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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현장&공간
4월호
드라마 <겨우, 서른>, 왕만니는 구자와 세금 문제로 논쟁을 벌일까? _ 이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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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三十而已)> 2020년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로 한국에도 2021년 넷플릭스를 통해 수입되어 일부 중국 드라마 매니아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는 명품매장의 영업직원으로 일하는 왕만니(王漫), 자수성가한 사업가이자 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주부 구자(), 남편과의 이혼과 재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중샤오친(钟晓), 이들 세 친구들의 상하이에서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유정 상하이.jpg

 

비록 이들이 중산층인지는 엄밀한 정의를 세워 분류해야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노점상과 대비시키면서 상하이의 중산층으로 설정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보유한 집이 다르고, 경제적 상황에서 차이가 있다. 구자는 아들의 유치원 학군을 위해 초호화 아파트에 입주하였다. 반면, 왕만니는 중소 도시를 의미하는 3선도시인 취저우(衢州)에서 주요 대도시인 1선도시 상하이로 이주하여 임대로 살고 있는데, 월세는 그녀 월급의 절반 정도나 차지하고 있다. 상하이의 임대료가 높은 이유는 주택가격, 주택에 대한 수요, 그리고 부동산보유세를 부과하는 시범지역으로 임대료에 조세 전가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도 왕만니가 중샤오친에게 본인의 거주 조건에 대한 어려움을 잠시 언급하였지만, 현실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대도시에 거주하고 싶은 청년들의 주택가격과 임대료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올해를 포함해 지난 3년 연속으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입법 계획에서 부동산세 개혁을 누락시켰다.1) 20218월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시진핑(近平)국가주석은 경제적 불평등 감소, 양극화 방지와 중산층의 확대를 위해서 공동부유(共同富裕)” 국정 기조를 강조하고, 이에 대한 수단의 하나로 부동산세의 도입을 제안했다. 시주석이 부동산세 입법과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시범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제안하자,2) 2021 10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국무원에 일부 지역 부동산세 개혁 시범사업을 실시할 권한을 부여하는 결정(于授权国务院在部分地区开展房地产税改革点工作的)'을 의결함으로써 부동산세 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3) 그러나 올해 양회(两会)에서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 발표에는 재산세 도입을 언급하지 않았으며,4) 양회 폐막직후 신화통신 기자가 부동산세 개혁과 관련하여 재정부 관계자를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종합적으로 각 방면의 상황을 고려한 결과, 올해 안에 부동산세 개혁 시범도시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5)

 

시범지역에 새로 도입할 계획이었던 부동산세는 주거용 부동산에 부과할 방산세(产税, 재산세)를 말한다. 부동산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과세는 거래세와 보유세가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건물, 주택, 토지사용권의 취득과 양도 시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보유세도 도시의 경영성 건물에 대하여 재산의 가치에 따라 방산세(产税,), 토지사용에 대하여 성진토지사용세(土地使用), 그리고 재산의 임대소득에 대하여 소득세(所得)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에 대한 방산세는 과세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수입 중 부동산 거래세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였으나, 보유세의 수준은 매우 낮았다.6)  

 

전술한바와 같이 드라마의 주무대인 상하이와 충칭 두 도시는 이미 2011년부터 개인 주택을 대상으로 보유세를 부과하는 시범지역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상하이와 충칭에서의 과세 대상이 고가 또는 초과면적을 보유한 주택 소유자와 외지인들이 보유한 주택으로 과세의 범위가 한정되어 부동산 가격의 억제와 부의 불평등을 줄이는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지방 정부의 세수 확보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여, 실제 도입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7) 지난 10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의결한결정은 상하이와 충칭에서 주거용 부동산의 보유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과세율을 높이며 시범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되었고, 지방 정부의 재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시험할 계기가 될 수 있었으나, 올해 실행 계획이 연기된 것이다.

 

부동산세 도입과 연기에는 전술한 재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여러 외신 보도나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이번 연기 사유에 거시경제 지표와 부동산시장 리스크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산층의 과세에 대한 인식도 부동산세 도입에 영향을 미쳐왔다. 버지니아대 왕잉야오(Wang Yingyao, 2017)교수는 부동산세 도입이전 중국의 조세제도는 중산층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구조라고 주장한다.8) 중국의 총세수에서 부가가치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개인소득세의 비율이 낮다. 또한 중국 세수의 주요 기여자는 기업으로, 그동안 중산층에게 세금의 부담은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중국은 2012년 부가가치세 확대를 앞두고 인민대표대회와 언론 등에서 부가세와 관련된 경제적 쟁점에 대해 보도하였으나, 주요 납세자인 소비자에 대한 부담은 공론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재산세 부과 도입을 지연시킴으로써, 과세부담이 정치적 논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피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10월 부동산 보유세 도입에 관한 결정이 의결된 직후 몇몇 신문들이 중산층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산층들은 동요하고 있었다. 2019년 중국인민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도시 가구의 약 58% 1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31% 2주택을, 10.5% 3주택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부채의 76%를 차지하고 있다.”9) 취업으로 베이징의 호구()를 취득할 수 있던 한 프로그래머는 "부모님이 베이징으로 동반 이주했으나, 호구 문제로 베이징의 부동산 소유를 할 자격이 없었기에, 보유한 두개의 아파트 모두를 본인의 명의로 등록하였다이미 높은 개인소득세를 납부하고 있기에 추가 과세는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하였다.10) 한 웨이보 사용자는 "70년 동안 부동산을 임대해도 여전히 세금을 내야 한다며 부동산세의 법리적 모순을 지한다.11)

