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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3월호
2021년, 전면적 소강사회와 향촌진흥 아래의 농민(공) _ 윤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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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농촌 진흥 추진을 위한 그림 (商海春 作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의 중앙 1호 문건은 올해도 역시 '삼농'(三农: 농업, 농촌, 농민) 문제와 관련되어 발표되었다. 전면적인 향촌진흥 추진과 농업·농촌현대화 가속화에 관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국무원의 의견((中共中央国务院关于全面推进乡村振兴加快农业农村现代化的意见, 이하 ‘20211호 문건’)이란 제목의 이번 문건은 21세기 들어 18번째로 발표된 삼농업무 관련 중앙 1호 문건으로, 특히 올해는 전면적인 소강사회(小康社会) 건설 이후 향촌진흥이라는 새로운 시작으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중국 언론 내에서는 평가되고 있다.

 

중국 언론에서도 전면적인 소강사회 실현과 농촌의 탈빈곤 전략을 연결지어 그 성과를 자축하면서 두 번째 단계인 향촌진흥 단계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2021년의 의미를 발전적으로 평가한다. , 중국의 전면적인 소강사회 건설이 승리를 거두고 현대화 건설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이후의 첫 번째 1호 문건으로, 향촌진흥 건설 전면추진 원년의 1호 문건, '삼농' 업무 중심의 방향전환 이래 첫 번째 1호 문건, 145개년(2021~2025) 계획 단계의 첫 번째 1호 문건이란 점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언론의 자축에 앞서 '삼농' 문제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고 넘어갈 점들이 있다. 사실 삼농문제는 산업화, 도시화, 현대화 과정에서 많은 사회들이 겪는 도농이주와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와 유사하다. 하지만, 중국 사회에서는 농민 혁명을 통한 공산당 집권의 경험, 개혁개방 이후 개발의 불균등 효과와 이를 체제 내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제도 및 체제 정당성의 부족 문제가 밀접하게 닿아있기 때문에 더욱 주요한 관심을 받아왔다. 중국 공산당-국가가 주창해온 전면적 소강사회실현의 핵심 정책이 탈빈곤(脱贫), 특히 농촌 인구의 탈빈곤이란 점은 매우 상징적이다. 서구에서 근대로의 전환과정에서 불거졌던 사회문제가 주로 도시(로의 이주)문제, 도시 빈민에 초점이 맞춰졌고 해결 과정에서 근대 사회로의 전환과 통치성의 변화가 만들어졌던 것과는 또 다르다


개혁개방 이후 도농간 격차와 편향적 도시화가 불균등 발전을 극대화하는 가운데 농민()과 그 가족은 가장 큰 피해자이자 주변적 존재였고, 극적인 사건들이 중국 인민의 심금을 울리며 강한 파급력이 있었단 점은 중요했다. "현재 농민은 정말 고되고 농촌은 매우 빈궁하며 농업은 실로 위기에 처해있다"2000년 리창핑(李昌平)의 편지가 회자되고, 농민공인 남편의 임금체불 문제를 원자바오(温家宝) 총리 앞에서 호소한 시옹더밍(熊德明)2003CCTV 선전 올해의 경제인물로 선정된 것은 대표적이다. 더욱이, 도시와 농촌에서 농민()의 개별적, 조직적인 저항은 중국 사회에서 '삼농' 문제를 가장 주요한 문제 중 하나로 만드는 배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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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2021년 중앙 1호 문건의 핵심 내용


2004년 이후 올해까지 열여덟 번에 이르는 중앙 1호 문건은 삼농문제, 즉 고되고, 빈곤하며, 위기에 빠져있는 농업, 농촌, 농민의 문제 해결을 위한 수많은 방침을 반복, 재반복하면서 거듭 문제해결의 필요성과 노력을 강조해왔다. 2000년대 중반 사회주의 신농촌, 2010년대 도농 통합발전, 최근의 농업·농촌현대화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소강사회란 표현은 '삼농문제'와 맞물려 새로운 전환과 변화의 의미를 변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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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최근 5년간 중앙 1호문건의 각 부문별 핵심 내용


