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개혁개방을 통하여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개혁 이후 형성된 중임제의 관례를 깨고 시진핑이 연임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 개최될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의 인사교체와 이에 수반될 정책변화가 당면한 관심사라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어떤 미래 구상을 하고 있는가가 장기적 관심일 것이다.
홍콩 문제, 신장 문제, 공산당과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 그리고 코로나19 문제 등을 통하여 강화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중국의 부상과 중국의 미래 구상에 대한 염려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중국은 우리의 최대교역국이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미래에는 그러한 상황이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역사적이나 지리적인 원인으로 인해서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국가이익의 측면에서도 중국은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에게 중국은 여전히 중요하고,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지구적으로도 우리에게도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중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중국 자신의 미래 구상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미래 구상에 대한 이해는 우리에게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이다. 중국의 미래 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이끌어 가고 있는 중국공산당이 설정하고 있는 장기 발전목표를 알아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공산당이 이끄는 국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산주의 사회 건설이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미래이자 최종적인 목표이지만, 개혁개방 이후 그러한 목표는 요원한 미래로 돌리고 좀 더 현실적인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했다. 21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기본적으로 실현한다는 것이 그 목표다.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기본적 실현은 그 자체로는 모호해 보이지만, 간명한 내용이다. 1인당 GDP를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며 그러한 목표는 시진핑 초기까지 유지되었다. 그리고 21세기 중반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기본적 실현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상수로 세부 단계를 설정하고, 각 단계에 도달하고 목표를 실현함에 따라 단계와 목표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장기적 목표를 설정해 왔다. 덩샤오핑 시기 제기한 “3단계 발전전략(三步走戰略)”과 시진핑 시기 제기하고 있는 “두 개의 100년 분투 목표”가 그것이다.
“3단계 발전전략”은 1987년 13차 당 대회에서 중국의 장기적 발전목표로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는데, “등 따시고 배부른” 온포(溫飽), 기본적으로 살만한 소강(小康)의 실현이 “3단계 발전전략”의 처음 두 단계의 목표였다. 온포는 1990년까지 10년간 1980년 1인당 GDP 250불을 두 배 증가시켜 500불을 달성하는 것이고, 소강은 2000년까지 다시 그것을 두 배로 하여 1000불을 달성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997년 15차 당 대회에서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다시 1인당 GDP를 두 배 증가시키고,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다시 그것을 두 배 증가시켜, 2000년에 달성한 낮은 단계의 소강을 전면적 소강으로 상승시키고,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기본적으로 실현한다는 것으로 단계의 시기를 수정한 새로운 “3단계 발전전략”을 제시한다.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3단계 발전전략”의 남아있는 두 단계인 2020년과 21세기 중반은 중공의 역사적 기념 시간인 2021년 창당 100주년과 2049년 건국 100주년에 근접하기 때문에 두 시간을 발전목표의 시점으로 제시하는데, 이후 시진핑은 그것을 “두 개의 100년 분투 목표”라고 명명했다.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는 두 개의 100년을 2021년과 2049년에서 2020년과 2050년으로 조정하고, 그 중간인 2035년을 새로운 단계로 설정하고 목표를 조정하여 “두 개의 100년 분투 목표”를 수정하였다.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수정된 중국의 장기적 발전목표는 2020년까지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을 완성하고, 15년의 분투를 통하여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다시 15년을 노력하여 2050년에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덩샤오핑이 제기하고 개혁 이후 계속 유지해오던 21세기 중반까지 실현하겠다는 사회주의 현대화에 대한 기본적 건설을 15년 앞당기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제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진핑은, 마오쩌둥이 근대 이후 반식민지로 전락한 중국을 일으켜 세웠고, 덩샤오핑이 중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듯이, 2012년부터 중국이 강대해지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신시대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기본적 실현이 1인당 GDP가 중진국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했다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은 한편으로는 종합국력과 국제 영향력이 세계를 앞서가는 국가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가 기본적으로 실현된 국가이다. 종합국력과 국제 영향력이 세계를 앞서가는 국가는 패권국가를 의미하며,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는 생산력 발전을 전제로 그러한 성과를 전체 인민이 함께 향유하여 행복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분배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 대내외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말한다. 대외적으로 미국을 추월하는 강대국을 의미하며, 대내적으로는 저발전으로 의하여 개혁개방 시기 포기했던 사회주의적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말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은 미국을 추월하고, 중국의 실천을 통해 형성된 중국 방안이라는 중국적 보편을 세계에 제공하여 유일한 문명이자 보편이었던 역사적 영광을 재현하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만 아직은 중국 방안이 무엇인지, 인류운명공동체 구축과 같은 추상적 구호 외에 중국이 만들어 가려는 세계질서가 무엇인지는 불명확하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중동에서의 실패가 중국의 성공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중국이 평화로운 부상을 말했지만, 최근 등장하고 있는 전랑(戰狼) 외교는 초강대국 중국이 세계를 더 평화롭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국내 정책도 마찬가지다. 시진핑 시기 빈곤 해결을 위한 노력이 현저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아울러 개혁 이후 나타난 당과 정부 부문에서 만연한 부패와 자율적인 사회와 경제 영역에서 새로운 실력자들의 등장과 그들과 권력이 결탁하여 등장한 당과 국가의 통제 밖의 새로운 권력을 강력하게 척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과 최고지도자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과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개혁 시기 이루어진 자율적인 사회영역의 등장과 자유와 민주의 확대에 대한 부분적인 역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개혁개방을 통하여 커진 과실을 전체 인민이 함께 향유하고 행복을 누리는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의 신시대가 인민의 자유와 민주의 확대의 역전이 이루어지는 시대일 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피할 수 없게 한다.
권력의 집중과 사회주의적 실천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개혁 이후 확장되어 온 자유와 민주의 공간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이나 신장 문제도 그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홍콩이나 신장의 진실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소식보다는, 서방의 뉴스와 중국 관방의 주장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만들어 가고 있는 질서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중국은 새로운 길을 열어가기 위한 자산으로 기존의 중국 경험・이론・제도・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말하지만, 현재의 이런 상황은 이러한 자신감으로부터 보편성을 갖는 ‘중국 방안’을 만들어 낼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든다. 아직은 출발선에 서 있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보이는 중국의 모습으로부터 좀 더 평화롭고 좀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미래를 찾을 수 없다. 중국 자신을 위하여 그리고 인류에 공헌하기 위하여, 부상하는 중국이 인류가 평화롭게 공동으로 번영하는 질서 형성에 기여하고, 14억 중국의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와 더불어 좀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 질서를 형성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원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news.cnr.cn/zt2017/shijiuda/jiaodiantu/20171018/t20171018_523991461.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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