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2021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이 결정된 시진핑의 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시진핑의 임기를 제한할 수 있는 어떠한 명시적 규정도 중국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종신제 부활을 말하기도 하지만 덩샤오핑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 종신제 폐지인 만큼 종신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현재로서는 시진핑의 임기에 가장 큰 제약은 시진핑 자신 즉 시진핑의 건강이라고 할 수 있다. 종신제 폐지의 이유가 종신제로 인한 권력의 과도한 집중에도 있었지만, 건강이 나빠져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고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이 처리해야 할 정상적인 업무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가 처리해야 할 정책 결정의 범위와 방식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중국공산당의 지도자는 전통적인 황제와 달리 외빈을 접견하고 대중과 주기적으로 접촉하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해야 한다. 심지어 마오쩌둥조차도 문혁을 시작하면서 양쯔강에서 수영하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해야 했다. 덩샤오핑은 현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그것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권력의 원천이 현직에 있는 지도자들은 누구도 그것을 피할 수 없다.
중국 지도자들의 활동을 시각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CCTV 저녁 7시 「연합 뉴스(新聞連播)」의 보도이다. 중국의 CCTV 「연합 뉴스」는 중국의 주요 방송이 모두 전송하는 가장 중요한 뉴스프로그램이다. 언제부터인가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CCTV 「연합 뉴스」는 시진핑으로 시작한다. 9월 24일까지의 9월 CCTV 「연합 뉴스」는 사흘을 제외하고 모두 ‘시진핑’으로 시작했다. 시진핑으로 시작하지 않은 사흘도 모두 시진핑이 참가한 행사에 관한 뉴스로 시작했기 때문에 모든 뉴스가 시진핑으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한 ‘시진핑 선전’
시진핑이 매일 톱뉴스가 되는 것은 미디어를 통한 시진핑 선전이라고 할 수 있다. 뉴스가 ‘시진핑’으로 시작하는 것은 중국의 CCTV 「연합 뉴스」가, 1980년대 한국의 9시 뉴스가 9시 땡하면 “전두환”으로 시작되어 “땡전 뉴스”로 불렸던 것처럼, “땡시(習) 뉴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뉴스가 “땡시 뉴스”가 된 이유는 과도한 개인으로의 권력 집중과 언론에 대한 통제와 언론의 선전 도구화라는 점에서 “땡전 뉴스”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미디어를 통한 시진핑 선전은 개혁 시기 형성된 당의 방침과 원칙에 배치된다. 중공은 문혁이 끝난 후 문혁의 재현을 막기 위해 “당의 정책 방침 결의를 많이 선전하고, 지도자 개인의 중요하지 않은 활동과 연설에 대한 선전을 적게 하라.”고 지시했으며, 개인 전기나 문집도 중앙선전부의 비준을 받지 못한 것은 출판하지 못하도록 했다.
시진핑의 저작 출판은 중앙선전부에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만일 시진핑의 활동이나 서신, 연설이 중요한 것이라면 지시 위반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1기 3중전회 공보」에서는 “중앙 지도자 동지를 포함한 어떠한 책임자의 개인 의견도 지시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당내 정치 생활에 관한 약간의 준칙」에서 지도자에 대한 무원칙한 찬양을 금지했으며, 그것에 이어 나온 「개인 선전을 적게 하는 것을 견지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한 지시」에서 지도자 개인의 중요하지 않은 활동이나 연설에 대한 선전을 적게 하라고 했다. 시진핑의 모든 지시와 서신과 연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이에 반하는 것이다.
- 시진핑 공개 활동의 축소와 지시, 서신, 저작 출판을 통한 선전의 확대 -
CCTV 「연합 뉴스」에서 시진핑 선전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있다. 시진핑의 서신이나 지시 혹은 저작 출판 등 시진핑의 실제 활동과 관련 없는 내용 보도가 오히려 실제 활동 보도보다 더 많았다는 것이다. 24일 동안의 보도 중 외빈 접견 관련 뉴스가 4일, 아시안 게임 개막식 참석과 관련 외빈 접견 관련 뉴스 3일, 헤이룽장성 시찰 뉴스 3일, 그 외 행사 참석(장애인 연합회 대표대회 참석) 1일 등 실제 활동 관련 뉴스가 11일이었다. 이에 비해 시진핑으로 시작한 나머지 13일의 뉴스는 모두 시진핑의 지시나 서신, 저작 출판과 그것에 대한 대중들의 반영 등과 관련된 뉴스였다.
