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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4월호
글로벌 금융시스템 경쟁: 서방의 금융제재와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_ 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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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러시아 은행들을 SWIFT 결제 망에서 배제하는 제재에 나서면서 SWIFT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의 약자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를 뜻한다. 1973년 초국경 자금 이동 및 결제를 위해 전 세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데이터 통신시스템을 설치·운용하고자 결성한 협동조합 형태의 기관으로서 1977년 첫 금융데이터 송수신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네덜란드와 미국, 스위스에 데이터 센터를 두고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와 지역의 11,000여 개 기관 금융데이터가 처리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을 흔히 SWIFT 결제망이라고 일컫는다. 전 세계 은행들이 SWIFT망을 이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국가 간 송금, 결제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 2010년 이후 점차 서방의 제재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SWIFT망 배제 효과는 이미 2012년 이란 제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이란의 핵프로그램 억제를 위해 국제사회가 이란 중앙은행을 비롯해 30여 개 기관을 SWIFT에서 퇴출시켰다. 그 결과 이란은 석유 수출입과 대외무역 축소, 해외 자산에 대한 접근 차단 등으로 경제의 20% 정도가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역시 2017SWIFT망에서 완전 퇴출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소위 핵무기급 제재로도 불리는 SWIFT망 퇴출이 결정되면서 중국의 결제망인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CIPS)’이 러시아의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CIPS2015년 중국 정부가 만든 자체 국제 위안화 결제시스템이다. 이는 중국경제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제결제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이 급증하면서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금융개혁조치의 일환으로 개발되었다. 아울러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위안화 거래를 늘리고 미국 달러와 서방의 결제시스템 의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현재 CIPS75개의 직접참여기관(중국계 은행 본점, 외국계 은행 현지법인, 일부 위안화 청산은행 등)1,205개의 간접참여기관(여타 중국내 금융기관, 해외소재 금융기관 등)을 유치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직간접 참여기관이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직접참여기관의 경우 SWIFT와 상관없이 CIPS를 통해 위안화로 국제 자금결제가 가능하지만, 러시아의 경우 CIPS 직접참여기관이 중국계 은행 1개에 불과하고 러시아 내 위안화 유동성도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 CIPS를 통한 대규모 우회 결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기존 CIPS는 참여기관을 확대하기 위해 CIPSSWIFT를 연결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어 결국 CIPS 사용 시에도 SWIFT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1)

 

국제자금결제에서 여전히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SWIFT에서 위안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30%대의 달러화나 유로화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 추세를 보인다는 점은 괄목할만하다. 그 외에도 중국은 페트로달러 체제(Petrodollar, 글로벌 원유거래의 달러화 결제 체제)에서 탈피하고자 2018년 상하이에 위안화 결제 원유 선물시장을 개설한 바 있다. 알려지다시피 페트로달러 체제는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유지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2014년 중국 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착수하여 2020년부터 중국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용하고 있다. 시범 단계이기는 하지만 세계 최초로 법정 디지털화폐를 사용 중인 나라다. 이와 함께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적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20211월 중국 인민은행과 SWIFT파이낸스 게이트웨이(Finance Gateway Information Service Limited)’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디지털 위안화와 파이낸스 게이트웨이 설립을 두고 화폐관리 비용 절감과 위조 및 자금세탁 방지, 안정적 역외 거래 등을 내세웠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홍콩보안법 사태 등 일련 사건을 거치면서 중국 내부적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진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SWIFT와 페트로달러 체제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디지털 위안화의 유통을 확대하면서 서방 중심의 국제금융시스템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위안화의 현재 위상을 고려하면 러시아 제재로 인한 위안화의 위상 강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서 CIPS 처럼 중국이 고안한 대체 시스템이 현재의 주류 시스템을 완전히 탈피할 수 없는 점도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이번 러시아 제재는 중국 당국의 위안화 국제화 의지를 더욱 고취시키고, 적어도 역내 위안화 거래 확대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들의 고뇌의 시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신지연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참고문헌

한국은행, “러시아의 SWIFT 퇴출 이후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 대체 이용가능성에 대한 견해”, 현지정보, 2022.2.8.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https://fortune.com/2015/11/02/china-yuan-internationalization-world-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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