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ISSN 2508-2884 (Online)

현장&공간
10월호
중국의 농촌 근대화운동 _ 이유정
프린트 복사 페이스북

이유정.jpg


본고에서는 동아시아 농촌의 발전 메커니즘을 다룬 크리스틴 E 루니(Kristen E. Looney)의 신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원 제목은 Kristen E. Looney. 2020. Mobilizing for Development: The Modernization of Rural East Asia(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이다.

 

Kristen E. Looney는 국가들이 어떻게 농촌 발전을 이루는가, 왜 동아시아의 국가들이 다른 지역보다 더 나은 농촌 발전을 이루었는가, 왜 일부 동아시아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보다 더 나은 농촌 발전을 이루었는가라는 동아시아 농촌 발전의 다양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례 연구로 1970년대 대만의 사구발전운동(社區發展運動),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 2000년대 중국의 사회주의신농촌건설(社会主义新农村建设)을 비교하고 있으며, 대만, 한국, 중국의 순서로 농촌의 발전을 평가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동아시아 국가의 근대화 운동(campaign)과 제도(institution)가 농촌 발전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주요 변수이다. 논지는 다음과 같다. 농촌에서의 근대화 운동은 농촌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정비하기 위해 집중적인 관료와 대중의 동원(mobilization)을 요구하는 정책으로 정의되며, 농촌의 발전은 근대화 운동(campaign)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운동이 벌어지는 정치적, 제도적 맥락에 달려 있다. 농촌 근대화 운동은 국가의 목표가 추출이 아닌 농촌의 발전일 때, 중앙 정부가 중앙집권화된 방식으로 지방 당국과 관료를 통제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분권화된 농촌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여 정책의 목표 수행을 할 때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 농부 조직이 상급 정부들과의 연계성(linkage)과 재정적, 정치적 자율성(autonomy)을 가지고 있다면 더 효과적이다.

 

저자는 한국, 대만과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중국의 운동은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포스트 마오 시기에 중앙정부는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을 추진하면서 비록 명칭은 운동을 사용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운동을 펼쳤다. 전국적인 운동을 통해, 도시편향 문제를 극복하고, 농촌과 도시의 격차를 줄이고, 단기간에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정책이었다. 또한 대중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오주의자들의 레토릭과 전술을 사용했다. 그러나 신농촌사회주의 건설은 기반시설 건설, 상하수도 개선, 사회 복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을 포함하지만 새로운 주택중심의 발전모델로 대량 인구의 재배치가 중심이 되었고, 도시화는 문제를 악화시켰을 뿐이다. 농부로 하여금 농업을 포기하게 만들고, 농민들의 경제적 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했으며, 친농촌 정책 아젠다 속에서도 도시편향을 지속시켰다.

 

중국의 운동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중앙정부의 통제 능력, 지방정부의 역할, 그리고 농민들의 낮은 참여 수준 등 정치적, 제도적 맥락에 기인한다. 운동은 관료를 동원하였지만(commandist) 농민전업합작사(农民专业合作社)와 농민들의 참여(participatory)를 독려하지 않았다. 중앙정부의 동원능력(mobilization capacity)은 강하고, 지방정부는 중앙의 의지를 무시하지 않지만, 지방정부가 주택 정책을 주요 정책으로 상정한 것에 대한 중앙정부의 감독 능력은 약하다. 지방정부는 농촌사회를 조직할 재정적 능력이 부족했고, 지방 정부 관리들은 의지가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열성적이었으며 중앙의 신호는 관리들에게 너무 많은 해석의 여지를 주었다.


또 다른 문제는 정책의 효과가 가장 영향을 미칠 농민들로부터의 견제 부족이다. 정치 엘리트들은 대량의 농민들이 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농민들의 참여는 제도적 장벽에 직면한다. 정부는 선전, 보조금을 통해 대중의 참여를 유도했으나, 대규모 참여 요구는 레토릭에 지나지 않았다. 보조금은 많은 촌민들, 특히 주택을 개조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운동에 동참하도록 강한 동기를 부여했고, 운동에 대한 반대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운동에 대한 계획은 대개 전문가들에 의해 작성되었고, 주민들과 상의 없이 정부에 의해 진행되었다. 대만, 한국과 비교해서 농민협동조합인 농민전업합작사는 상급 정부와 연계되어 있지 않고, 자율성도 없었다. 이들은 운동의 동반자가 아닌 달성해야 할 목표로 취급되었고, 농촌단체들은 전반적으로 너무 약해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이상의 내용으로 보건대, 이 책은 기여와 문제점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기여는 중국학에서 운동(campaign)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중국학 연구들이 운동을 사용하며, 그 특징을 찾고 많은 사례로 다루었던 것에서 진화한 성과이다. 동아시아 농촌의 근대화 운동을 정의함에 따라 선거 운동과의 연계나 차별화를 두어 폭넓은 사회과학적 개념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둘째, 운동과 제도와의 상호 작용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중국학에서 제도와 운동의 두 개념이 엄밀하게 적용되어 정책 추진에서의 변수로서 사용되고 성공의 패턴을 찾은 것은 새로운 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문제점도 있다. 저자는 운동을 관료와 대중의 동원으로 정의하고, 포스트 마오시기의 사회주의신농촌건설에서 대중의 참여가 정치적 한계에 직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를 운동으로 정의함에 따라 자기 모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정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s://unsplash.com/@nat4ernenko (Natalia Chernenko)

프린트 복사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