 

이번에 논의가 된 부동산세 도입으로 예상되는 전반적 거시경제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세율의 설정과 범위, 법리적 기반,12) 그리고 대도시 호구유무가 실구매자들에게 부담감과 함께 공정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의 부동산 보유세가 증가하여,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다시 한번 임차인에게 전가하여 왕만니의 월세부담이 더욱 커지거나, 구지아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면, 드라마 주인공들도 부동산 보유세에 대해 불만을 표출할 것이다. 세금 구조의 변화는 취저우 출신의 왕만니와 상하이 출신으로 추정되는 구자, 중샤오친으로 하여금 부동산세의 법리적 기반 뿐만 아니라 호구 제도의 불평등과 불공정, 그리고 조세 체계와 정치적 의미에 관하여 논쟁하게 할지 모른다. 경제적 이유로 부동산세 도입 논의가 지연되었지만, 향후 중국 정부의 부동산세 도입은 대도시 중산층의 사회문제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조세저항을 가져올 것이다.


【이미지 중국 12 

이유정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 참고문헌

1) Reuters. March 16, 2022. Conditions not right for China to expand property tax trial this year – Xinhua.

https://www.reuters.com/world/china/conditions-not-right-china-expand-property-tax-trial-this-year-xinhua-2022-03-16/(검색일: 2022323).

2) 近平. 20211015. “共同富裕.” 求是. 2021/20. http://www.qstheory.cn/dukan/qs/2021-10/15/c_1127959365.htm (검색일: 2022317).

3) 新浪. 20211215. 官方首次解房地产税改革点,放重磅信. https://finance.sina.com.cn/chanjing/cyxw/2021-12-15/doc-ikyakumx4223561.shtml(검색일: 2022317).

4) 아주경제. 이재호. 2022320. , '공동부유' 핵심퍼즐 부동산세 연기 왜?. https://www.ajunews.com/view/20220319191535388(검색일: 2022323).

5) . 20220316. 政部:今年不具备扩大房地产税改革点城市的. https://news.sina.com.cn/c/2022-03-16/doc-imcwipih8826875.shtml(검색일: 2022323).

6) 신금미. 2015. 중국 토지 공유제하에서 부동산 보유세 징수 가능 여부에 관한 연구. 조세학술논집, 31(2): 215-251.

7) SCMP (Jane Cai and He Huifeng). Nov. 29, 2021.  China’s Property Tax Causing Sleepless Nights for Homeowners as Beijing Walks the ‘Tightrope.’ https://www.scmp.com/economy/series/3157038/chinas-property-tax-dilemma?module=inline&pgtype=article(검색일:2022317).

8) Yingyao Wang. 2017. “Why Tax Policy is not Politics in China: Public Finance and China’s Changing State-Society Relations.” Politics & Policy. 45(2):194-223.

9) SCMP (Jane Cai and He Huifeng). Nov. 29, 2021.  China’s Property Tax Causing Sleepless Nights for Homeowners as Beijing Walks the ‘Tightrope.’ https://www.scmp.com/economy/series/3157038/chinas-property-tax-dilemma?module=inline&pgtype=article(검색일:2022317).

10) SCMP (Jane Cai and He Huifeng). Nov. 29, 2021.  China’s Property Tax Causing Sleepless Nights for Homeowners as Beijing Walks the ‘Tightrope.’ https://www.scmp.com/economy/series/3157038/chinas-property-tax-dilemma?module=inline&pgtype=article(검색일:2022317).

11) BBC 中文. 20211026. 房地产税点的关键细节和不确定性. https://www.bbc.com/zhongwen/simp/chinese-news-59036203(검색일: 2022 3 17).

12) Reuters. October 20, 2021. China's Xi faces resistance to property-tax plan – WSJ. https://www.reuters.com/world/china/chinas-xi-faces-resistance-property-tax-plan-wsj-2021-10-19(검색일: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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