관통하여 중국 대륙과 연결되는 철도 건설을 위해 ‘채원촌’을 철거하려는 계획으로 논란이 되었을 때에도 오직 ‘원거민’들의 자문만 구하여 찬성을 얻어, 많은 사람들의 비판에 부딪친 바 있다.
이처럼 식민정부뿐 아니라 현재의 특구정부도 신계지역을 끊임없이 개발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원거민’의 혜택을 철회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들이 강력한 친정부세력을 형성해왔다는 점에서, 쉽게 그들의 혜택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전통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그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신계지역 丁屋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되는 관행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포럼은 이에 대한 청중들의 다양한 질문과 답변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