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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11월호
미래중국을 우리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_ 이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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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대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이후 30년 동안 연간 10%에 달하는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심지어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 때에도 중국은 9%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중국이 자본주의를 구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비록 명목 국내총생산에 국한된 것이지만 중국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을 차례로 제치면서 2012년 이후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0년대 중반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될 것 가능성이 높다. 중국 국무원 산하의 씽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도 제135개년 규획이 종료되는 2020년 이전에 그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중국의 새로운 변화는 국제질서와 세계경제의 지형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중국은 오랫동안 외국투자자들에게 값싼 노동력을 지닌 세계 최대의 시장이었고 서구경제가 자신의 병목(bottleneck)을 돌파해가는 기회의 땅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중국은 해외 유수기업이 오직 중국소비자를 위해 상품을 팔기 위해 들어오는 세계최대의 시장이 되었다. 중국의 시장이 기술과 자본을 거꾸로 지배하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현상도 보편화되었다. 중국의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도 크게 높아져 2015년 포츈지(Fortune)가 선정한 세계 100대 기업 중에는 중국기업이 17개나 포진했다. 여기에 33천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와 풍부한 자본으로 적극적으로 외국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작했고 그 대상은 라틴아메리카와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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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중국속도가 상징하는 미래중국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다. 우선 중국이 조속한 시간 내에 패러다임 전환에 실패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려울 뿐 아니라, 현재의 당국가체제로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기둔화의 장기화와 증시·환율·세계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소비와 투자심리가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본다. 이와는 달리 중국경제가 여전히 성장잠재력이 있고 이를 관리하는 정부능력이 우수하다는 낙관론이 있다. 즉 일부 성장, 국제수지, 금융부실, 화폐 등의 차원을 고려하면 일부 자산과 부동산 거품이 있으나 이를 새로운 도시화전략으로 극복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 임금인상을 통해 소비를 진작하고 이것이 민간투자를 회복시키면서 성장방식 전환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고 해외경기 회복도 부진한 상황에서 소극적 경기부양과 약한 위안화 정책을 통해 성장둔화의 폭을 줄여 나가는 절충론이 있다. 최근 베이징대학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장웨이잉(張維迎)과 린이푸(林毅夫) 교수 사이의 국가의 산업정책, 국가와 시장을 둘러싼 대토론도 이러한 인식차이와 해법에서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복합 차이나 리스크와 중국방안(方案

 

이러한 미래중국은 단순한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사회시스템 등 체제구속성이나 미중관계가 만들어 낸 새로운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의 국력에 대한 이미지와 실체를 구분하고 복합 차이나 리스크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사실 중국은 2020년대 중반에 이르면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은 미국을 능가할 수 있지만 경제력의 질, 거버넌스, 소프트파워, 인구의 질, 문화의 힘, 연구개발과 과학기술, 혁신의 기초가 되는 교육을 포함한 종합국력의 차원에서 당분간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역부족이다. 중국정부도 스스로를 G-2국가로 부르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련의 중국의 거친외교도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의 국익을 최대화하려는 일종의 시위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를 제약하는 가장 중요한 배경에는 복합 차이나 리스크가 있다. 차이나 리스크는 성장동력의 저하, 사회적 격차의 심화, 정부부채와 그림자금융의 폐해, 과잉생산과 부동산 문제, 부패와 환경문제 등 경제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계승정치, 업무분장(分工)의 비()제도화에 따른 혼란, 사회통제 관리비용의 급증,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비용의 증가, 인구보너스가 사라진 상황에서 출산정책과 정년연장의 모순 등 정치사회적 리스크와도 맞물려 있다. 여기에 개혁개방의 세례를 받은 중산계층의 자의식이 확대되면서 현재의 당국가 체제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신념의 위기도 점증하고 있다.


일단 중국은 이러한 위기를 인식하고 장기적 정책시야(time horizon)에서 포착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정상(new normal)’을 향한 거시경제정책의 수립, ‘제조 2025’를 통한 산업정책의 대전환, 위안화 국제화 등 대외경제정책의 조정, 신산업의 발굴을 위한 혁신경제, 창업국가로의 전환, ‘청정, 저탄소, 안전, 고효율의 현대적 에너지시스템의 확립 등 중국판 저성장에 대비한 정책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 무렵인 2020년까지 전면적인 소강(小康)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뿐만 아니라 반부패가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짜 명제라고 선언하면서 반부패운동을 통해 시장에서의 지대추구(rent seeking)와 독점을 바로잡겠다는 정책의지가 강하고 구체적으로는 농촌인구의 도시정착을 돕기 위한 호적인구 도시화, 전면적 두 자녀 정책의 실시, 중국제조업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노동환경의 개선, 절대빈곤층에 대한 지원, 환경 거버넌스와 정책시스템의 제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비록 논란이 있지만 186중전회에서 강력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시진핑을 핵심으로 한 당중앙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도, 위기관리 리더쉽 강화도 이러한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 주는 의미

 

문제는 중국의 위기와 기회, 낙관론과 비관론 그 어느 경우라도 중국문제는 세계문제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25%에 달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하면 한국경제도 0.2% 정도 하락한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현재의 추세라면 경제적 가치사슬 구조에서 중국의 하청기지가 되는 상황도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왜냐하면 양국 간 기술의 플랫폼이 거의 완성되었고 한국기업들이 생산한 제품들이 중국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나 휴대폰 등 대중 수출의 주력산업들은 중국시장의 총규모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품 점유율이 줄어두는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대변화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혁신과 각오를 요구한다. 중국에서 혁신하고 살아남지 못하면 미래한국도 불투명해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한국의 생존전략으로서 대중국 정책은 미봉적이고 대증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매몰비용(sunk cost)이 많은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 때문에 장기적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만 해도 그렇다. 향후 10년 내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약화된 균형’(eroding balance)이 나타나면서 미중관계가 자리 잡을 것이다. 이 경우 한반도 문제는 점차 미중관계의 종속변수로 전락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재국제화를 막고 중심성(centrality)을 확보한 상태에서 중국을 불러들이는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이희옥 _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성균중국연구소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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