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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9월호
중국의 집이야기 – 주택문화로 본 다양성의 나라, 중국 _ 이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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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중국의 대표적 주택양식 사합원(四合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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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주택양식은 넓은 영토와 다양한 민족, 자연조건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의 한옥처럼 중국 주택의 전형인 사합원(四合院)이 존재한다. , 다양성 속에서도 화북지역의 대표적 주택양식인 사합원의 특성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당연 주택양식에는 중국적 요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몇가지 주요 요소를 살펴보면, 먼저 유가사상의 영향이다. 유가사상은 인간의 상호관계를 강조하는 철학이다. 상호관계는 사회적 위계성과 질서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집의 공간개념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주택은 모든 것이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한 크기, 형태, 그리고 질서를 갖고 있다. , 유가사상에서 파생된 공간개념은 질서와 위계를 강조하고 전후좌우의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정연하고 균형잡힌 구성을 강조한다. 둘째, 도가사상이다. 집 구성에서 여백과 공허부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은 도가사상의 영향이며 특히 정원[중정中庭]은 자연적, 비정형적인 구성으로 도가사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셋째, 민간신앙이다. 중국의 집은 외부담장[조벽照壁]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는 속된 세계로부터 내부의 복을 지킨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또한 주택의 내부로 들어서면 또 하나의 벽이 있는데, 이는 영벽(影壁)이다. 먼 옛날부터 악귀는 직진하는 성질이 있다고 믿어 왔기 때문에, 주택의 입구 바로 뒤에 이 벽을 설치함으로써 악귀는 쫓고 복은 불러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외 조상의 혼령이 살아 있는 가족을 보호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집 가장 중심에 조당(祖堂)을 두어 조상의 위패를 모시고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다. 가족의 대소사는 항상 이곳에서 행해졌다. 넷째, 풍수사상이다. 풍수사상에 의하면, 생기(만물에 있는 생동하는 움직임)가 균질하게 있는 것이 아니고 특별히 밀집된 곳이 있는데, 이곳을 용혈이라고 부르며 용혈의 바로 전면에 자리하는 장소가 명당이었다. 바로 중앙에 있는 조당이 용혈이 되며 중정이 명당이 된다. 또한 이상적인 땅은 높고 낮은 곳이 공존하며 음과 양이 조화된 곳이고, 전후좌우가 균등하고 대칭을 이루어 균형잡힌 경관을 형성하고 있어야 했다. 아울러 주택의 후면에 위치하는 출입문은 정면에 있는 것보다 낮아야 하는데 이것은 흘러 들어오는 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대가족제도의 영향이다. 전통 가족제도로서 중요시되는 장유유서(長幼有序), 형제화목, 남녀유별 등이 주택 공간개념에 영향을 주었다. 건물 중앙에 있는 공간이 측면에 있는 공간보다, 좌측이 우측보다 항상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연장자, 남자의 공간은 항상 중앙과 전면, 좌측에 위치하고 여자의 공간은 후면과 구석, 우측에 자리했다.

 

사진 1  사합원의 중정(中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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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실제 각 지역별 주택양식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중국 주택의 전형인 북경 사합원은 내향적, 폐쇄적 공간구성, 중정중심의 공간구성, 위계적 공간구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상류계층의 주택으로서, 도시주택이었다. 공간구성은 매우 명쾌하다. 중정을 둘러싸는 네 동의 건물 중에서 가장 안쪽에 있으면서 남쪽에 위치한 건물이 정방(正房), 동서 좌우의 건물이 상방(廂房), 그리고 길게 바깥쪽의 건물이 도방(倒房) 또는 도좌방(倒座房)이다. 이 중에서 정방이 가장 중요한 건물인데, 이 곳은 주택에서 최연장자가 거처하는 곳이다. 정방의 중앙에 있는 공간이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조당으로서 가족의 거실로 사용되는 동시에 주택의 실질적, 상징적 중심이 된다. 상방은 아들 가족의 거주공간이고, 도방은 손님과 하인의 거처와 창고 등으로 사용되고 회랑(回廊)을 통해 주택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도 있었다.

