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중국 청년실업률 고공낙하의 비밀
지난 1월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3년 12월 기준 16~24세 청년실업률이 14.9%라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 6월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하고 나서 통계발표를 잠정 중단한 이후 6개월 만의 공식발표인데, 놀랍게도 그새 청년실업률이 대략 3분의 1이나 급감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비밀은 새롭게 적용된 통계산출 방식에 있다. 이번에 발표된 청년실업률에서는 16~24세 청년층 9,600만 명 중, 중·고등학교와 대학 등에 재학 중인 6,200만 명(전체의 약 60%)이 통계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대해 캉이(康义) 국가통계국 국장은 “학생의 주요 임무는 공부하는 것이지, 아르바이트가 아니”며,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찾는 청년과 졸업 뒤 일자리를 찾는 청년이 혼동되면 청년들의 실업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러한 통계산출 방식이 실업률이나 노동지표와 관련한 국제 표준을 정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국제노동기구의 기준에 따르면 고교생·대학생이 아르바이트나 구직활동을 하면 취업자나 실업자로 분류하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재학생만 통계 대상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중국도 작년 중반까지 이 기준을 적용했는데, 이렇게 청년실업률 산출방식을 변경한 것은 정부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통계 수치를 낮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물론 모든 국가가 국제노동기구의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각국의 사정과 상황에 맞게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중국 청년실업률 통계는 오히려 중국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청년실업률 14.9%’라는 통계수치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수많은 중국 청년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통계로 담아낼 수 없는 삶의 존재와 무게
우선 2024년 중국의 대졸자는 1,179만 명으로 3년 연속 천만 명이 넘는 대학 졸업생들이 치열한 취업 경쟁에 새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잠재적 실업자로 내몰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3년 발표된 한 자료에 의하면 대학 졸업자의 51.54%가 취업을 선택하고 있지만, “대학 문을 나서는 순간 절반이 실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이에 상당수의 대학 재학생들이 아예 졸업을 미루거나 졸업 후 국내외 대학원 진학 및 유학(국내 17.02%, 국외 1.42%), 공무원 시험 응시(13%)나 자격증 취득(5.91%) 등을 이유로 취업을 유예하는 ‘만취업(慢就業)’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1) 특히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 클럽인 ‘구교 연맹(九校联盟, C9)’2)에서 발표한 <2022~2023학년도 학부 교육품질 보고>에 의하면 이들 대학의 2023학년도 학부 졸업생 중 약 70% 이상이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으며, 그중 베이징대와 칭화대의 경우는 이러한 비율이 8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1. 2023년도 대학 졸업생들의 진로 선택 사진 2. 중국 C9 명문대학 학부 졸업생의 유학 및 진학 비율
이외에도 극심한 취업난과 구조조정, 가혹한 노동환경을 이유로 취업을 아예 포기하고, 부모의 집에서 전업주부처럼 집안일과 돌봄 등 가사서비스를 전담하면서 부모로부터 월급을 받는 ‘전업자녀’(全職兒女)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에 이번에 발표된 청년실업률 조사대상에서 빠져 있다. 그리고 프리랜서나 창업자, 음식 배달원 등 근로 계약을 맺지 않은 각종 불안정 직업 종사자들은 모두 취업자로 분류되어 통계에 반영된다. 따라서 ‘청년실업률 14.9%’라는 통계수치로는 이들 잠재적 실업자와 취업 유예 혹은 포기자, 불안정 취업자 등의 복잡다단한 삶의 존재와 무게를 모두 담아낼 수 없다.
통계에서 사라진 자들의 행방과 중국 경제의 행보
캉이 국가통계국 국장은 2023년 중국 경제 현황을 총평하면서 “복잡하고 엄중한 국제환경과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내수 확대, 구조조정, 신뢰도 제고, 리스크 방지 등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이뤄냈다”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청년실업률이 점차 안정되고 있으며, 취업 환경도 개선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대학 졸업생을 고용하는 기업에 일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학생 인턴 및 고용 확대를 위한 일자리 연계 사업, 청년 창업 지원 정책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단순히 청년실업률 통계수치를 낮추기 위한 임시방편의 미봉책을 넘어 실제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고용 창출의 기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소비 침체와 부동산 경기 악화, 미-중 전략 경쟁 심화 등의 구조적 불안 요인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졸자를 비롯한 청년 노동력 공급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경제성장 둔화로 인해 수요가 받쳐주지 못해, 국가통계국의 전망과 달리 실제 청년실업률의 고공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잠재적 실업자와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 취업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 통계 대상에서 단순히 소거한다고 사라지지 않는 이들 존재의 행방이 중국 경제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정규식 _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학술연구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1) 图数室, “不考公就考研!千万高校毕业生们出路越来越窄了?”
https://lrl.kr/Nrg7
2) ‘구교연맹(九校联盟)’은 장쩌민(江泽民) 전 국가주석이 1998년 5월 4일 베이징대 100주년 개교기념일 연설에서 제기한 세계 일류 대학건설 프로젝트인 ‘985공정’에 처음 선정된 9개 대학의 연맹으로 칭화대학(清华大学), 베이징대학(北京大学), 푸단대학(复旦大学), 상하이교통대학(上海交通大学), 중국과학기술대학(中国科学技术大学), 저장대학(浙江大学), 난징대학(南京大学) 시안교통대학교(西安交通大学), 하얼빈공업대학(哈尔滨工业大学)을 일컫는다. 이후 30개의 대학이 추가되어 현재는 총 39개의 ‘985공정’ 대학이 있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2. 图数室, “不考公就考研!千万高校毕业生们出路越来越窄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