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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2월호
세계 최대 쇼핑시즌 광군제와 중국의 변화 _ 송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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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계화,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통한 대량 생산,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 및 인터넷을 활용한 디지털 혁명 등으로 설명된다. 이와 대비되는 4차 산업혁명은 특정 기술의 등장보다는 기술들의 융합을 통해 진행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무수한 데이터가 활용되어 사회 전체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중국에 새로운 기회의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은 미국 등 선진 국가의 기술 및 기업 발전을 빠른 속도로 따라가며 해당 수준에 근접하거나 때로는 선두기업을 추월하는 ‘Fast Follower’1) 형태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First Mover’의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알리바바광군제(光棍節)2)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서 빼빼로 데이로 유명한 1111일은 중국에서 솔로들의 날로 통한다. 독신을 상징하는 숫자 14번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은 이에 맞춰 외로운 청춘남녀를 위로한다는 슬로건으로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 행사인 광군제를 기획했다. 200927개 기업 참여로 시작된 이 행사는 불과 10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 축제로 발전했으며, 2018년 기준 약 18만 개 이상의 브랜드 및 판매자가 참여하고, 하루 총 거래액(GMV)이 약 308억 달러(한화 약 35.3조원)에 이른다. 한국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연간 65조 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광군제 행사 하루 동안의 매출이 우리나라 연간 온라인 총 거래액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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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광군제 하루 동안 한화 35조 원 이상의 거래액을 가져온 것은 10억 건 이상의 주문량 덕이었다. 이 데이터를 보면 중국의 구매력, 알리바바의 기획력 등도 대단하지만, 해당 주문량을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알리바바의 시스템은 놀랍다는 표현을 넘어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도 들게 한다. 알리바바는 광군제 하루를 위해 1년을 계획하고 철저히 준비한다고 밝힌다. 여기에서 사전 준비는 고객의 니즈(Needs) 파악에 따른 수요 예측, 물품 준비, 재고 관리, 주문의 접수 및 처리, 배송과 사후관리 등을 포괄한다. 막대한 거래량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핵심 요소에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단계별로 적용되는 기술과 이를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며 수시로 시스템에 재반영해 전체 구조의 최적화를 이룬다. 이러한 알리바바의 시스템은 오랜 기간 단계별로 핵심 역량을 발전시켜온 덕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는 1999년 창립 이후, 2003C2C부문에서 타오바오(淘寶)를 설립했고, 검색엔진 이타오(一淘)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04년 알리페이(支付寶)로 금융서비스에 진출했다. 2007년 온라인 광고플랫폼 알리마마(阿里妈妈)를 설립하여 광고시장에 진입했으며, 2008B2C서비스 텐마오(天猫, Tmall)를 오픈했고, 2010년 소셜커머스 플랫폼으로 쥐화쏸(聚劃算), 글로벌 서비스로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를 런칭했다. 2013년에 물류 시스템 관리 및 운영을 위해 차이니아오(菜鳥), 데이터의 통합관리를 위해 클라우드서비스 회사 알리윈(阿里云計算)’을 설립했다.


