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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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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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7일 우리나라에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었다. 나고야의정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낮아 그 발효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관심조차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발 더 들어가서 나고야의정서가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국제협약이라고 설명하면 더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나고야의정서라는 국제협약의 발효가 되면 지천에 널려있는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도 이제는 값어치를 매겨, 그것을 이용할 때는 그에 대한 허가를 받고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물을 사먹는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마트에서 너무 당연하게 물을 사먹는 것과 연관 지어 보면 나고야의정서의 내용이 언뜻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인삼추출물이 함유된 한방 샴푸를 쓰고, 녹차를 활용한 화장품을 바르고, 독감 치료를 위해 타미플루를 먹는 우리 소비자들에게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다고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츰 내가 쓰던 제품의 가격이 상승한다거나, 그 제품의 생산이 중단된다거나, 또는 언젠가는 자연추출물이 없는 화학성분으로만 구성된 제품이 등장한다거나 하는 상황을 겪게 될지 모를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품을 생산하는 화장품, 제약, 바이오 등과 같은 기업들이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를 구하는데 이 나고야의정서가 직접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나고야의정서는 기업의 생물자원 이용에 대해 그 자원의 원산지 국가에 이용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 자원을 활용하여 화장품이나 약을 만들어 팔아 이윤을 얻었다면, 그 이윤의 일정부분을 자원을 제공한 국가와 나누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물자원에 대해 이용승인을 받는 것과, 이익을 어떻게 나눠가질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의 국내법에 달려있다. 때문에 관련 생물자원을 어디에서 수입해 오는지가 나고야의정서를 대응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화장품 및 제약회사들이 생물자원을 활용하고 있으며, 그 중 과반수(54.4%)가 이러한 생물자원의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에서의 수입비율이 월등히 높다. 중국이 ‘갑’(제공국)이 되고 우리가 ‘을’(이용국)이 되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우리 관련 업계들의 준비상황은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로 무방비상태이다. 사실 관련 업계 기업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관련 정보가 많지 않아,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 기업차원에서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중국의 관련 법률이 공개되지도 않았고, 우리나라에서도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지 않아 기업도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는 사이에 이제 준비기간은 끝이 났다. 중국도 이제 관련 조례의 초안이 공개된 만큼 정식 제정 및 시행은 시간문제이다.
중국은 지난 2016년 9월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하면서 의정서 당사국이 되었다. 자원 부국인 중국이 이에 대한 국내법을 어떻게 제정할 것인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여러 국가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중국은 2015년부터 관련 국내법인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 관리조례(초안)(生物遗传资源获取与惠益分享管理条例)(草案)》 (이하 조례)작성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4월에 초안의 내용을 발표했다. 초안이 발표되면서 그 동안 중국을 원산지로 하는 생물자원의 접근과 이익 공유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관련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이익 공유 수준, 즉 기업이 부담해야하는 사용료 범위이다. 본 조례는 당해 연도 이익의 0.5~10% 수준을 '생물유전자원 보호 및 이익 공유 기금'으로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하나의 자원 부국인 인도의 이익 공유 수준이 1~3% 수준 정도이고, 화장품업계에서 통상 이익의 2.8% 수준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는 점에서 본 조례의 사용료 수준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범위가 0.5에서 10%로 매우 넓어 향후 사드(THADD)와 같은 정치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조례는 외국기업 및 개인이 중국의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한 연구개발에 대해서 반드시 중국과 합작하거나 중국 연구자가 참여해야만 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기술개발에 대한 정보 유출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 중국의 자원을 이용하는 기업 및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조례는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위법소득에 대해 최고 10배 또는 최대 10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영업정지, 재산 몰수, 접근자격박탈 등의 가중처벌 부과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조례의 초안이 공개된 만큼 중국의 나고야의정서 이행은 시간문제이다. 언론매체들은 하나같이 우리 업계에 큰일이 났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물론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아 당장에 큰일 난 것이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인도만큼 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많은 부분 다른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공국이 하자는 대로 눈치 보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도 옳지 않다.
나고야의정서는 그 목적이 자원 부국들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의 소중한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 보호하자는 데 있다. 또한 오랫동안 전통문화를 전승해 오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인정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발생한 이윤을 이들과 일정부분 공유하여 전통문화를 지속적으로 보존해가자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생물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금전적 공유의 부담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이익 공유는 금전과 인프라 개발 및 인턴십 등과 같은 비금전 공유가 함께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금전적 공유는 기업이 그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다시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단순히 원료를 사온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원료를 재배하고 생산하는 지역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수고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그 동안 관심 밖이었던 우리 생물자원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우리 땅에 자라고 있는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다.
윤성혜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 이 글은 '아주경제'와 인천대 중국학술원이 공동 기획한 『아주차이나』 [仁차이나 프리즘] 8월 24일에 게재된 것을 수정한 것임.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