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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7월호
시진핑의 의지는 여전히 중요하다 _ 양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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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신중국 성립 이후 출생한 지도자 가운데 최초로 당정군 최고 지위를 차지한 사람이다. 201211월 시진핑의 최고지도자 등극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최고 지위에 오른 지도자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시진핑 집권은 신중국 이전 세대와 다를 것이고 달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당시 시진핑의 집권은 세대교체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지도자라는 의미가 각인되어 있었다. 신중국 이후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라는 기대를 갖고 출범함 시진핑 정부가 올 하반기 집권 2기를 시작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의미로 올 하반기 당대회는 이전 당대회와 달라야 하고, 분명 다른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안팎의 기대가 없지 않다. 우리가 시진핑의 집권 구상과 인사배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어떤 사람을 뽑아서 함께 정치를 하느냐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중국과 같이,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선거에 의해 지도자나 관원을 선출하는 관례가 일천한 국가의 경우 인선 후보자 면면이 더욱 중요한 까닭이다. 시진핑 자신이 신중국 건립 이후 태어난 세대인 만큼 19차 당대회에서는 1949년 신중국 건립 이전 출생자들은 모두 예외 없이 옷을 벗어야 한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이는 지난 18대에서도 통용되던 언술이었다. ‘칠상팔하(七上八下)’나 기층 간부의 중용, 하급에서 2개 지역 혹은 부문 근무 경험이 있어야 승진하는 등 여러 비제도적인 관행에 따른 간부 충원이나 관원 인사와는 다른 문제이다. 때로는 관행에 따라 인사가 진행되고, 때로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가면서 인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신중국 건립 이후 이러한 인사 패턴을 보여주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관행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기층 단위 서기에서부터 최고 지도자인 총서기까지 당원들의 직접 선거에 의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제도를 당분간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자의 인선에서는 여전히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중요한 요소로 간주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는 부부급(副部級) 이상의 간부는 그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중앙 조직부에서 인사를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당중앙 조직부에 의해 중고급 간부들의 인사가 진행된다는 것을 말한다. 당중앙의 인사는 형식적으로나마 당연히 당 총서기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부부급 이상 수 천명의 인사 운명은 사실상 시진핑 1인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들은 또한 정부급(正部級)이나 국가급(國級)으로의 승진 자원들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과 주목을 받는다. 누구를 뽑아 올릴 것인가? 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시진핑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19대를 불과 몇 달 앞두고 예전과 달리 언론을 통해서 인사 이모저모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다보니 인사 추이를 관망하는 중국 내부뿐만 아니라 역외 국가나 지역에서도 좀처럼 19대 인사 관련 동정이 보도되지 않고 있다. 19대 인사는 인사의 내용이나 폭과 깊이에서 분명히 18대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19대 인사는 18대 인사의 공과를 모두 짊어지고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의 정치일정을 보면 인사 소식이 언론을 통해서 밖으로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져 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매우 조용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작은 뉴스도 인사논의와 연관되어 증폭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528일 장쩌민 전 총서기가 상하이과기대학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59월 천안문 망루에서 후진타오와 나란히 군사퍼레이드 사열을 지켜본 후 15개월여 만이다. 부축을 받아 교정에 들어서는 장쩌민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19대를 준비하는 시진핑의 집권 시나리오와의 관계를 떠올렸다. 대부분 사람들은 장쩌민의 출현을 시진핑의 권력 집권과의 관계에서 해석하고 추적하고 분석했다. 물론 장쩌민의 갑작스런 출현이 실제로 시진핑의 집권 가도를 저지하기 위한 혹은 일정 부분 압력으로 비쳐지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의 일환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정확한 해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직 시진핑의 집권 2기 권력 그림이 나오지 않았고, 그 그림을 채워줄 사람이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쩌민의 출현은 바로 시진핑의 권력과 대척점에서 과도하게 대비시킬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장쩌민의 출현을 전혀 관계가 없는 사적인 활동의 일환이라고 평가 절하할 필요도 없다. 현상적인 시진핑 권력의 재구성 흐름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장쩌민의 출현은 권력투쟁이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고, 실제로 빙산의 일각이 아니라 빙산의 중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한층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진핑의 권력 의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그 실마리를 끄집어낼 수 있다.

