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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10월호
코로나19 위기와 농민공: 불안정 심화와 의식 변화 _ 윤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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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전세계적 충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사회는 일상을 상당부분 회복한 모양이다. 101일부터 시작되는 국경절 연휴 기간 6억 명 이상이 중국 국내 여행에 나설 전망이고, 1500곳 이상의 관광지가 입장료 면제 또는 할인정책을 내놓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에도, 중국 정부는 방역 지침만 지킨다면 문제없단 반응이다.


921일 현재, 중국은 본토 확진자가 36일째 '0'을 기록하며 코로나 청정사회로 변화했다. 중국 정부의 통계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중국 사회 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상당부분 사라진 것은 확실하다. 또한 국가통계국은 1/4분기의 강한 충격을 딛고 2/4분기 생산과 소비, 경제성장률에서 플러스 회복을 보였음을 발표했다. 중국 사회가 코로나19의 충격과 공포를 어떻게 딛고 회복했는가는 향후 주요한 연구과제다.


강한 불확정성과 중장기간 지속가능성을 갖는 이번 위기는 과거 위기와는 차별적이다. 2003SARS 위기는 WTO 가입 이후의 고속성장으로, 2007-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수천만명에 달하는 농민공의 귀향·창업으로 극복되어왔다. 반면, 이번 위기는 방역뿐만 아니라 생산, 소비, 무역 전반의 총체적 위기다. 중국 정부는 6대 안정(稳六)에 더하여 6대 보장(保六) 정책을 통해 특히 취업 안정을 강조한다.1)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되어도 중국 내부의 힘만으로 버틸 수 있는 '내순환경제'(内循环经济) 활성화를 답으로 제시한다.


위기 극복의 관건 중 하나가 바로 농민공 취업문제다. 취업 보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용 지표의 회복세는 더딘 편이고,2) 874만명의 대졸자 실업률이 19.3%에 달하여 일자리 경쟁마저 우려되면서, 농민공의 취업 상황은 중국 국내외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수천만명이 고향 농촌으로 돌아갔던 과거와 달리, 농민공의 조속한 '일자리 복귀와 생산 재개'(复工复产)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변화된 사회경제구조를 보여준다. 3억 명에 달하는 농민공의 사회적 존재는 도시 활력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가장 주요한 기반이 되었다.


제조업, 서비스업, 자영업에 가장 강한 충격이 가해지며 농민공의 고용 불안정은 심각해졌다. 하지만, 90%에 달하는 농민공이 빠른 시간 내에 도시로 복귀하여 필사적인 구직활동과 빈번한 이직을 통해 그들이 필요한 곳을 채우며, 일상과 경제 회복에 크게 이바지했다. 과연 코로나 위기 하에서 농민공의 실천양상과 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630, 중국 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가 주최한 '코로나19하 농민공 취업상황 및 촉진 포럼'(疫情下的中国农民工就业状况与促进论坛)3)의 자료를 통해 간략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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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코로나19 하의 농민공 취업상황 및 촉진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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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코로나19 초기 직장 복귀 의향

  

우선, 농민공의 조속한 도시 복귀는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농민공의 자발적·주체적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도시 정부와 기업은 그들을 '안전하게' 직장으로 복귀토록 각종 조치를 취하고 취업 서비스와 직업훈련을 강화했지만, 춘절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갔던 1억 명이 넘는 농민공의 조속한 복귀는 자신과 가족의 생존과 생계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불완전한 사회안전망과 부족한 저축 수준으로 인해, 농민공의 절대다수는 위험을 무릅쓰고 직장으로 복귀하거나 필사적으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나섰다. 개인의 '안전'보다는 생존과 생계가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전과 다름없지만, 그들의 선택지가 농촌 고향이 아니라 도시란 점은 커다란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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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2020년 상반기 시간당 임금 변화


