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인상식(人相食)’이란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사람들이 서로를 (잡아)먹는다”라는 뜻이다. 자연재해로 인해 기근이 발생했을 때, 굶주린 사람들은 ‘초근목피’ 즉 풀뿌리, 느릅나무 잎이나 껍질, 나무껍질, 풀이나 풀뿌리, 기러기 똥, 심지어는 관음토라고 하는 흙 등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먹고, 이러한 것마저도 모두 떨어졌을 때 일부 사람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참혹한’ 생존 방법 중 하나가 인육을 먹는 것이었다. 인육을 먹는 행위는 선과 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인륜을 파괴하는 것이었음은 분명하다. 역사상 인육을 먹는 행위에 대한 기록은 많지만, 특이하게도 고대의 기록보다 후대의 기록이 더 많다. 인육을 먹는 행위는 형벌의 도구 혹은 효심의 표현 등의 원인도 있지만, 여기서는 주로 기근으로 인한 식인행위만을 다루고자 한다.
위 두 그림은 ‘정무기황’(1876~1878) 당시 굶주린 사람들의 참혹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그림을 보면, “아부재도(餓莩載道), 상쟁연할(相爭臠割)”이란 설명 문구가 보이는데, 이 말은 “굶주린 사람들이 길가에 가득하고, 서로 앞 다투어 (시체를) 잘게 썰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굶어죽기 일보 직전의 사람들이 죽은 시신이라도 먹으려고 서로 다투는 아비규환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그림에는 “도로고아(道路孤兒), 흑야유살(黑夜誘殺)”이라고 하여, “길 위의 고아를 어두운 밤에 유인하여 살해하다”라는 의미인데, 그림에 보듯이 칼을 든 한 남성이 한 아이의 손을 잡아끌고 어디론가 끌고 가려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두 그림은 1876~1878년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화북지역에 한발이 닥치고, 그 결과 약 1천만 명이 굶어죽은 ‘정무기황’의 상황을 보여주는 ‘철루도(鐵淚圖; Tears from Iron)’의 일부이다. 당시 기록을 보아도 “사람들이 서로를 먹는데, 아버지는 그 자식을 먹고, 어머니는 그 여아를 먹으며, 남편은 그 아내를 먹어, 사람이 죽는데 10에 7~8이다”라고 했다.
기근으로 인해 인육을 먹는 행위는 비단 ‘정무기황’ 당시 화북지역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안휘수재비망록(安徽水災備忘錄)』이란 책의 기록을 보면, 안휘성의 ‘인상식’에 관한 기록이 71회 나오는데, 그중 명대(明代) 이전은 7회, 명대 276년 동안에는 42회로 평균 6.7년에 한 번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청대(淸代) 267년 동안에는 22회가 보이는데, 평균 12년에 1회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시기와 지역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기근으로 인한 식량부족 사태 발생, 그리고 극한의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인육까지 먹는 처참한 상황이 보인다.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인육을 판매하거나, 인육으로 다른 요리 예컨대 만두 등을 만들어서 파는 행위 등 다양한 ‘인상식’의 참상을 살펴볼 수 있다. 기근으로 인해 인육을 먹는 행위는 비단 전통시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1931년 양자강 대수재, 1942년 하남성 대기근, 1958년부터 시작된 대약진 운동 당시에도 기근으로 인해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은 대개 그 행위 자체의 비인륜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당시 기근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기근을 제때에 통제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식인 행위는 인재(人災)임이 분명하다. 한 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식인풍습이 역사적으로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모든 사람이 인육을 먹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극한의 굶주림을 참지 못한 일부 이재민의 비인륜적 행위이고, 다만 인육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도덕적 충격파가 크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관습과 중국문화 15】
김두현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임.
[참고문헌]
프랑크 디쾨터 지음, 최파일 옮김, 『마오의 대기근: 중국 참국의 역사, 1958~1962』, 열린책들, 2017
멍레이․관궈펑․궈샤오양 이 엮음, 고상희 옮김, 『1942 대기근: 삼백만 명이 굶어죽은 허난 대기근을 추적하다』, 글항아리, 2013
趙曉華, 「‘丁戊奇荒’中的社會秩序-以地方志爲中心的考察」, 『華南師範大學學報(社會科學版)』 2008-2
王志國, 「近代安徽自然災害與鄕村秩序的崩壞」, 『中國農史』 20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