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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8월호
유라시아와 한반도의 인프라 연계개발과 한-중-러 협력 _ 송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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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은 한반도와 관련된 주요 국가들과 연이어 정상회담을 진행해왔다. 2월 북-미, 4월 북-러, 6월 북-중에 이어 6월 말 판문점에서는 사실상의 3차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었다. 북한의 정상회담 그리고 이와 상반되는 지난 5월 9일과 7월 25일 미사일 무력도발 등에 대하여 많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작년 4・27 판문점 선언을 시작으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19 평양공동선언 등 한반도에서의 평화 협력을 위한 노력과 가능성, 주변 국가의 관심 등이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또한, 이에 따라 한반도 주변과 유라시아 북동지역에 대한 개발 논의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4월 블라디보스토크 북러정상회담에서 이슈가 된 것 중 하나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상경로 이동이었다. 먼저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 전용열차는 평양을 출발해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을 거쳐 중국에 진입했고, 이후 중국을 종단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에서 열차는 함경북도 나선특별시와 러시아 하산을 경유해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이러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동 경로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정책’, ‘한반도 신경제지도’ 등의 외교・통일 정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고, 동시에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등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중국은 2013년부터 유라시아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사업 시작단계에서 유럽과 아세안을 주된 협력 대상으로 보았고, 일대일로의 방향 역시 대부분 중국을 기준으로 유럽이 있는 서쪽과 아세안이 위치한 남쪽을 향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한반도 및 유라시아 북동지역에 매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정부가 일대일로 차원에서 북한과 철도, 도로, 통신망 연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고, ‘동북아 경제회랑’이라는 새로운 표현도 사용한 바 있다. 북한 노동신문도 2018년 10월 이례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를 특집기사 형태로 소개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의 주된 협력 범위를 한반도까지 확대할 경우 북한 지역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좋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북한의 철도 등 각종 사회 인프라를 개선하려면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고, 한국 예산만으로 이를 추진하는 데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북한 지역의 인프라 개발 비용과 관련하여, 코레일은 경의선(개성~의주) 구간 선로 개량에 약 2,000억 원을 추산했고, 한국 국회의 예산 정책처는 북한지역 복선철도 개량에 약 13조 1,600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한국교통연구원은 노후화된 북한의 철도망을 한국과 같은 형태로 개선하려면 향후 약 30년의 기간과 160조 원 상당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비용 규모의 차이는 사업 범위, 기간, 정도 등에 대해 아직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확실한 부분은 4.27 판문점 선언의 1조 6항을 살펴보면, ‘동해선, 경의선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합의가 분명 한국 국민의 부담과 직결될 것이라는 점이다(정부는 4.27선언의 이행 비용으로 2019년 약 4,712억 원을 책정). 이러한 관점에서 일대일로 등 주변 국가의 이니셔티브를 통한 해외자본 유치는 분명 주요한 보완책으로 검토될 수 있다.

 

