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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관행 톡톡
7월호
차이나타운의 상징인 패루(牌樓) _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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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은 해외로 이주한 중국인(화교, 화인)이 집단 거주하면서 사회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지역과 공간이다. 차이나타운에는 전근대와 근대 시기 형성되어 역사가 오래된 올드 차이나타운(old chinatown)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신화교에 의해 형성된 뉴 차이나타운(new chinatown)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한국의 경우는 인천차이나타운과 부산차이나타운이 올드 차이나타운에 해당하고, 2000년대 이후 자연적으로 조성된 서울의 대림차이나타운(혹은 대림중국동포타운이라고도 함)은 뉴 차이나타운으로 볼 수 있다.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차이나타운은 공통적으로 보유하는 시설이나 단체가 있다. 먼저 올드 차이나타운을 보도록 하자. 화교화인의 자제 교육과 중국인성유지를 위한 교육기관인 화교학교가 있다. 차이나타운 내 장사하는 화교화인의 번영회나 동업단체도 있다. 같은 성()이나 현() 출신의 화교화인 친목단체인 동향회 단체가 있으며, 이들 동향회 단체를 하나로 묶어 낸 중화회관이 있다. 중화회관이 여러 역사적 경위로 화교협회로 바뀐 곳도 있는데 한국이 그 대표적인 곳이다. 차이나타운에는 화교화인의 종교와 문화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관우를 모신 관제묘, 마조를 모신 마조묘와 같은 중국 전통의 도교 사원, 불교 사원, 그리고 화교화인 기독교인을 위한 교회와 성당이 있다.

         

뉴 차이나타운은 올드 차이나타운과 다른 점이 많다. 뉴 차이나타운은 신화교 중심으로 형성된 특성상 상회(商會)라는 사회단체가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마조묘나 관제묘와 같은 사당이 없거나 화교학교가 없는 곳이 많다. 그런데 올드 차이나타운이든 뉴 차이나타운이든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중국 전통의 누문(樓門)인 패루(牌樓)이다. 국내외 차이나타운을 여행한 독자라면 이 패루를 마주했을 텐데 차이나타운에 패루가 설치된 역사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패루는 중국식 전통 대문을 말하며 패방(牌坊)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고대 때부터 무엇을 기념하거나 현창할 일이 있으면 마을에 패루를 세우는 관습이 있었다. 도시의 성문 출입구에 세워지기도 하고 성벽이 사라진 후에는 장식용으로 정착했다. 패루는 중국 전통의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요소의 하나이다. 일본의 식민지 시기 대만에 설치된 일본의 신사 앞 도리이(鳥居)는 일본 패전 후 철거되었는데, 이때 도리이 대신에 세워진 것이 패루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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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일본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의 패루

       

근대 시기 세계의 차이나타운에 패루가 설치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화교화인의 역사가 비교적 오래된 일본의 차이나타운도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세워졌다. 요코하마차이나타운에 최초의 패루가 세워진 것은 1955년이며, 그후 40년간 8개의 패루가 추가 설치되어, 모두 9개의 패루가 세워져 있다. 고베차이나타운은 1982년에 처음으로 패루가 세워졌고, 나가사키차이나타운은 1986년이 되어서야 패루가 세워졌다. 일본 차이나타운의 패루 설치의 계기는 각 차이나타운의 관광지화와 관련이 있다. 일본의 차이나타운은 중일전쟁 시기와 패전을 거치면서 쇠퇴했을 뿐 아니라 황폐화의 길을 걸었다. 차이나타운에 대한 일반인의 나쁜 이미지를 개선하고 관광객이 찾아오는 차이나타운으로 만들기 위해 패루를 설치한 것이다.

      

인천차이나타운은 일본의 차이나타운보다 늦은 2000년에 첫 패루가 세워졌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해지자, 인천시와 중구청이 차이나타운을 관광지화 하기 위해 자매도시인 웨이하이시의 기증으로 패루를 설치했다. 그것이 인천역 앞에 있는 제1패루인 中華街(중화가)’ 패루이다. 1패루는 처음에 나무와 콘크리트로 건축된 패루였는데 지붕이 무너져서 2008년에 석조 패루로 바꾸었다. 2016년에는 패루에 색칠을 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2패루인 仁華門(인화문)’2005년 한중문화원 앞에 세워졌으며 지붕과 처마가 없는 패루이다. 3패루인 善隣門(선린문)’은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곳에, 4패루인 韓中門(한중문)’2010년대 차이나타운 영역에 포함된 동화마을의 송월사거리에 2017년 세워졌다. 현재 인천차이나타운에는 모두 4개의 패루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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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네덜란드 헤이그 차이나타운의 패루

        

세계 화교화인 인구의 79할이 거주했거나 거주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각지의 차이나타운에도 패루가 설치되어 있다. 마닐라, 방콕 차이나타운처럼 패루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베트남의 쩌런, 호찌민시, 하노이와 같은 곳에는 패루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베트남의 차이나타운에 이처럼 패루가 설치되지 못한 것은 미묘한 중월 관계와 베트남 정부의 화교화인 박해의 역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꾸미기]호주 맬버른차이나타운의 패루-min.jpg

사진 3. 호주 맬버른 차이나타운의 패루

         

유럽의 차이나타운 가운데 패루가 설치된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헤이그차이나타운, 런던차이나타운, 파리차이나타운에는 패루가 설치되어 있지만 화교화인 인구가 많은 로마, 밀라노, 암스테르담 등에는 패루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들 도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도시경관 관련 법률이나 조례로 패루와 같은 시설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차이나타운은 1979년 양국 국교정상화 이후 미중관계 우호의 상징으로 패루 건설이 진행되어 패루가 없는 차이나타운이 없을 정도이다. 캐나다 최대의 차이나타운인 밴쿠버차이나타운에도 패루가 설치되어 있고, 호주의 맬버른차이나타운에도 패루가 설치되어 있다.

  

화교·화인의 세계’ 4

이정희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참고문헌

遊仲勳·斯波義信·可兒弘明 編, 華僑·華人事典, 弘文堂, 2002.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필자 제공.

사진 2. 조승균씨 제공.
사진 3. 조해울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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