최근 5년간 중앙 1호 문건의 각 부문별 핵심 내용 또한 이를 반영한다. 생산·시설·공급부터 연구개발과 저장에 이르는 농업생산체계 전반 등 농업의 현대적 산업으로의 발전, 기반인프라 건설부터 제도 및 사회문화 전반의 농촌 사회변화와 농촌 환경개선, 소득증대와 교육·취업·의료·안전·사회보장 등 농민에 대한 사회정책의 상당부분은 지속적으로 강조되어왔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 농촌은 과거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되고 전환 중이다.

 

20211호 문건에서, 중국 공산당-국가는 지난 성과에 힘입어 크게는 두 개의 평가를 내놓았다. 우선, 중국 정부는 2020년 신시대 탈빈곤(脱贫) 목표와 과제를 예정대로 완수했음을 선포했다. 현재 기준에 따르면, 농촌의 빈곤인구는 모두 빈곤에서 벗어났고, 빈곤현()은 모두 빈곤의 꼬리표를 뗐으며, '이주식 빈민구제'(易地扶贫搬迁) 임무를 전면 완성하고, 절대 빈곤과 지역적 차원의 빈곤을 해소하고 인류 역사에서 빈곤 감소의 기적을 창조했단 것이다. 다음으로, 탈빈곤 이후 전면적인 향촌진흥 추진과 농업·농촌현대화를 가속함으로써, 불균등 발전의 핵심적 문제인 '삼농'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적인 노력을 가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의 가장 어렵고 힘든 임무는 여전히 농촌에 있음을 재확인하고, "민족이 부흥하려면 향촌이 진흥해야 한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과 향촌진흥의 적극적 추진 아래, 농민의 사회경제적 환경은 크게 개선되어왔고, 이는 농민공 개인 및 가족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된다. 과거 (주로 농촌의) 빈곤 노동력은 타지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어도 타지로 나갈 수 없고(出不去), 머물지도 못하며(留不下), 안정될 수 없는(稳不了)’ 심각한 곤란에 직면해왔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동적으로 '국가로부터의 원조를 기다리고 요구할 뿐"이었다. 하지만, 현재 농촌 산업기반 조성, 인근지역 취업 장려, 귀향 후 창업기반 확충 등 다양한 일자리들이 농촌에서 창출되면서, 농촌 소득의 증가세가 도시 소득의 증가세를 추월했고 특히 2020년 코로나로 실직 및 반(半)실업 위기에 처한 농민공에게는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인구이동이 성()을 넘는 원거리 이동에서부터, 성 내, 지역 내의 근거리 이동으로 변화하고 있단 지적은 이러한 변화를 잘 해석할 필요를 제기한다.

 

확실히 중국 농촌 또한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21, 향촌진흥을 내세운 중국 공산당-국가의 정책 목표 하에서, 올해 제145개년 계획의 성과지표 또한 새롭게 제시될 것이다. 신형도시화 정책(2013-2020) 이후 1억명의 농촌 인구가 도시 호적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농촌의 변화에서 또한 개인의 '자발성'에 기반하면서도 국가 정책에 따라 유도하는 최근 중국 정부의 정책적 흐름은 재발견된다. 향촌 사회를 현대사회와 융합시키고 전환시키는 맥락은 개인의 자발성과 국가의 정책적 유도가 결합된 일종의 새로운 통치()술과도 연관된다.

