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공동부유'로 달려가는 중국: 모호한 의미와 구체적인 시간표
2021년 현재, '하나의 유령'이 중국을 떠돌고 있다. 바로 '공동부유'란 유령이. 곳곳에서 모두 '공동부유'를 제각기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그 의미는 모호하다. 다만, 최근 시진핑 주석의 연설문이 공개되며 보다 구체적인 시간표가 나오면서 향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분명, 이번 연설문은 공동부유의 맥락과 당면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비해 많이 진전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온포사회 ⇒ 소강사회 ⇒ 대동사회'로 제시해왔던 중국 공산당-국가의 이정표에서 '대동사회'(大同社會)는 사실상 최후 이상적인 사회란 성격을 갖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인식·상상과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적어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에서 소강과 대동은 전통적인 담론인 동시에, 근대 이후 공산당 지도자들인 마오쩌둥, 덩샤오핑 뿐만 아니라 쑨원도 이야기한 바 있는 핵심적인 주제였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공산당-국가 각종 정책이 중국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되는 바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교육 철퇴, 빅테크 기업과 게임 규제, 기업에 대한 자선·기부 압박과 반(反)독점 강화 등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분분하다. 더욱이, 중국 국내에서 8월말 한 편의 글이 커다란 사회적 논쟁을 지폈다. 리광만(李光满)이 쓴 "모두가 느낄 수 있다, 지금 한바탕 심각한 변혁이 진행 중"(每个人都能感受到,一场深刻的变革正在进行)이란 글이 주요 일간지에 모두 실리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는데, '문화대혁명 2.0'이란 평가까지 나올만큼 과격하고 선정적인 주장에 대해 여러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은 과거와 같은 방식의 '문혁'을 경계하며 '변혁'은 아니란 점을 지적했고, 시장주의에 친화적인 경제학자 장웨이잉(張維迎)은 "시장경제는 공동부유로 가는 외나무다리이며, 계획경제는 공동 빈궁으로 가는 햇빛 찬란한 고속도로"라고 맞받아쳤다.
중국 공산당-국가는 2020년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을 선언한 이후, '공동부유' 실현으로 발걸음을 바삐 내딛고 있다. 10월 15일, 중국공산당 이론지가 《치우스》(求是)가 공개한 시진핑 주석의 연설문은 보다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크게는 다음 표와 같이 3단계다.
기한 비전 목표 14차 5개년 규획 (2021-2025년) 기간말 전체인민의 공동부유에 굳건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주민 소득/실제 소비수준 격차점차 축소 2035년 전체인민의 공동부유에 더욱 분명하고 실질적인 진전 기본공공서비스의 균등화 실현 21세기 중엽 전체인민의 공동부유가 기본적으로 실현 주민 소득/실제 소비수준 격차가 합리적인 구간까지 축소
연설문에는 공동부유를 제기하는 맥락 또한 명확히 규정했다. 즉, 중국 사회의 주요모순이 변화하는데 맞춰, 인민의 나날이 증가하는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를 더욱 잘 만족시키고, 반드시 전체인민의 공동부유를 촉진하여 인민행복의 작용점(着力点)으로 삼아야 하며, 부단히 공당의 장기간 집정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질 높은 발전을 위해서는 높은 소질의 노동자가 필요하며, 공동부유를 촉진하고, 도시-농촌 주민소득을 향상시키며, 인적자본을 끌어올려야, 총요소생산성을 높이고 질높은 발전의 동력 기초를 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설문은 현재 전세계적인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즉, 전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 문제가 돌출되며 각종 사회문제와 정치적 혼란으로 드러나는 바를 교훈 삼아, 중국에서 양극화를 막고 공동부유를 촉진하여 사회의 조화와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설문은 현재 중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현재까지 중국의 발전이 불균형, 불충분한 문제가 돌출되고 있고, 도시-농촌 구역 발전과 소득분배 격차가 비교적 크단 점이다. 새로운 과학기술혁명과 산업 변혁이 경제발전을 강력히 추동해왔지만, 고용과 소득분배에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포함하여)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니 효과적인 대응과 해결이 필요하단 것이다.