작년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는 “북한이 AIIB 회원국은 아니지만, 회원국 2/3이상이 동의하면 개발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힌 적이 있으며, 이는 중국의 북한 지역 개발의지 및 가능성을 보여주는 발언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의 상당 지역은 인프라 개발 후 투자금이 회수되기까지의 기간이 매우 불투명하고, 실질적 사업 추진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투자를 받은 후 부채 상환 부담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 파키스탄, 네팔, 캄보디아 등의 사례를 참고하여 사업 추진 시에는 시작 단계에서 자금계획, 상환방식 등을 분명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편, 러시아는 세계 1위의 광활한 국토 면적을 기반으로 자원, 즉 석유 및 가스 산업 등에 오랫동안 의지해왔고, 유럽과 연계될 수 있는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과도한 유럽 의존도 조정과 대내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모색, 대외적으로 러시아의 국가 위상 제고 등을 위해 2012년부터 아시아 및 태평양 진출을 목표로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신동방정책 추진과 관련하여 2012년 극동개발부를 신설하고 15개 경제특구를 설치했으며, 블라디보스토크 등 5개 항만을 자유항으로 지정하여 역내 인프라 개발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의 장소가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가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로 선정된 것은 육상경로 이동을 선호하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러시아의 배려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도시가 북러관계 및 향후 한반도 인프라연계 추진에 주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고려인촌(Gechegi, 카레이스키야 슬라보드카)이 조성되었던 곳으로 북러 관계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동방을 지배하라’라는 의미를 가진 물류 거점도시로, 육상 경로에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출발점이고 해상 경로에서는 핵심 무역항 및 군항이 위치한 러시아의 항만도시이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은 겨울철 결빙 시 쇄빙선을 활용하여 1년 내내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는 북한의 나진, 청진항 등 근접거리에 있는 한반도의 부동항(Ice-Free Harbor, 1년 내내 해면이 동결하지 않는 항만)에 대한 분명한 협력 필요성을 갖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및 북한의 나진, 청진지역 항만개발 수요는 한국 및 중국과도 연계된다. 먼저 한국의 입장에서 러시아 극동 항만은 한국이 북한을 거치지 않고 유라시아의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경로이며, 러시아 및 한-러 간 추진하고 있는 북극항로 개발 사업에서 블라디보스토크 및 북한 항만은 핵심 개발대상 지역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중국을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광범위한 해상 접근성을 갖고 있지만, 동북 3성이라는 지방정부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랴오닝성은 북극항로와 동떨어진 서해 접근성만이 있고,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은 완전한 내륙에 위치하여 해상 접근성이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은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성 지안시에 약 2억 8천만 위안(한화 약 475억 원)을 투자하여 중국 동북지역의 최대 규모 세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최근 훈춘시 항무국에서도 약 10억 위안(한화 약 1,718억 원)을 투자해 약 2㎢ 규모의 내륙항을 조성하는 등 유라시아 동해로의 진출을 위한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북극항로를 일대일로 사업에 포함한 이후, 유라시아 북동부지역에서 한-중-러 공동 협력 개발의 가능성은 더욱 크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무력시위, 미사일 도발 등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이 교차하는 환경에서 비핵화 및 대북제재 해제와 동떨어진 형태로 북한과의 경제협력 혹은 북한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고 주변 국가의 협력을 이끌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런 시점에서 유라시아 북동부지역의 한-중-러 공동 협력개발은 북한과 직접적 협력이 없이 진행할 수 있으면서 북핵 문제 해결 이후의 역내 협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령 한반도 접경지역 인근의 러시아 항만(블라디보스토크, 슬라비얀카항 등) 공동 개발을 통한 해상경로 구축과 함께 중국(지린성, 헤이룽장성 등)과 몽골의 협력을 이끌어 유라시아 북동부지역에 항만-도로-철도 등 교통 물류 전반의 복합 운송시스템 구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유라시아 북동부지역에 물동량 유입을 확대하여 역내 물류 인프라 활성화를 이끌고, 한국의 신북방정책 뿐 아니라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과 자원수출, 중국 지린성의 개발계획, 나아가 몽골 초원의 길 프로젝트 등 주변 국가의 개발 이니셔티브에 모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북한은 ‘경제개발 10개년 계획(2010~2020년)’ 등을 통해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유치 계획을 추진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개혁, 개방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유라시아 북동부지역에서 한-중-러의 긴밀한 협력 개발은 북한이 북핵 이슈 해결을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며, 향후 북핵 이슈가 해결되는 시점에서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해상, 육상 개발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사전 준비, 사업 환경 조성의 의미도 갖게 될 것이다.

 

한국이 유라시아 협력과 북한의 실질적 인프라 개선,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의 우선 대상, 범위, 단계별 목표 등에 대한 전략적 로드맵을 준비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경제의 상생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향후 북한 지역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추진된다면, 건설, 토목, 기계, 플랜트 등 다양한 부문에서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고, 직접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남북 간 교역이 활성화되면, 과거 중국에서 발전한 홍콩이 주강삼각주 지역의 미발전 공간의 성장을 견인한 것과 같이 상호 보완적인 산업구조 재편 등을 통해 한국은 보다 기술집약형 산업구조로 발전되고 북한은 노동 집약형 산업 육성을 통해 보다 빠른 경제성장이 진행될 수 있다. 한국의 중장기 발전 관점에서 북한 지역에 대한 인프라 구축 사업은 북한을 단순 지원하는 방향보다 남북한의 공동발전과 한국의 신성장동력 창출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정세 변화 등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 한-중-러 등 주변 국가와의 협력을 통한 다자간 공동개발 사업구조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송민근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  글은 『국민일보』 2019 3 5일자 칼럼(‘북미정상회담이 보여준 한반도와 유라시아의 철도 연결’) 다음 논문의 주요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임

송민근(2019), 한국 신북방정책과 유라시아 주요 국가와의 협력방안 모색, 디지털융복합연구, Vol. 17, No.7, pp. 1-13.

 

*  글에서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www.bukbang.go.kr/bukbang/vision_policy/plan/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정책소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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