이처럼 시진핑 보도를 통한 미디어 선전이 늘었지만 시진핑의 직접적 활동에 대한 보도가 반도 되지 않는 것은, 시진핑의 공개 활동이 오히려 줄어들었을 개연성을 보여준다. 시진핑 선전이 늘어난 이유는 설명할 필요 없이 명확하지만, 공개 활동이 줄어들고 지시, 서신, 저작 출판이 뉴스의 많은 부분을 점하는 것은 설명이 필요하다.
- 시진핑 공개 활동 축소의 이유 -
시진핑 공개 활동 축소의 실마리의 하나는 지난 8월 남아공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비즈니스 포럼 불참과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의 연설 대독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남아공 브릭스 회의 내내 시진핑의 안색이 좋지 않았으며 중국 밖 중화권 뉴스에서는 비행기에서 내리는 시진핑의 모습이 부자연스러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뒤이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시진핑이 참석하지 않고 리창이 대신 참석했다. 코로나 상황을 제외하고는 G20 정상회의에 시진핑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시진핑 불참 원인에 대하여 국경충돌로 인한 인도와의 불편한 관계 등 여러 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브릭스 회의에서의 상황이나 시진핑의 공개 활동 축소에서 볼 때 시진핑의 건강이 활발한 대외활동이나 대중 접촉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시진핑이 G20 회의에 불참하면서 9월 6일부터 8일까지 헤이룽장성을 시찰하고 이를 G20 기간인 9월 8일부터 10일까지 CCTV 뉴스에서 보도한 것은, 시진핑이 지방을 시찰할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없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려고 했던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시진핑은 8월 26일 브릭스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신장에 기착하여 현지 시찰을 하고, 8월 31일 정해진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9월 1일과 5일 외빈을 접견한 것 외에는 9월 6일까지 다른 공개적인 활동이 없었다. 이는 시진핑이 불가피한 활동 외에는 공개 활동을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일시적인지 장기적인지는 좀 더 관찰이 필요하겠지만 시진핑의 연령으로 보아 그러한 일이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 ‘현장 정치’에서 ‘서신과 지시의 정치’로의 전환 가능성과 임기 연장 문제 -
시진핑의 건강이 활발한 대외활동을 제한한다면 대외활동을 불가피한 부분으로 축소하면서 대중과의 접촉을 넓히는 방식으로 선전 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지시나 서신 혹은 저작 출판을 통한 시진핑 선전이다. 시진핑의 축소되는 공개 활동을 대신한 지시와 서신과 저작을 통한 일상적 선전과 대중 접촉은 개혁 이후 형성된 리더십 형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러한 리더십 전환이 가능하다면 시진핑의 임기 연장은 시진핑의 건강의 제약을 덜 받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 지도자에게 현장 정치 혹은 현장의 리더십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현장 리더십은 일찍이 1930년에 마오쩌둥이 「교조주의 반대(反對本本主義)」에서 “조사 없이는 발언권 없다.”고 천명한 이후 조사는 중공 지도자의 기본적 덕목이자 원칙이 되었다. 그런데 류샤오치는 1964년 8월 1일 사회주의 교육 문제에 대한 보고에서, 현지에서 조사하지 않으면 영도를 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약진운동 이후 한 번도 현지 조사를 한 적이 없었던 마오쩌둥이 그 해 말 “현지 조사하지 않았으면 발언권이 없다지만 발언하겠다.”고 류샤오치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으며, 그것이 문혁을 초래한 마오쩌둥과 류샤오치 사이 충돌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그만큼 현장 조사를 통한 현장 정치와 리더십은 심지어 마오쩌둥에게도 중요했던 것이다.
이는, 리더십 형태 전환을 통해 공개 활동을 축소하면서도 지도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시진핑의 시도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시진핑이 왕성한 대외활동과 공개 활동을 수행한다면 시진핑의 임기 연장은 좀 더 계속될 수 있겠지만, 만일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공개 활동 없이도 시진핑을 선전하는 지시, 서신, 저작을 중심으로 자신을 드러낸다면 시진핑의 임기는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장 정치’에서 ‘서신과 지시의 정치’로의 전환을 통한 리더십 형태 전환이 임기 연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로서는 시진핑의 건강이 시진핑 임기 연장의 중요한 결정 요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원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s://asia.nikkei.com/Politics/Xi-s-missed-speech-at-BRICS-event-sparks-speculation
-
2024.11
-
2024.10
-
2024.09
-
2024.08
-
202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