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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12월호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칫솔 _ 조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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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간의 반목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바짝 따라붙고 있기 때문에 패권국과 도전국의 충돌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가 누차 강조했듯이 가치의 측면에서도 양국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현격한 차이를 갖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그 동안은 왜 가치와 인식의 차이가 도드라지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표현대로 중국이 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던 미국이 이제는 지쳐서 실망했을 수도 있다. 그보다는 중국의 가치와 인식을 미국이 견제해야 할 만큼 중국의 힘이 커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중국의 가치와 인식은 정말 미국과 다를까? 뜬금없지만, 작년 10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목격한 칫솔들을 감상하며,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덧붙인 사진들은 신장 지역에서도 제일 궁벽한 곳에 위치한 허톈(和田)에서 찍은 것들이다. 모두 신장의 위구르인들을 대상으로 설립된 직업기능교육훈련센터(職業技能教育培訓中心)에서 찍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센터는 테러활동 참여자, 범죄까지는 아니지만 문제를 일으켜 교육을 받는 자, 수감 이후에 극단적 사상을 가지게 된 자 등에 대하여 사상교육, 기능교육, 언어교육을 시키는 곳이다. 사상, 법치, 중국어부터 춤, 악기, 미용, 네일아트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서구 언론이 이 같은 교육시설까지 소위 '수용소'라고 부른다고 항변했다. 기숙사를 제공하고 정기적으로 집에 돌아갈 수도 있고 매우 자유롭게 취업 준비를 도와주는데 이런 곳을 어떻게 수용소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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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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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그러나 심하게 민주화또는 서구화된 한국인으로서는 들어서자마자 무언가 묘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사진들을 보면서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지라도 약간의 위화감을 느낄 것이다. 기숙사 방 안을 살펴보고 나서 확증을 할 수 있었는데, 정확하게 오와 열을 맞춘 칫솔 때문이었다. 너무 완벽한 청결 상태, 통일적으로 정리된 침구류, 복장은 물론 화장까지 제대로 한 교사들이야 외국에서 손님이 오거나 높은 사람이 방문하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각도까지 맞추어 정렬된 칫솔은 너무 강렬했다. 그러나 센터의 간부들은 진심을 몰라주는 외부인들에 대한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었지만,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서 열심히 시설의 우수성과 의도의 순수성을 설명했다. 허텐 당국이 최근 외부에서 손님이 올 때마다 이 직업학교를 참관시킨다는 언급에서 이들에게 결코 거짓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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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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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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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줄 맞추어 반듯한 외양이 서구식 민주주의에 속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하고 부자유와 억압을 추측케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들은 전혀 모르는 듯했다. 군 경험이 있거나 나이가 좀 있는 한국인이라면, 각을 통일하고 열을 맞춰야 하는 군대 훈련소를 곱씹거나 교육감이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일렬로 쭈그려 앉아 나무로 된 마룻바닥에 양초로 광을 내던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럭저럭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방기자들은 아무런 주저도 하지 않고 이곳을 수용소나 노동캠프라고 쓸 것이다. 중국의 위구르인 탄압에 대한 사실 판단을 유보한다고 하더라도 오와 열을 맞춘 신장의 칫솔들은 중국의 가치와 인식이 미국, 어쩌면 우리까지 포함된 다른 체제의 국가들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조형진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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