하지만, 공동부유가 기존의 발전 노선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공동부유를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자, 중국식 현대화의 주요한 특징으로 제기하는데, 중국 공산당-국가가 이야기하는 공동부유란 전체인민의 공동부유이며, 인민 대중의 물질생활과 정신생활이 모두 부유하는 것이자, 소수만의 부유도, 획일적인 평균주의도 아님을 강조한다. 공산당-국가의 노선이 모순적인 두 개의 원칙을 함께 다잡으면서 '균형'과 '조정'을 꾀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기존보다 더 극한에 가까운, 예술의 경지에 이를 정도의 '조정'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농민공과 공동부유: 성패의 관건? 주요 혜택 대상? 여전히 모호한 전환점
연설문에서 지적하듯, 중국 공산당-국가가 이야기하는 '공동부유'가 총체적인 개념일 뿐, 모두가, 모든 지역이 동시에 도달하는 것으로 제시되진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저소득집단이자 개혁개방 이후 발전 과정에서 취약집단으로서 주로 거론되어왔던 농민, 농민공의 문제가 다시 한 번 주요하게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의 불평등 연구로 유명한 리스(李實)는 9월 25일 중국 인민대학 공동부유연구원 성립을 축하하며 거행된 '공동부유논단'(共同富裕論壇)에서 공동부유의 가장 관건적 문제는 저소득집단이 어떻게 부유해지기 시작할 수 있을까에 있음을 제기했다. 그는 네 가지 측면에서 현재 중국 내 저소득집단의 문제가 매우 중대하고 우려스러움을 전한다. 첫째, 현재 중국 내 저소득집단의 비중이 매우 크다고 지적하며, 전체 인구의 60-70%가 저소득집단에 속하고, 농촌 인구의 95% 이상이 저소득집단에 속한다. 둘째, 저소득집단 중 일부분의 소득은 비교적 낮은데, 약 1억 명의 사람들이 월소득 500위안 미만이고, 2020년 절대빈곤 표준인 연소득 4200위안과 6000위안 사이에 매우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셋째, 변화의 추세를 볼 때 낙관적인 예측에도 2035년까지 50% 전후의 사람들이 여전히 저소득집단에 속할 것이다. 넷째, 상대적 빈곤 문제가 나날이 엄중해지고 있는데, 만약 전국의 상대적 빈곤 표준을 농촌의 상대적인 빈곤인구에 맞춘다면, 중국 내 약 3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빈곤인구에 속할 것이란 점이다.
그는 '최저부유표준'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일반적으로 세 가지의 사고 방식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첫번째 방식은 우선 공동부유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공동부유는 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소득, 재산, 공공서비스 수준 등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부유의 정도를 측정하는 수준 지표와, 공향(共享)의 정도를 측정하는 차이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두번째 방식은 수준과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최저층의 인구집단이 부유표준에 도달하는지 여부만을 따진다. 즉, 모든 사람들이 최저부유표준의 위에 있다면 공동부유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세 번째 방식은 지표의 접근성(可及性)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60% 전후의 농민공이 도시에서 사회보장을 누리지 못한다면 이러한 제도의 접근성은 비교적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동부유 실현에서 농민공은 많은 주목을 받는다. 중국 사회내 취업인원은 7억 여명에 이르고 중등소득집단이 4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2020년 현재 2억 8560만 명에 이르는 농민공이 과연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가 매우 관건적이란 점이다. 시진핑의 연설문에 드러났듯이, 주민간 소득 및 실제소비수준의 격차 축소와 기본공공서비스의 균등화는 농민공에겐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오리란 전망도 상당하다. 더욱이, 이미 농민공의 소득 수준이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등소득집단 표준에 근접해있단 의견도 있다. 즉, 국가통계국은 중등소득집단을 3인 가구 연소득 10만~50만 위안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데, 부부가 공히 연소득 5만 위안 이상, 월소득 4167위안 이상이면 이 기준에 부합하며, 2020년 농민공 월평균 소득이 이미 4072위안이고, 외출농민공의 경우 4,549위안에 달해 이를 충족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인구경제학자로 유명한 차이팡(蔡昉)은 농민공이 도시 호구로 전환할 경우 소득이 변하지 않더라도 소비가 27%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현재 공동부유에 대한 각종 논란에도 농민공에 대한 이야기는 '장밋빛'이다. 하지만, 공동부유가 인민의 '행복'을 중시한다면, 여전히 수많은 도전적 과제가 남아있다. '사람의 도시화', '신형도시화' 및 도시군·도시권 발전전략, 도농 일체·통합 발전전략을 통해 도시-농촌 간의 격차, 지역간의 격차가 수치상으로 축소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인민의 '행복'이란 과거와 다르게 단순한 지표로 쉽게 환원되기는 어려워보인다. 특히, 향후 발전의 과정에서 중국 사회 또한 개별 인민들의 다원적인 주관적 인식과 판단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점에서, 과연 현재 공동부유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더욱이, 과거와 다르게 시장에 따른 1차 분배, 정책에 따른 2차 분배, 자선·기부에 따른 3차 분배까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호구제도,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보다 전면적인 사회체제 개혁이 동반될 필요는 여전하다. 높아져만가는 상대적 불평등 속에서, 사회 혁신의 부재가 덧붙여져 좌절하고 지쳐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공동부유'속에서도 인민의 행복감은 늘지 않는 모순적 현상이 더욱 극명히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아직까지 공동부유는 중국 사회 전반뿐만 아니라 농민공에게 있어 여전히 모호한 전환점이다. 행정적인 측면에서 외재적인 기준에 따라 인민의 행복과 공동부유를 재단한다면, 거시적인 성과로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동부유가 그려내는 이상향적인 이미지와 현재에 대한 불균형적이고 불충분한 발전이란 중국 공산당-국가이 규정 사이에서, 개별 농민공은 부자가 되기 위한 근로 및 노력, 혁신에 대한 강조를 끊임없이 강제당하고 있기도 하다. 시진핑의 연설문은 행복한 생활을 위해 분투하고, 함께 노력하며 혁신을 꾀하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개발과 발전의 지상목표 속에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야 달성되는 행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좀 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윤종석 _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와 표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South China Morning Post (https://www.scmp.com/news/china/article/3153466/chinas-army-migrant-workers-waits-xi-jinpings-common-prosperity-touch) Illustration: Lau Ka-kuen
표: 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