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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5월호
코로나19와 관련된 중국의 통계를 믿을 수 있을까? _ 안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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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武漢)시의 코로나19 통계 수정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제기되는 의문의 하나가 중국의 통계의 신뢰성에 관한 것이다.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통계 조작에 대한 주장은 미국 정보기관 등 많은 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주장되고 있다. 417일 우한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우한시의 사망자를 1,290명 늘려 수정 발표한 것을 신화사에서 보도하자 그것이 중국의 통계조작에 대한 확증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중국 통계의 부정확성에 대한 근거라고 할 수 있지만 조작이나 왜곡의 증거라고는 할 수 없다. 의도적인 조작이나 왜곡이었다면 굳이 수정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화사에 보도된 우한시의 공식적인 발표에 의하면, 41624시 기준으로 발표된 우한시의 코로나19 환자는 50,008명이고 사망자는 2,579명이었다. 그런데 17, 여러 병원에서 중복 진료를 하면서 중복으로 계산된 경우가 217건과 보고에서 누락된 경우가 542건을 반영하여 환자 수를 50,333명으로 수정 발표했다. 사망자의 경우는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병으로 인한 사망자를 기존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 포함시킨 164명을 제하고,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사망하여 통계에 잡히지 않았거나 확진 보고가 늦어 누락된 1454명을 더하여 누적 사망자수를 3,869명으로 수정 발표했다.

 

전체 사망자 숫자가 기존통계의 절반에 해당하는 1,290명이나 늘어난 것은 작은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그 1,290명이 사망자 조작의 증거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오해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를 수정 발표한 것은 사망자 수를 조작했다기보다는 사망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훨씬 크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봉쇄된 우한의 상황이 사망자 통계조차 제대로 내지 못할 만큼 열악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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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국의 통계는 코로나19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경우에도 신뢰성이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그것이 통계조작으로 인한 것이라거나 혹은 중국에서 통계조작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중국에서 통계조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 발생하는 있는 통계 문제는 조작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의 규모와 행정체계의 복잡성 및 제도적 문제 등으로 인하여 통계 작성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과 관련된다. 통계의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그러한 문제가 조작보다도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작으로 인한 것이라면 최소한 수정의 여지라도 있지만 현재의 중국의 상황은 어쩌면 정확한 통계 자체가 불가능한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구센서스를 통해 본 중국 통계의 문제

 

중국 통계의 그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구센서스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계의 문제이다. 중국은 1953년과 1964년 그리고 1982년 인구센서스를 실시하였으며, 1990년부터는 매 10년마다 정기적으로 인구센서스를 실시하고 있다. 인구센서스는 국가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투여하는 모든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업의 하나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국가가 센서스를 허위로 하거나 센서스의 수치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것이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1982년 센서스와 1990년 센서스 및 2000년 센서스의 수치를 보면 중국 통계에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982년과 1990년 인구센서스 자료를 비교해보면, 1990년의 8세가 1982년의 0세보다 123만 명 증가한다. 동일 집단의 인구가 증가하는 경우는 이민을 받는 경우뿐이다. 그런데 중국은 외부로부터의 인구 유입이 거의 없는 국가이라는 점에서 사망으로 인한 일정한 감소가 정상인 인구가 증가하였다는 것은 센서스에서의 누락 이외의 요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1990년 센서스 자료와 1982년 인구센서스 자료를 비교하였을 때 1982년 인구센서스에서 0-2세까지 3개의 연령에서 최소한 297만 명의 누락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1990년 센서스의 2000년 센서스를 비교했을 때는 1990년 조사에서 0-9세 사이의 인구에서 최소한 1,266만 명의 누락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2000년 센서스에서 여전히 누락된 인구나 사망 인구를 고려하면 그 수치는 더욱 커진다.

 

뿐만 아니라 2000년 센서스에서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2000년 인구센서스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별, 거주지, 직업 등 속성이 없는 인구 2,227만 명을 추가하여 발표한 것이 그것이다. 20001110시 기준으로 실시된 인구센서스 후 115일 보고된 자료가 원래 예측했던 것과 차이가 컸기 때문에 1개월 반 동안 보충 조사를 실시하여 4,000만 명을 더 찾아내어 모두 124,000만 명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 수치도 1999년 통계공보보다 1,430만 명, 1998년 통계공보보다 450만 명이 적은 수치였다. 그래서 그러한 수치를 보정하기 위해 1.81%의 누락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여 2,227만 명을 추가하여 예측 수치와 맞도록 했던 것이다.