 

하지만, '삼농'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정부의 성과에 주목하면서도, 여전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점 또한 존재한다. 도시와 농촌의 통합 발전, 도농 관계 및 격차의 재조정, 특히 정부의 탈빈곤정책은 경제 지표 상에서 중국 농촌의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을 보여준다. 하지만, 앞서의 <><그림>이 보여주는 수많은 단어들이 시간이 지나서도 반복, 재반복을 거듭하는 이유는 그만큼 '삼농' 문제의 해결, 향촌사회의 현대적 전환이 지난하고 복잡한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더욱이, 한국을 비롯한 여러 사회에서 보이듯, 통합과 연계 발전이 실제로는 도시에 대한 농촌의 종속() 또는 종속적 발전을 심화할 수 있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향촌진흥과 개발의 이름을 앞세워 들어오는 각종 자본과 물류 인프라는 도시로 상징되는 현대적인 물질생활을 농촌에 보급하는 동시에 농민과 농촌 사회, 농업을 그에 맞춰 적응 또는 종속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전면적인 소강사회'의 양상이, 일부 개인과 집단의 차원에서는 어쩌면 또다른 비극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우려 또한 언제나 존재한다.

 

아울러, 탈빈곤 정책을 통해 농촌의 빈곤문제를 적어도 가시적으로 해결했다면, 다음은 인구 유동으로 인한 농촌의 '공동화'(空洞化) 문제가 있다. 농민공의 도시 유입을 강제하는 배출요인으로서 '삼농' 문제는, 흡입요인이었던 도시()의 변화와도 깊이 연결된다.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둘 사이를 잇는 사회적 관계, 특히 농민() 가족의 변화 또한 중요하다. 도시-농촌의 변화와 맞물리는 인구 유동과 네트워크의 변화는,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 개인의 발전과 더 나은 삶의 기회, 가족의 부양과 삶의 터전 마련을 위한 열망, 가족 내 세대간, 성별간 분업 구조의 변화 등 복합적 측면에서 세심한 연구가 필요해보인다. 춘절 연휴가 되면 수많은 농민공이 귀향 물결에 합류하는 이유는, 춘절이 끝나면 그만큼의, 또는 그보다 많은 농민공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와도 같을 수 있다. 한국 사회가 경험했던 이촌향도와 명절 귀향 물결을 낳았던 사회적 변화는, 단순한 경제적 기회와 지표상의 문제가 아닌, 친밀감, 자기계발 및 발전, 가족 구성원의 희생과 분업 등 다양한 삶의 양태와 맞물려 있을 것이다. 개발과 발전을 둘러싼 열망과 절망 사이에 누적되는 수많은 사회적 비용들이 여전히 농민()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고, 이를 둘러싼 수많은 희비극들이 가족을 둘러싸고 발생해왔단 점에서, 새로운 중국 농촌 사회의 변화가 갖는 변화와 함의에 많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종석 _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1) 张蕊. "重磅中央一号文件发布实现巩固拓展脱贫攻坚成果同乡村振兴有效衔接 加快推进农业现代化." 每日经济新闻2021.2.21.
http://www.nbd.com.cn/articles/2021-02-21/1632512.html [접속일시: 2021.2.24.]

2) "转发收藏2021年中央一号文件发布 历年一号文件重点都为你划出来了." 新华社新华视点微博2021.2.21.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21-02/21/c_1127122098.htm [접속일자: 2021.2.24.]

3) "转发收藏2021年中央一号文件发布 历年一号文件重点都为你划出来了." 新华社新华视点微博2021.2.21.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21-02/21/c_1127122098.htm [접속일자: 2021.2.24.]

4) "政策礼包推动稳岗 就业扶贫彰显民生温度." 中国经济网2021.2.15.

http://www.ce.cn/macro/more/202102/15/t20210215_36314401.shtml [접속일자: 2021.2.24.]

5) "外出打工被截流专家近亿农民工省内就业." 第一财经2020.11.17.

https://new.qq.com/rain/a/20201117A0299K00 [접속일자: 2021.2.20.]



* 이 글에서 사용한 표와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 1. http://www.gongyishibao.com/html/shehuizuzhi//2021/02/16791.html

표 1, 사진 2. 新华社新华视点微博(20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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