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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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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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제13기 전국인대회의에 참가할 2,980명의 대표 명단이 최종 발표되었다. 18대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왕치산(王岐山), 전 광동성 서기 후춘화(胡春華) 등이 함께 후난성(湖南省) 대표로 확정되었다. 군대 내 반부패 활동을 담당했던 류사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 아들 류위안(劉源) 전 상장(上將)도 중국인민해방군 대표로 당선되었다. 이들 모두 시진핑 주석과 직간접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번 전국인대 대표 가운데 특히 시진핑 주석은 100% 득표율로 네이멍구자치구에서 전국인대 대표로 당선된 유일한 사람이다. 시진핑 주석의 전국인대 대표 당선을 전후로 시진핑 주석에 대한 인민영수(人民領袖)라는 수식어가 언론에 부쩍 오르내리고 있다. “인민영수는 인민을 사랑하고(人民领袖人民爱)” “인민영수 시진핑은 인민에서 나왔다(人民领袖习近平来自人民)”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권력이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 평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2월 25일 당중앙위원회는 3월 전국인대에서 논의될 헌법 수정안에 대한 의견을 공개했다. 21개로 요약된 당중앙의 의견은 사실상 전국인대에서 그대로 수용된다는 관례에 비춰 보면 헌법 수정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21개 의견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다섯 번째 의견으로 제시된 헌법 제1조와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근본제도이다”라는 조항에 “중국공산당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열네 번째 의견으로 제시된 것으로 헌법 제79조의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부주석의 매회 임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 매회 임기와 서로 같고 연속해서 두 기수를 초과하여 임직(任職)할 수 없다”는 규정을 수정한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부주석의 매회 임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 매회 임기와 같다”로 수정하여 두 기수 연속 초과 임직 제한 규정을 없애버렸다. 마지막으로 헌법 제3장 국가기구에 감찰위원회를 여덟 번째 국가기구로 명시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단연 주목을 받은 것은 국가 주석의 임기 규정에 대한 제한 규정을 철폐한다는 제안이다.
당국가체제인 중국에서 국가주석은 사실상 명목상의 의전 직위일 뿐이다.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할 뿐 실제적인 힘을 갖지 못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국가 주석이 명목상의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연임 제한 규정을 폐기한다는 이번 의견안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아마도 시진핑 주석의 집권 연장과 맞물려 해석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실제 권한이 없다고 해도 명목상으로 국가주석을 3연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것은 마오쩌둥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주석 관련하여 명문 규정은 헌법 제3장 국가기구 제79조에 명문화되어 있다. 헌법 79조에 따르면 만45세 이상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 중국 공민은 국가 주석과 부주석에 피선될 수 있다. 왕치산이 국가부주석으로 거론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번에 두 기수 연속해서 임직할 수 없다는 규정을 삭제한 것은 연임 임직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놓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두 기수 초과 연속 임직 금지 규정은 비단 국가 주석이나 부주석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 87조에는 국무원은 매회 임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임기와 같고 총리, 부총리 국무위원은 연속해서 두 기수 이상을 초과해서 임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위원회에서 제안한 헌법 수정 권고안에는 이 부분이 빠져있다. 즉 국가 주석과 부주석의 임기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국무원 총리, 부총리, 국무위원의 연임 제한 규정 변경 의견이 없었다는 점이다. 유독 국가 주석과 부주석 임직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한 것이 정치적으로 논란을 유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헌법 86조는 국무원은 총리 책임제를 시행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국가 주석에게는 주석 책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헌법 81조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을 대표하여 국사(國事)를 진행한다고 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국가 주석과 관련된 연임 제한 규정 삭제 의견 제시는 결국 국가 주석과 부주석에 대한 연임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놓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국가 주석과 부주석에 대한 역할 강화 가능성이 주목받게 된다. 헌법 수정을 통해서 국가 주석과 부주석의 권한을 실제로 강화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는 점이 이번 중앙위원회의 헌법 수정 의견 제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경우 국가 주석은 대외적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실제적으로 국사 활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실질적인 권한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국가 주석의 권한이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주석과 부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의 삭제는 주석과 부주석의 역할 강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주석 연장 이후 언제 은퇴하느냐의 문제이다.