 

시진핑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뛰어넘으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지위 혹은 권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그들의 당내 지위나 국가에서의 역할을 후퇴시키거나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는 이미 지난 20131226일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 기념대회 연설이나, 2014822일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 기념 좌담회 연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들의 업적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자신은 그 위에서 이들의 염원 혹은 희망과 포부, 목표 등을 자신의 시대에 그대로 구현해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언술은 혁명과 건설의 시기를 넘어 새로운 개혁의 시기로 현 시기를 규정하고 있는 시진핑의 시대 인식에서도 그대로 담겨있다. 따라서 시진핑 스스로 자신의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국정철학이나 사상에 부합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권력을 채워야 한다. 이는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이 자신의 국정 철학을 위해서 자신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간부들을 줄 세운 것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의 권력 의지는 두 가지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구현되어 갈 것이다.

 

먼저, 기존 관행, 즉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이 강조했던 절대적 충원 기준과 함께 상대적 충원 기준을 그대로 수용하는 연속성의 정치, 바로 계승의 정치를 내용으로 갖고 간다는 점이다. 기존 관행을 그대로 수용하고, 현실 정치에 적용하면서 자신의 권력 공간을 넓혀 가는 플러스 정치를 할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일단 기존 관행을 최대한 수용하고 유지하는 차원에서 간부 권력구조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기존 관행의 수용은 절대적 수용이 아니라 선택적 수용의 길을 걸을 것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관행의 창출을 통한 자신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자신의 정치는 새로운 관행의 창출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관행은 명분과 결합되어 시진핑 정치의 새로운 기준과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이를 국민들의 신뢰와 신의에 기반을 둔 명분의 획득으로 돌파할 것이다. 시진핑이 의지를 갖고 이 부분에 접근하는 노력의 일단이 바로 차이치의 베이징시 서기 임용과 천지닝 환경보호부장의 베이징시 부서기(베이징시 인대를 통해 시장에 취임 예정) 임용으로 나타났다.

 

이들 젊은 간부들의 등용은 세대교체의 명분을 확산시켜나가는 데 중요한 소재가 될 것이다. 특히 국민들에게 새로운 시대의 개혁에 적합한 인사라는 대의명분을 심어주는 데도 유용한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세대교체는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이 국정을 돌파할 때 즐겨 쓰던 방식으로 기존 관행의 수용 혹은 적용 측면에서 보면 관행의 계승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기존 관행을 기반으로 자신의 의지를 일정 부분 첨가하는 방식으로 후계 권력구도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시진핑의 입장에서는 이 방식이 현저한 정치적 위험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호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정치가 최고 지도자 개인의 의지와 의도대로만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점 또한 중국정치의 오랜 관행이었다. 마오쩌둥의 후계자 지명과 덩샤오핑의 후계자 지명 실패 사례가 이를 웅변한다. 따라서 19대 권력을 구성하기 위한 시진핑의 의지가 중요한 관건적인 요건인 것은 분명하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명분을 어떻게 잘 축적하고 새로운 인물을 적재적소에 발탁하느냐가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관행, 관행의 선택적 수용, 새로운 관행의 창출, 이를 위한 명분의 획득 등 일련의 과정에서 시진핑의 의지는 그래서 늘 첫 번째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쩌민의 출현과 차이치의 서기 등극은 여러모로 시진핑의 의지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19차 당대회는 기존 관행에 유연하게 적응하면서도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내고 이를 명분으로 삼아 자신의 정치 세계를 구축할 수도 있는 시진핑에게는 관행과 명분의 유기적인 조화의 묘수가 요구되는 당대회이다. 우리가 19대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갑용 _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bit.ly/2sPKl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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