 

화남지역 주택양식은 화북지역 한족(漢族)이 여러 이유로 남으로 이동, 정착한 지역인 경우 사합원 혹은 사합원의 변형인 삼합원의 양식을 간직한 주택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들어 명청시기 대표적 상인그룹의 고향인 안휘성 휘주지역 주택은 내향적폐쇄적방어적위계적 공간구성 즉 사합원의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중정에 해당하는 천정(天井)사수귀당(四水歸堂 - 비옥한 물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재물을 모으고 하늘에서 복을 내리는 공간)’의 개념을 갖춘 상인주택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수향의 도시인 강남 민가는 경제 발달로 인구가 밀집해 있지만, 가용토지가 적어 수로를 따라 배열되는 임수(臨水)주택의 모습을 띠고 있다. 주택의 공간구성은 삼합원을 기본단위로 하고 있다. 한편, 복건성의 토루(土樓)는 화북지역의 한족이 남으로 피신한 후 그들, 즉 객가인들이 원주민과의 충돌을 방어하기 위해 건축한 특이한 형태의 집합주택 형식을 지니고 있다. 보통 4, 5층규모로 여러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원형, 방형토루를 이루고 있지만 공간구성은 기본적으로 사합원 양식을 따르고 있다.

 

사진 2  복건성의 토루(土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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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화남지역이 모두 사합원 양식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수민족의 주택인 경우 사합원의 특징을 가진 것과 전혀 다른 형태의 주택양식이 공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운남성 이족(彝族)의 주거형식인 일과인(一顆印: 주택의 평면이 정방형에 가깝고 외관도 사각형이므로 마치 도장을 찍은 것과 같다는 의미)과 백족(白族)이 거주하는 대리백족 자치주의 삼방일조벽(三坊一照壁)주택은 기본적으로 사합원의 변형인 삼합원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태족(傣族)의 고상식(高床式) 주택과 동족(侗族), 묘족(苗族) 등의 조각루(弔脚樓) 형식의 주택은 사합원의 대표적 특징인 중정형 주택과는 상관없이 지역의 토착문화와 기후조건 등에 의해서 성립되었다. 특히 기후영향으로 다른 주택에 비해 사방을 향해 훨씬 개방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외부 공간 또한 넓고 개방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자연조건에 의해 고안된 주택양식으로는 황토고원의 동굴주택 요동(窯洞)이 그러하다. 건조한 기후와 저렴한 건축비를 위해 고안된 요동은 모택동이 대장정 이후 연안에 정착한 후 보여 준 비디오 자료나 최근 시진핑 주석의 과거 사진 속에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또한 신강지역 역시 매우 건조하고 흙바람이 센, 일교차가 심한 지역으로서 위구르족은 외부를 향해 완전하게 폐쇄되고 단열과 보온이 우수한 주택으로 평지붕 주택을 고안하였다. 그 외 티베트족도 비슷한 자연조건이지만, 돌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석조 주택인 조방(碉房)을 짓어 살고 있다. 특히 종교적으로 라마교를 믿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내부 공간으로서 거실을 겸한 경당을 예불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몽골은 유목민 특유의 물과 풀을 찾아 옯겨 다니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쉽게 짓고 허물 수 있는 주택이 필요했다. 결국 가느다란 나무로 골조를 만들고 양털로 된 모포로 덮은, 한 두시간 만으로 해체나 조립이 가능한 텐트식 주택 전포(氈包)가 출현했다.

 

이상과 같이 중국의 주택양식은 몇 몇 민족적, 자연적 조건에 의해 차별적 형태를 띠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화북지역 한족의 사합원 양식이 강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그 사합원 양식에는 중국 문화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중국의 넓은 영토와 다양한 민족이 하나의 중국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원인도, 다양함보다 더 강력한 문화적 영향력이 오랜 기간동안 내재적으로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호현 _  성균관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dongfangwhgc.blog.163.com/blog/static/2081791272012729102556980/

http://www.yonghuahm.com/html/?478.html

http://www.3dkezhan.com/article/1657.html

 

* 본 원고는 손세관, 넓게 본 중국의 주택(중국의 주거문화 ), 깊게 본 중국의 주택(중국의 주거문화 ), 열화당, 2001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음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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