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시진핑 집권 이후 엘리트 정치에서 두 가지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당의 역할이 강조되고 시진핑 주석 개인의 권한이 강화되고 있다. 기존 관행, 관례와는 다른 정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 4중전회도 개최되지 않고 있다. 격대지정의 후계구도 관행도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의제의 조정과 합의에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던 완충의 정치로서 원로정치도 퇴색하고 있다. 법과 제도는 당과 시진핑 주석 개인을 중심으로 다시 재구성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표출된 외부 변수가 중국 국내정치에 본격적으로 깊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갈등은 표면적으로는 무역 불균형 문제에서 촉발되었다. 하지만 심연의 움직임은 부상하는 중국과 부강한 미국과의 미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서막이다. 따라서 물러설 수 없는 진검 승부를 앞두고 있다. 일시적으로 봉합된다고 해도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패권 경쟁의 요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당의 역할 강화와 시진핑 개인의 권한 강화 그리고 국제변수의 국내정치의 영향은 엘리트 정치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먼저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새로 부각되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당대회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지도부의 교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이다. 19차 당대회 이후 3년차에 접어든 지금 누가 새로운 지도부로 부상하고 시진핑 주석 이후를 이끌어갈지 오리무중이다. 정례화되어 있는 지도부 교체의 정치 전통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심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6세대 간부군으로 거론되던 ‘60후’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차세대 젊은 간부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당시 ‘60후’ 100여명에 달하는 간부를 성부급으로 파격적으로 선발했다. 그러나 2019년 초 시점에서 차차기를 도모하는 ‘70후’ 가운데 성부급에 진입한 젊은 간부들이 겨우 15명 안팎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빠른 발탁의 ‘60후’는 발탁 이후 성장이 정체되어 있고, 빠르게 발탁해야 하는 ‘70후’는 현저히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간부 성장의 비관행적 요인은 시진핑 주석의 집권 연장과 매우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2018년 3월 전국인대에서 헌법 수정을 통해서 제도적으로 국가주석 제한에 따른 구속을 받지 않게 되었다. 시진핑 주석에게 천천히 젊은 간부를 선발, 성장시켜도 되는 여유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70후’의 풍부한 인재풀을 천천히 만들어가면서 자신의 장기 집권과 연동시켜 후계구도를 그려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적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70후’를 천천히 성장, 발전시키면서 ‘50후’와 ‘60후’의 오랜 정체가 나타날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70후’ 외에 ‘80후’와 ‘90후’의 빠른 성장으로 나타나면서 젊은 간부들의 경쟁과 충성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경우의 수가 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세대별 빠른 성장과 정체의 혼재 현상은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혹은 집권 연장 플랜과 맞물려 기존 간부 충원 패턴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집권 연장에 따라 차세대 간부를 천천히 상층부로 진입시킬 경우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50후’와 ‘60후’는 연령 기준과 직급 정년에 따라 동반 퇴진할 수도 있다. 이 공백을 ‘70후’와 ‘80후’로 채워 나간다면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세대 정치를 건너뛰는 새로운 정치 관행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러한 관행을 정착시켜 나간다면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지는데도 유리하다. 지금 성부급 이상에 포진해 있는 이른바 ‘60후’ 세대들은 2000년대 당과 국가의 젊은 간부 수혈 정책에 따라 빠르게 성장한 간부들이다. 이들이 당시 빠르게 성장하는데 사실 시진핑 주석의 영향력은 거의 없었다. 시진핑 주석 자신의 당내 지위가 성부급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이는 현 ‘60후’ 전체 세력들과 시진핑 주석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그리 두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느린 성장을 하고 있는 ‘70후’에서 차기 지도부를 찾고 이 세대를 보위하기 위한 권력 기반으로 ‘80후’의 발탁까지 염두에 둔다면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차기 권력을 구성하는 구성원 전체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70후’와 ‘75후’ 심지어 ‘80후’의 성장이 자주 목격되는 현상의 이면에는 엘리트 정치 전반의 변화라는 큰 흐름이 내재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엘리트 정치 변화에서 원로정치의 역할이 매우 약화되었거나 심지어 거의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로정치의 쇠퇴 내지 약화는 세대교체 환경 변화와 연동되어 있다. 격대지정(隔代指定)의 폐기 혹은 조정이라는 정치제도화의 오랜 관행을 지켜낼 힘도 없기 때문이다. 원로정치의 영향력 약화에 따른 권력 내부의 견제와 균형의 관행은 엘리트 정치의 동학이 이제는 시진핑 주석 개인의 권위와 권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원로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합의와 조정이라는 집단지도체제에 기반을 둔 엘리트 정치 동학은 시진핑 주석 개인의 의지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 변화는 차기를 꿈꾸는 후보자들에게 경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개인에 대한 충성에 기반을 둔 경쟁 요소는 집권 연장을 꿈꾸는 시진핑 주석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요소이다.
이를 가장 확실하고 분명하게 하는 방안은 바로 기존 관행을 새로운 환경에 적용하여 세대별 간부군의 변화를 직접 실행하는 것이다. 기존 관행에 따라 현 직위에 올라온 ‘50후’와 ‘60후’의 과감한 동반 은퇴를 추진한다. 대신에 그 자리에 ‘70후’ 등 신진 세력으로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이룬다. 기존 관행의 변화를 통해 내부 경쟁을 유도하고 충성 경쟁을 촉발시켜 신진 간부를 등용한다. 이렇게 등용된 간부들은 오롯이 시진핑 주석의 영향력에 의해 선발된 간부들이기 때문에 집권 연장 국면에서도 충분히 권력의 방패막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파격적인 발탁을 한다고 해도 그리고 그것이 시진핑 주석의 엘리트 순환의 강력한 동력이 된다고 해도 기존 관행과 완전히 단절할 수는 없다. 여전히 중국 엘리트 정치 내부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서 ‘50후’와 ‘60후’들이 존재하고 이미 은퇴한 60여 명의 고위 전직 영도간부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이 장기 집권을 도모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기존 관행에 대한 선택적 적응과 순응 그리고 새로운 관행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즉 기존 관행인 ‘단계별 성장’과 새로운 자신의 관행인 ‘파격적 발탁’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엘리트 정치의 변화를 이끌 전망이다.
현재 파격적인 발탁은 지방 성급 당위원회 상무위원급 등 성부급 인사 그리고 지방 주요 지급시 인사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양진보(杨晋柏), 궈닝닝(郭宁宁), 스광후이(时光辉) 등 ‘70후’가 서서히 성부급 관원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천페이(陈飞), 장샤오창(张晓强), 시잉차이(郄英才) 등 ‘75후’의 부상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심지어 량솽(梁爽), 짜오량(赵亮), 우저통(吴泽桐), 천쑤(陈苏) 등 ‘80후’ 지급시 시장도 등장하고 있다. 저장성에서는 천천(陈晨), 리징(李婧), 진페이(金飞) 등 ‘90후’의 파격 발탁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층 경험과 현장성을 중시하고 젊은 간부를 선호하는 시진핑 주석의 간부 선발 강조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50후’나 ‘60후’가 정체되는 대신에 ‘70후’나 ‘80후’ 심지어 ‘90후’로 이어지는 젊은 간부의 파격 발탁은 자칫 최고지도부로서의 꿈을 펼쳐 보이지도 못하고 강퇴될 수도 있는 ‘60후’의 우울한 자화상을 떠올리게 한다. 시진핑 주석의 파격 발탁 강조가 자칫 ‘60후’의 은퇴라는 상실의 세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젊은 간부의 파격 발탁은 흥미로우면서도 이채롭다.
양갑용 _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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