중국 헌법에 국가기구 수장에 대한 명문화된 은퇴 연령 규정은 없다. 예컨대 국가주석이나 부주석의 경우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 만 45세 이상의 중국 공민이면 주석이나 부주석에 나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헌법 어디에도 은퇴 연령 규정은 없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이 국가 주석을 연장할 경우 언제 은퇴할지는 사실상 알 수 없다. 이번 중앙위원회의 연속 두 기수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앤다는 의견이 바로 국가 주석의 종신제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중국정치가 노정해온 예측 가능한 정치 제도화의 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원로 간부의 강제 은퇴는 사실 덩샤오핑의 오랜 숙원이며 정치적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진행되어 온 시진핑 주석의 정치 스타일을 보면 전통에 입각한 관행의 수용과 적응이 매우 중시되었다. 그러나 이번 국가 주석과 부주석의 임기 제한 규정 삭제는 개혁개방 이후 지속되어 온 기존 관행을 허문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물론 중국정치가 전통에 기반을 두고 전통의 관행을 수용하는 기본 전제에서 발전해 온 것으로 평가되고 그런 측면에서 관행의 준수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명분을 제공한다. 따라서 관행의 수용 못지않게 관행의 변경 역시 명분이 분명해야 하고 그 명분은 바로 통치의 정당성과 합법성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간부의 종신제나 원로들의 은퇴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정치가 발전해 온 것이 개혁개방 이후 중국 정치의 관행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이번 연임 제한 규정 철폐는 정치적 명분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1980년 8월 18일 중공중앙정치국 확대회의가 개최되었다. 당시 덩샤오핑은 <당과 국가영도제도 개혁(党和国家领导制度的改革)>을 주창했다. 그 핵심을 바로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필요한 젊고 유능한 전문 지식을 갖춘 간부들을 선발, 배치하는 것이었다. 이는 중국정치가 답습해 온 관료주의적 현상, 권력의 과도한 집중, 영도간부의 종신제 등 각종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과감한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조치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헌법에 관련 명문화된 국가 간부들에 대한 은퇴 규정은 넣지 못했다. 단지 당관간부(黨管幹部)의 전통에 따라 정치적인 관행이 존재했을 뿐이다. 중국은 사실 이러한 관행에 기초해서 세대교체를 진행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당내 합의가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그리고 당내 합의는 인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연결되어 정치적 신뢰라는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국급(正国级)은 70세 은퇴이나 대개 75세 전후로 은퇴한다. 당중앙, 전국인대, 국무원, 전국정협의 임기는 관행적으로 당 중앙이 결정한다. 즉 국가급 정직(正职)인 국가 주석과 부주석, 총리, 전국인대 위원장, 전국정협 주석, 군사위원회 주석과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이다.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적용되는 이른바 ‘7상8하(七上八下)’도 사실 내부 합의에 기초한 관행이다. 중앙정치국 (후보)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부총리, 국무위원, 전국인대 부위원장, 전국정협 부주석, 최고인민법원 법원장,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 등 국가급 부직(副職)인 부국급(副國級)은 70세 전후 은퇴한다. 이 역시 당내 합의가 우선한다. 그리고 성부급(省部级) 정직(正职)의 경우 65세 은퇴하고 최대 3년 연장하여 68세에 은퇴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당정 영도간부(党和国家领导人)라는 성부급 간부들은 65세를 전후로 은퇴한다. 부성급(副省级) 간부의 경우 60세 전후로 은퇴한다. 이러한 관행은 현대화 건설이라는 개혁개방의 큰 역사의 물줄기를 만들어낸 덩샤오핑의 정치적 유산이고 이미 오랜 기간 정착된 당과 국가의 관행이었다.
이번 헌법 수정 의견 가운데 국가 주석과 부주석의 두 기수 초과 연임 제한 규정 삭제 의견을 보면 당내 은퇴 연령을 다시 못 박는 대신 두 기수 연속 재임 규정만을 삭제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그 어떠한 명분으로도 국가 주석과 부주석의 집권 연장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는 점이다. 즉 두 기수 이상 계속 임직이 가능하고 그 은퇴 연령은 따로 정하지 않음으로써 시진핑 국가 주석의 임기 연장이 제도적으로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정치가 걸어온 집단지도체제에 기초한 당내 합의의 정치라는 정치적 전통과는 다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다. 즉 기존 관행의 준수나 순응이 아니라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가는 시진핑 주석 자신의 절박한 정치적 의지에 기초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당원과 국민들을 설득할만한 그 정치적 명분을 확실히 안착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가 주석과 부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 철폐가 당장 시진핑 주석 본인에게 적용될 것이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향후 계속해서 정치적 논쟁거리로 남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갑용 _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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