하지만, 농민공의 자발적·주체적 선택이 그들을 둘러싼 환경의 개선과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 농민공은 보다 높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로 빈번히 이동하는 주체적·자발적 선택을 거듭했지만, 그들의 실질소득이 증가되거나 자기계발의 경로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부족하다. <그림 3>처럼 시간당 임금이 격동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그만큼 임금 변동과 일자리의 불안정성은 심화되는 듯 하다. 더욱이, 취약한 사회보장은 여전히 그들의 위험에 대비할 주요한 선택지는 아니다. 조사 대상 중 사회보험을 납부하지 않은 자가 51.3%에 달하고 54.4%가 사회보험의 필요를 인정하지만 51.2%는 납부를 희망하지 않는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이 중소기업 지원과 사회보험료 감면, 사회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로 이어지면서, 취약한 사회보장은 더욱 문제적인 상태로 변화되고 있다

 

농민공의 잦은 이직과 적극적 노동시장의 참여는 현재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핵심적인 비밀번호다. 핵심 생산시설, 물류·택배·배달 등 일상생활의 플랫폼, 디지털 및 서비스 영역에서의 노동 참여는 도시의 일상 회복과 전국적인 경제활성화의 기반이다. 신세대 농민공들의 잦은 이직과 높은 유동성을 나타내는 '단기화'(短工化) 경향은 이번 위기 하에서도 뚜렷하고, 그들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야기하는 전체적인 구조적 환경은 크게 변화된 바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이번 위기 속에서 농민공의 의식변화는 추후 주목할만하다. '단기화' 경향에 대한 연구는 단순반복적인 공장 활동보다 자기계발을 중시하는 신세대 농민공의 유연하고 자주적인 선택을 강조해왔다. 그랬던 이들이,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임금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있다는 지적은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임금 체불과 초과근무 감소에 따른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희망은 높아가고 있다. 절대다수인 77.4%의 농민공은 장기간 종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43%는 위기 후 '정식노동자'가 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고 보고된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여겨지는 환경에서, 그들은 '가족 부양'(养家)뿐만 아니라 '터전잡기'(安家)를 꿈꾸고 있다

  

2007-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2010년대 초반 신세대 노동자의 저항이라는 주체성으로 이어졌다면, 현재의 위기가 어떠한 사회적 결과를 낳을지 예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농민공의 도시 취업은 도시의 일상과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조건이자, 중국 정부의 도시민화 정책에서 가장 기본 요건이다. 취약한 사회안전망 하에서 취업 문제가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등장하면서, 농민공에게 고질적인 불안정노동의 문제는 향후 중국 사회에서 도전적 과제를 던진다. 중국 사회에서 코로나19의 충격이, 단순한 일상의 회복과 경제 재활성화에 따른 구호적 승리에 그칠지, 현 구조의 난점에 대한 성찰과 질적 변화를 예비할 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윤종석 _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1) 20205, 리커창 총리가 정부공작보고에서 취업을 39차례, 민생을 21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취업은 민생의 근본으로 절실한 문제다.

2) 전국 도시실업률은 26.2%에서 75.7%, 85.6%로 다소 회복되었지만 위기 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상태다.

3) 본 포럼은 온라인 회의로 진행되었고, 예정된 2시간 반을 1시간 이상 넘긴 채 1만 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참여하면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 참고문헌

莫荣·陈云·鲍春雷·黄湘闽. 2020. 新冠疫情与非典疫情, 国际金融危机对就业的影响与对策比较分析. 中国劳动202001.

王俊秀. 2020. 从稳就业到保就业. 疫情下的中国农民工就业状况与促进论坛2020.6.30.

李国. 2020. 疫情后, 青年农民工就业观变了. 决策探索()202010.

清华大学社会学系课题组. 2013. 短工化”:农民工就业趋势研究. 清华社会学评论201300.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https://xw.qq.com/cmsid/20200627A0LADZ

그림 2. 王俊秀. 从稳就业到保就业 

그림 3. 王俊秀. 从稳就业到保就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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