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2022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총 246,579건의 분만, 그
중 제왕절개는 150,912건으로 61.2%를 차지하고 있다. 아기가 많이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에 한번 놀라고, 언제 이렇게 제왕절개율이
높아졌는지에 두번 놀라게 된다. 출산이 의료화되고, 이러한
의료화가 과하게 이루어지면서 산모나 신생아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시작하면, 각 나라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여기서는 일본과 대만의 출산운동의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고, 한국의 분만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일본에서 병원에서의 분만이 주를 이루게 된 것은 1960년대이다. 병원에서의 분만은 효율성과 안정성을 위하여 다양한
의료적 조치가 결부되었다. 일례로, 한 의사는 분만의 시간대를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
분만 요일을 월, 수, 토로 하고, 입원하는 산모의 수를 평균치로 유지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간호부나 다른 의료 부서의 근무도 계획적으로 짤 수 있고, 사무 직원이나 산전 검사, 약국 등 부서의 일의 양이 요일에 따라 계획적으로 운영되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1). 이러한 사고방식 하에 계획 분만을 위해 분만촉진제 사용, 수동식
확장기 부지 삽입, 겸자 분만 등이 일종의 유행처럼 일반화되었다2). 이러한 의료화된 출산은 1970년 중후반부터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신문에서는 ‘계획분만과 의료분쟁’ 이란 주제로 유도나 분만 촉진제로 인한 의료사고에 대한 분쟁을 시리즈로 다루었고3), 1988년에는 전국적으로 ‘분만촉진제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에 기존의 분만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탈의료화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우먼리브4)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외국에서 소개된 ‘라마즈법’을 도입하여, 출산
교실을 열었다. 현재 한국에도 잘 알려져있는 라마즈법은 그 자체로는 호흡과 이완, 연상을 이용해 진통을 경감시키고 남편과 함께 하는 분만법을 일컫는 용어이나,
당시 ‘라마즈법’은 의료화된 분만에 대비되는
자연주의 출산, 의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여성들 본인이 주체가 되는 분만법이라는 탈의료화의 의미가
부여되었다. 이는 후에 ‘Active Birth’ 운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성운동에서 시작된 분만의 탈의료화의 움직임에 빠르게 연계된 것은 조산사들이었다. 병원 출산에서 회의감을 가지고 있던 조산사들이 산모들의 자택분만이나 무개조분만 등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여
자신들은 산모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한편, 대만에서는 국가의 정책에 반발하는 조산사들이 먼저 출산 운동을 주도하게 된다. 대만에서는 1983년 행정명령으로 조산사는 병원에서의 경우, 의사의 지도 하에서만 아기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의료공백 지역에서 개업한 조산원을 제외하고 분만은 모두 병원으로 이동했다. 또한, 의사의 보조적 지위로 남았던 조산사는 결국 필요없는 직종으로 간주되어, 대만 정부는 1991년 조산사 학과를 없애 조산사가 되는 길을 없앴다. 또한, 기존의 모든 공립병원에서 조산사직을 없애고, 그 자리를 간호직으로 통합했다. 1999년 대학에서의 조산 교육이 재개될 때까지 곽소진 현 이사장을 비롯해 조산사들은 약 10여년간 끊임없이 싸웠다. 교육이 중단된 동안 그들은 영국과 일본으로 연수를 가거나,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고, 의료화된 대만의 현실에 대해 각종 유명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과도한 제왕절개률을 비롯해 폭력적인 출산 문화를 바꾸기 위해 당시의 국회의원, 산과 의사, 언론인, 대학 교수, 여성들과의 조직적 연대를 만들었다. 논문과 잡지의 기고,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국회 앞 시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5). 1999년 조산사 양성과정이 다시 개설되었고, 2014년 의사와 조산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Gentle Birth 부드러운 출산6)이란 전국적 프로젝트7) 를 만들어냈다. 이 프로젝트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고 2014년에 생육개혁행동연맹(Birth Empowerment Alliance of Taiwan, 생동맹 2018년부터 Vivid Alliance으로 영문명 바꿈)이란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다8).
사진 1. 생동맹 홈페이지
이들은 출산에 결부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활동은 현재 대만의 출산 현장에서의 이슈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가 된다. 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2019년 봄이었다. 활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전투적이기까지 한 이들의 회의에서는 전국적으로
170여명 밖에 없는 조산사들을 어떻게 더 연대하여 육성할 것인가의 문제와, 과도하게 의료화된 분만에서 부드러운 출산을 꾀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2023년 여름에 만난 이들은 생리와 임신 등의 성교육 책자
발간, 여성의 몸의 이해, 산후조리 서비스 개발, 배우자 출산 휴가의 확대, 유산한 이들의 아픔에 대한 프로그램까지
정말 많은 논의로 확장되고 있었고, 점차 의료화된 분만 자체보다는 점차 여성 문제 전반에 초점을 두고, 세계의 페미니즘 운동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본과 대만에 사례에서는 조산사나 여성 운동가들이 주도하여
출산 문화를 바꾸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반면, 한국은
지금 저출산 문제에만 매몰되어, 산모들이 아프지 않게, 낳기만
한다면 병원에서 무통분만에서 제왕절개까지 다양한 의료조치를 큰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WHO가 제시하는 적정 제왕절개율인 10~15%9)까지는
아니더라도, 61%은 분명 정상적인 수치는 아니다. 아기를
어떻게 낳고 있는지 우리의 현 출산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제소희 _ 일본국립민족학 박물관 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문헌
1) 狐塚重治, 「計画分娩の実際」, 『産科と婦人科』 第四二巻三号, 診断と治療社, 1975, 13p.
2) 松岡悦子, 『妊娠と出産の人類学―リプロダクションを問い直す』 2014
3) 松浦鉄也, 「計画分娩と医事紛争」, 『産科と婦人科』 第四二巻三号, 診断と治療社, 1975, 45~48p
4) 지금은 주로 ‘페미니스트’라고 하지만, 1980년대
일본에서는 Women's Liberation을 줄인 우먼리브로 불렸다.
5) 1983년부터의 조산사 이야기는 곽소진 이사장과의 인터뷰 내용
6) 일본에서 1980년대의 액티브 출산, 현재는 자연출산, 한국에서는 자연주의 출산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이러한 용어들이
의사에 대항하여 의료를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기 때문에 의료의 개입을 부정하지 않는 표현으로 젠틀 버스라고 명명하였다고 한다.
市川 きみえ, 2019, “Gentle birth”, an
alternative birth in Taiwan: Study on birthing facilities and midwives whowere
educated under the new midwifery curriculum, 『千里金蘭大学紀要』 16:23-34.
7) 일본의 원내조산 등을 참고하여 만들어진, 병원의 의사와 조산사가 공동으로 분만에 협력하는 프로그램이다. 2014년 처음에는 6개소가 참여하였으나, 2019년 당시에는 1개소만이 남아있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는 보기 힘들었다.
8) https://www.birth1020.org/
9) https://www.who.int/publications/i/item/WHO-RHR-15.02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https://www.birth1020.org/
사진 2. 저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