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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11월호
8개항 규정 _ 박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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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은 1024일부터 27일까지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6중전회)’를 개최했다. 중앙위원들의 임기는 5년이고 현 제18기 중앙위원회는 2012년 말에 임기를 시작했으므로, 내년에는 제19차 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중앙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새로 구성될 중앙위원회는 새로운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들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총리 2명만 남고 5인 모두가 퇴진해야 한다.


5인의 퇴진은 장쩌민(江澤民) 시대에 당내 합의에 따라 결정된 ‘78(七上八下)’, 67세까지는 새로운 직책에 선출될 수 있지만 68세가 되는 해부터는 어떤 새로운 직책도 맡을 수 없도록 한 원칙에 따라 이루어질 예정이다. 78하 원칙에 따라 퇴진해야 하는 정치국 상무위원 5명은 내년에 만 72세가 되는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71세가 되는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과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 69세가 되는 왕치산(王岐山)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이다.


그러나 10276중전회 폐막과 동시에 발표된 6중전회 공보(公報)는 내년 당대회에서 이루어질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당중앙의 권위를 강화하고, 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생활을 보다 엄격하게 실시할 것을 강조하는 종엄치당(從嚴治黨)’과 반()부패 운동의 계속을 다짐하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공보는 당중앙 권위의 강화 일환으로 지금까지 시진핑 동지를 당총서기로 하는 당중앙 주위로 단결해서라는 말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 주위로 단결해서라는 표현으로 바꾸었다. “~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이라는 표현은 과거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과 장쩌민(江澤民)총서기 시절에는 사용됐으나,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때부터 사라졌던 표현이다.


공보에 따르면 명실공히 당의 핵심으로 권위가 강화된 시진핑 총서기는 지난 2012년 말에 총서기로 선출되면서 발표한 반()부패 운동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밀어붙여 부패의 달콤한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당과 행정부 간부와 영도자들의 생활태도를 완전히 바꾸어놓겠다는 다짐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내년의 19차 당대회를 넘어, 오는 2022년의 제 20차 당대회까지 종엄치당이라는 구호와 반부패운동의 핵심 구호인 “8개항 규정(八項規定)”이 신문과 방송의 키워드(keyword)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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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항 규정 관련 도안

 

시진핑의 “8개항 규정이란 시진핑 체제가 출범한 지 채 1개월이 안된 지난 해 2012124일 시진핑 총서기가 정치국 회의를 소집해서 행한 반부패 특별지시를 의미하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사연구 방식을 개선하라(改進調査硏究). 조사연구 방식을 개선해서 기층(基層)으로 다가가고, 진실한 상황을 조사연구하며 심층적으로 이해하라. 경험을 총괄하고 문제를 연구하며, 곤란한 문제를 해결하고 공작을 지도하라. 군중에 대한 학습을 하고 군중들과 좌담을 하며, 많은 간부들과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 하라. 토론을 많이 하고, 전형적인 문제는 해부하고, 곤란한 문제와 모순이 많이 집중된 곳으로 다가가며, 군중들의 의견이 많은 곳으로 가라. 형식주의를 배격하여 수행차량을 간소화하고, 수행인원을 줄이며 접대를 간소화 하라. 표어와 플랜카드를 붙이지 말고, 군중 환영행사를 열지 말고, 붉은 카펫을 깔지 말며, 꽃장식을 줄이고 연회도 열지 말라.


둘째, 회의 활동을 간소화 하라(精簡會議活動). 회의를 간소화 하고 회의 형식도 고치라. 중앙의 명의로 개최되는 전국 규모의 회의를 엄격히 통제하라

 

셋째, 보고 문서를 간소화 하라(精簡文件簡報). 넷째, 해외 출장은 규정에 맞게 하라(規範出訪活動). 다섯째, 경호 활동을 개선하고 교통 통제를 가능한 하지 말라(改進警衛工作). 여섯째, 신문에 보도되는 일을 줄이고 보도되더라도 가능한 간결하게 보도되도록 하라(改進新聞報道). 일곱째, 원고 발표와 책 출간을 엄격히 하라(嚴格文稿發表). 여덟째, 근검절약하라(厲行勤儉節約).


당시 정치국 회의는 시진핑 총서기의 ‘8개항 규정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패의 예방과 처벌을 건강하게 시행하기 위한 2013-2017년 공작 계획도 통과시켰다. 이 회의 결정문을 통해 시진핑 총서기는 부패가 만연한 분위기를 억제하기 위해 호랑이(큰 부패분자)’파리(작은 부패분자)’든 함께 때려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의 더 타임즈는 최근 시진핑 총서기가 휘두르는 서슬 퍼런 반부패의 칼날 때문에 얼어붙고 있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반부패 실천의 하나로 중국공산당은 기율검사와 감찰 분야에 재직 중인 간부와 직원 수천 명에게 업무 중 선물로 받은 각종 회원권과 선불카드를 비롯하여 모든 vip자격을 반납하도록 지시했다. 그들이 반납하게 될 특권에는 골프 클럽, 프라이빗 레스토랑, 피트니스 클럽, , 레스토랑, 고급 호텔, 쇼핑몰 우대권 등이 포함된다. 이들 멤버십 카드는 외부에 발각되지 않는 거액의 사례금 명목으로 받은 것인 경우가 많다. 특히 골프 회원권 가격은 최고 25만 파운드(45000만 원) 상당으로 투자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더 타임즈에 따르면, 반부패 실천을 위해 해당 공직자들은 특권포기를 확인하는 성명에 서명해야 했다. 이후 문제가 드러나면 엄격하게 처벌받았다. 시진핑 총서기의 명령은 우선 공무원의 행위를 직접 관리 감독하는 기율검사위에 전달됐고,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화작업이 끝나면 다음은 전국의 700만 공무원들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전국에 산재해있는 중국내 640여 개의 골프장은 긴급회의를 열어 잠재 손실규모를 예측하고, 또 대책마련에 나섰다. 현재로서는 지난 10년 여 동안 계속해서 연 10%씩 오르던 회원권 가격이 몇 개월 만에 10%대나 떨어졌다고 한다.


시진핑이 휘두르는 반부패의 칼날은 후진타오 전임자 시절 정치국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한 명으로 공안통이었던 저우융캉(周永康)도 날렸고, 군부인사들은 물론 고급 시계를 차고 TV와 인터뷰를 하다가 부패혐의가 드러난 지방 행정책임자도 처벌하기에 이르렀다. 시진핑의 반부패 칼날이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휘둘러질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요즘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학술세미나에 가보면 대학 당간부들이 고급 백주(白酒)를 광천수 병에 담아가지고 와서 외국손님을 접대하는가 하면, 참가자 회식은 반드시 교내에서 하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시진핑이 휘두르는 반부패의 칼날이 소비를 진작시켜야 하는 경제 분위기 조성에 역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관찰의 포인트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겠다. 특히 호화클럽에서 돈을 써야 할 중국의 신흥부자들을 위축시켜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시 등의 분위기는 패닉(panic) 상태에 빠져있을 정도이다. 부정청탁 금지를 규정한 김영란법시행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변화보다 훨씬 더 큰 변혁의 소용돌이를 중국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박승준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baike.baid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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