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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2월호
대중국 정책에서 국가이익은 어디에 있는가? _ 안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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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과 윤석열 대통령.jpg




20225월 신정부가 들어서고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최고 중국 전문가인 정재호 교수가 주중한국대사로 부임하였을 때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확한 표현은 알 수 없지만 언론 보도에서 전해진 바에 따르면, 20228월 취임하자마자 중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인들을 모아놓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언급하며 파티는 끝났다고 발언했다직전인 6월 말 나토 정상회담 참석에 동행한 최상목 당시 경제수석이 중국 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내수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하면서 사실상 탈중국을 선언한 이후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후 관계자들이 탈중국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주워 담으려고 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었다. 게다가 대통령의 타이완 문제에 대한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현 정부에서 한중관계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상호 방문을 통한 한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다자회담에서도 취임 첫해에는 발리에서 25분 회담을 가졌지만, 작년 샌프란시스코 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에는 국내 언론의 별도 회담 가능성 관측에도 불구하고 악수하고 3분간 담소를 나누는 데 그쳤다. 이러한 상황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전례가 없는 모습이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의 평화로운 환경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의 하나인 중국과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왜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우리 정부에서는 사드 이후 중국이 한국을 무시하고 있고 대등한 한중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중을 넘어 혐중이 주류를 점한 우리의 대중 정서에도 부합하는 주장이다반면 중국에서는 한국의 탈중국 주장에 내심 불쾌할지라도 명시적으로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타이완 문제와 같은 소위 핵심 이익에 대하여는 한국이 금기를 넘은 것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상대 탓을 하면서 원인을 따지자면 끝이 없을 것이고 문제 해결은 난망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중국은 물론 우리의 국가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맹자는 왜 이익을 말하느냐고 했지만, 현대 국제관계의 제일 원리는 국가이익이다.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중국은 한국의 선진국 도약을 비롯한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의 하나였다. 평화 번영 발전이라는 우리의 핵심 이익이 한중관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따라 한중관계에서 힘의 관계가 중국 측으로 급속하게 기울고 있으며, 산업구조에서도 경쟁 관계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한 변화와 중국 내부 정책변화의 결합이 국내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 증대와 반중 정서 강화의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시장 조건이나 경쟁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세계 제1의 공장이고 제2의 시장인 것은 중장기적으로 불변의 사실이며 우리의 번영과 발전이 중국의 공장과 시장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도 변화할 수 없다. 그것은 중국의 변화에 잘 대응하는 것이 우리에게 사활적 과제의 하나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외교정책 당국자들은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외교를 사실상 지휘하고 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신냉전이며, 신냉전은 중국이 미국에 완전히 굴복하고 쓰러질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그리고 미국은 한국이 과거사 문제로 악화된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과 일본이 함께 미국 주도의 인도 태평양 다자 공동체와 사실상 중국에 대한 대항을 의미하는 가치동맹참가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러한 미국 입장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 현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포함하는 대외정책의 기조는 바로 그러한 주장을 따른 것이다.

 

김태효의 주장은 학자로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관점이다. 김태효의 주장은 결국 신냉전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 줄 서는 것은 우리 국가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라는 관점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이 우리의 국가이익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가정이 필요하다. 미래는 열려있고 가변적이다. 개인투자자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하거늘 하물며 국가의 운명을 하나의 가설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학자로서는 좋은 기회일지 모르나 그 기회가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평화 번영 발전을 위해서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한 가지 가설에 의존하여 그것을 국가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이데올로기이자 도박판의 논리이지 국가 운영의 길이 아니다. 국가 운영에는 특정한 가정이나 관점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현실의 변수를 고려한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요구된다.

 

현재 상황은 미중 경쟁은 물론 중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한중관계에 대한 백가쟁명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데도 최근 중국 연구에 대한 국가 지원이 거의 없어질 거라는 소문이 들려온다. 헛소문일 것으로 믿는다. 중국이 위험하고 대비해야 한다면 그만큼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이 자명하기에 연구의 필요성이 그만큼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사회적인 반중·혐중과 정책적인 탈중국과 중국 경시가 결합되어 중국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하고 있다세계 최대의 공장이자 우리의 최대 교역국에 대한 무관심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이익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한중관계에 대한 재정립과 대중국정책의 조정이 절실하다.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원장



                                                                              

1) 김태효, “-중 신냉전 시대 한국의 국가전략,” 『신아세아』 28권 2호, 2021.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s://lrl.kr/j4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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