 

인구센서스에서 그러한 통계 왜곡이 발생한 것은 우선, 중국의 인구통제 정책으로 인한 것이다. 개혁 이후 엄격한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하여 초과 출생한 아이들을 숨기다가 취학연령에 도달함에 따라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드러난 것이다. 그러한 통계의 왜곡은 산아제한 정책 외에도,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호구제도에도 불구하고 개혁 이후 합법적이지 않은 유동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조사에서 누락이 발생하는 등의 원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제도적 요인 외에도 중국의 규모와 복잡한 행정체계로 인하여 통계 집계 과정에서 일정한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의도적 왜곡? 통계의 한계?

 

인구센서스를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은 중국의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지만, 그것이 의도적인 왜곡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물론 집합으로서 중국 인민들의 은폐라는 점에서 의도된 왜곡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통계 당국자의 왜곡이 아니라 제도와 중국의 객관적 상황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왜곡이다. 417일 우한시가 코로나19에 대한 통계를 수정하여 발표한 것은 바로 그러한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중국의 통계에 상당한 오류가 존재할 가능성을 말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중국 정부의 의도적 왜곡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 주요한 원인은 중국 정부도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초기 대응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실책과 오류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은 체제적 문제와 더불어 시진핑시기 중앙집권화를 통한 지방의 자율성 약화와도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것이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된 통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류 가능성과 왜곡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코로나19와 관련된 통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오류가 있을 것이다. 중국의 통계 왜곡을 주장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러한 오류로 인한 통계의 부정확성과 관련된다. 그런데 그러한 부정확성이 의도적 왜곡의 근거는 아니지만, 중국은 빨갱이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냉전적 주장과 중국은 믿을 수 없다는 중국 불신론에 의하여 부정확성이 의도적 왜곡과 등치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중국 불신론은 중국의 부상이 중국위협론과 그것의 과거 버전인 서구의 오래된 황화론(黃禍論)’을 되살리고 있는 것과 관련된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교역국으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의 한중관계는 20세기의 냉전을 건너고, 19세기의 황화론을 뛰어넘어 형성된 우리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불가결한 전제이다. 중국의 자료와 통계의 오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하여 중요하다. 그렇지만 오류와 의도적 왜곡은 다른 문제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통계에 대한 불신이 우리의 반중 정서의 한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의도적 왜곡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인식으로 인한 것이다. ‘의도적 왜곡이 중국이 외부세계를 기만하기 위한 의도를 의미한다면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그것은 중국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초기 상황을 잘 파악하였던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부적 은폐와 왜곡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부 체제의 한계와 관련된 문제이지 대외적인 의도적 은폐는 아니었다.

 

중국의 근본적 문제

 

그런 점에서 보면 어쩌면 중국의 체제는 대외적 은폐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한계를 중국 자신도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이 중국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출발점이다. 그것이 중국 사람들이 말하는 국정(國情)이다. 그러한 중국의 국정은 국가가 강제력을 동원한 전면적인 봉쇄로 코로나19에 대응하도록 했다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방법은 중국에서 근본적으로 적용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관련된 통계는 바로 국가의 그러한 강제력에 의하여 절대 다수의 중국 사람들의 사회 경제 생활을 2달 이상 전면적으로 마비시킨 고통과 희생의 결과였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통계에 대한 의문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중국 사람들의 인내력의 원천이 아닐까?

 

중국의 대응이 한계가 있었다면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만연하고 세계적 유행의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남의 일이었고 구미에서 동양인은 바이러스 취급당했다. 그리고 중국의 대응은 독재체제에서나 가능한 방법이었고 한국의 대응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훼손이었다. 그렇게 보면 중국과 미국 유럽의 초기 대응은 닮아있다. 중국과 한국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현실이 될 때까지는 그들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정보 전달과 체제의 한계로 인한 문제였다면, 구미는 중국과 한국의 상황을 보고도 충분히 대비하지 않고 무시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최근의 코로나19의 책임에 대한 논란은 결국 자신의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더하자면, 중국의 통계는 오류가 있지만, 그것은 의도적 왜곡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인한 것이었다. 그것은 중국의 통계를 믿을 수 없지만 최소한 중국에 관한 한 불가피한 한계를 뛰어넘어 중국의 자료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자료는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통계에는 오류가 있지만 중국의 자료보다 더 믿을만한 자료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자료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료라는 현실의 부조리가 중국으로서는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원장


                                       

  


 글은 2020년 4월 14일자 국민일보』 (인터넷판)칼럼 [차이나 로그인]에 게재된 동명의 칼럼을 전면적으로 수정한 것임.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 1 : https://unsplash.com/photos/xeBOU4eeC8Q

그림 2 : https://unsplash.com/photos/GPDjcPBk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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