알리바바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구매 검토단계에서 상품 추천 및 고객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를 통해 소비 패턴 데이터를 얻고 이를 알리윈 클라우드에 축적해 수요를 예측한다. 이는 다시 판매 규모 추산으로 연결되어 업체별로 예상 주문량을 자동 전달하고, 물류센터에서는 무인운반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스마트물류시스템으로 시간을 단축, 고객에게 보다 정확한 배송일정을 제시한다. 알리바바는 최근 광군제에 맞춰 택배기사 약 170만 명, 배송차량 약 40만 대, 항공기 약 200대 등을 운용한다고 밝혔으며, 전 세계에서 축적되는 소비자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우주정거장(糖果罐號) 및 통신위성(天猫國際號) 등을 구축하는 일참일성(一站一星)’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광군제는 대중의 관점에서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축제이고, 참여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인들의 지갑이 열리는 날이다. 마윈은 알리바바의 입장에서 광군제가 각 단계의 첨단 기술, 운영능력, 서비스, 물류 체계, 종합적 관리 등이 테스트되는 날이며, 광군제를 통해 알리바바 시스템의 전반적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광군제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알리바바 시스템의 발전은 4차 산업혁명의 미래 발전방향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편 중국 광군제와 주로 비교되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114주차 목요일) 무렵까지 팔지 못한 물품에 대해 판매자들이 재고비용을 감수하느니 저렴한 가격에라도 판매해 유지비 및 감가상각비 등을 최소화하려는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또한 블랙 프라이데이를 놓친 구매자 및 물품을 다 처분하지 못한 판매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 직후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의 온라인 할인시점에 다시 연계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주요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을 이끌었고 매년 11월 하순은 미국 최대 규모의 쇼핑기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009년을 기준으로 광군제의 출발점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 유명 쇼핑행사에 대한 벤치마킹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규모 면에서 이미 블랙 프라이데이를 10배 이상 앞서고 있으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출발해 오프라인 마켓을 온라인 및 모바일 체제로 전환시켰을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는 측면 등에서 알리바바의 광군제는 분명 세계 시장의 ‘First Mover’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윈은 오랫동안 물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2013년 알리바바 CEO에서 물러나면서 물류 자회사 차이니아오를 설립했고, 중국 대륙을 커버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 최적화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제 신유통(新零售)’이라는 새로운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016년 알리윈 클라우드 개발자 회의 윈치(云栖)’ 행사에서 마윈은 현재의 전자상거래 개념이 조만간 사라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랫폼 그리고 물류가 융합된 '신유통'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는 신선식품의 온오프라인 결합서비스인 허마셴셩(盒馬鲜生)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징동 등 경쟁기업도 세븐프레쉬(7Fresh) 등을 통해 알리바바와 경쟁한다

 

필자는 얼마 전 급하게 소형냉장고를 사기 위해 OO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예상보다 비싸게 책정된 가격표를 보고 매장 직원에게 할인 여부를 묻자, "얼마까지 보고 오셨어요?"라고 오히려 질문을 한다. 핸드폰으로 제품 정보를 검색하려하자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매장에서는 가격 검색을 하면 안 된다며 제지했다. 중국에서는 앞서 소개한 알리바바 뿐 아니라 징동 등 주요 기업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격정보 전자태그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보기 좋은 인테리어가 아니다. 오프라인 가격이 온라인 최저가에 연동해 움직이고, 고객들은 QR코드로 상품과 관련된 추가 정보를 획득한 뒤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제품 구매에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이 널리 쓰이며, 구매 정보는 물품준비, 출하, 배송, 사후관리 등의 전 과정에서 주요 정보로 재활용된다.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First Mover’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한국은 제조업혁신 3.0(2014.06)’정책으로 독일의 인더스트리4.0(2011.04)’ 및 미국의 첨단제조 파트너십(2013.09)’ 등을 벤치마킹했으나 특별한 성과 없이 단순한 정책 구상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오히려 다소 늦게 정책을 발표한 중국의 인터넷플러스(2015.03)’, ‘중국제조 2025(2015.05)’는 매우 활성화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국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한국은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에서 세계 1(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2016 1, 20172)로 평가될 만큼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은 아직까지 매우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캐롤(Lewis Carrol)의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 glass, 1871)를 보면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물체가 움직일 때 주변 사물들도 같이 움직인다. 그래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으려면 계속해서 뛰어야한다"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경쟁구도에서 주요 선진국과 중국은 우리보다 앞서 그들의 방식으로 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민근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1) First Follower, First Mover: 세계 상업용 드론시장에서 약 70%이상을 점유한 세계 1위 드론기업 DJI(大疆创新科技有限公司, 대강창신과기유한공사)의 창립자 왕타오(汪滔, Frank Wang)DJI가 세계 시장에서 ‘Fast Follower’가 아닌 ‘First Mover’임을 강조한 바 있다. 상당수 중국 기업들이 ‘Fast Follower’의 형태로 성장했지만, DJI는 사업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주도했고, 왕타오는 이를 ‘First Mover’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2) 1111일은 광군제(光棍節)‘11이 겹친다는 의미를 가진 11(双十一, 쐉쓰이)’로 많이 불리운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자료: Frank Lavin(2018), ‘Alibaba's Singles Day Shopping Festival: Three Key Takeaways For Brands’, Forbes, 201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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